"야구 못하겠다" KIA 애간장 태운 152km 영건의 역대급 스릴러

2022. 9. 25.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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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창원 윤욱재 기자] "일부러 그렇게 한 거 아냐?"

정말 드라마로 각본을 짜도 이렇게는 어려울지 모른다. KIA의 2년차 파이어볼러 이의리(20)는 24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리그 NC와의 경기에서 아주 진귀한 장면을 연출했다.

KIA가 3-0으로 앞선 3회말. 이의리는 급격한 제구 난조에 시달렸다. 선두타자 김주원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내더니 박민우에게도 볼 4개를 연거푸 던지고 공짜 출루를 허용했다. 권희동에게 던진 초구 역시 볼. 9구 연속 볼을 던진 것이다. 권희동과 풀카운트 승부까지 갔지만 결과는 역시 볼넷이었고 그렇게 이의리는 무사 만루라는 불구덩이에 스스로 뛰어 들고 말았다.

이의리를 기다리고 있는 타자들은 박건우~양의지~닉 마티니로 이어지는 NC 중심타선.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의리는 박건우를 127km 커브로 헛스윙 삼진을 잡더니 양의지에게는 초구 152km 직구에 이어 볼카운트 1B 2S에서 128km 커브로 헛스윙을 유도, 또 삼진을 잡으며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마티니를 상대로는 볼카운트 3B 1S로 밀어내기 볼넷 직전까지 갔지만 150km 직구 2개를 연거푸 꽂으며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무려 32년 만에 나타난 장면. 3연속 볼넷 후 3연속 탈삼진이 바로 그것이다. 1990년 9월 2일에는 태평양의 최창호가 인천에서 열린 LG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 3연속 볼넷 후 3연속 탈삼진을 사상 최초로 기록했는데 이의리가 32년 만에 이 장면을 재현한 것이다.

선수 본인은 어떤 심경이었을까. 이의리는 무사 만루 위기를 맞은 것에 대해 "어떻게 던져야 할지 막막한 생각도 들었다. 가운데 집어 넣어서 장타를 맞는 것보다 차라리 세게 던져서 볼넷을 주는 게 낫다고 생각하고 던졌다"고 말했다.

이의리가 삼진 3개를 잡고 덕아웃으로 들어가자 그의 선배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며 "야구 못 하겠다", "변태 아냐?", "일부러 그렇게 한 거 아냐?"라고 농담하면서 그제서야 웃음을 되찾았다. 이의리는 "선배들이 내 긴장을 풀어주려고 장난을 많이 하시더라"고 이야기했다.

"이번 만루 위기는 야구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기억이 아닌가 싶다"는 이의리는 9월 들어 볼넷이 18개로 급증한 것에 대해서는 "이번 달에만 볼넷을 많이 줬는데 나도 이런 적은 처음이다. 올해는 전반적으로 볼넷이 많지 않아서 좋아졌다고 생각했는데 힘이 떨어져서 그런 것 같다"고 자신을 돌아봤다.

여기서 잠깐. 이의리에 앞서 32년 전에 3연속 볼넷을 허용하고 3연속 삼진을 잡았던 최창호의 투구 결과는 어땠을까. 최창호는 연장 12회까지 홀로 던지면서 삼진만 15개를 잡는 괴력을 선보이며 완투승을 따냈다. 이의리도 6이닝 2피안타 6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KIA의 3-0 승리와 함께 하며 시즌 9승째를 수확했으니 역시 '해피엔딩'이라 할 수 있겠다. 이의리도 "기록은 다 의미가 있다. 어쨌든 무실점을 했으니까 좋은 기록으로 받아들이겠다"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이것이 '역대급 스릴러'의 결말이다.

[KIA 선발투수 이의리가 24일 오후 경상남도 창원NC파크에서 진행된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6이닝 무실점으로 막은 뒤 미소짓고 있다. 사진 = 창원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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