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 주가 추가 하락 대비해 풋옵션 대량 매수

송경재 2022. 9. 2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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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뉴욕증시가 다시 약세장에 진입한 가운데 기관투자가들이 주가 추가 하락에 대비한 보험으로 풋옵션을 대량으로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2020년 6월 이후 하루 낙폭으로는 최대인 4.3% 폭락세를 기록한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한 중개인이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다. 로이터뉴스1

투자자들이 뉴욕증시 추가 하락을 예상하면서 특정 가격에 주식을 내다 팔 수 있는 권리인 풋옵션 매수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 하락으로 뉴욕증시 시가총액이 수조달러 사라지면서 투자자들이 일종의 보험을 들고 있는 것이다.

뉴욕증시는 2주 연속 5%가 넘는 주간 낙폭을 기록하며 다시 약세장엥 빠졌다. 2주간 낙폭은 2020년 팬데믹 봉쇄 초기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풋옵션, 2009년 통계집계 이후 최대
파이낸셜타임스(FT)는 24일(이하 현지시간) 개별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 주가 하락을 대비한 풋옵션 구매가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선다이얼캐피털리서치가 옵션청산을 담담하는 옵션스클리어링코프의 데이테를 분석한 결과 대형 펀드매니저들은 지난 16일까지 4주 동안 풋옵션을 329억달러어치 사들였다.

이는 2020년초 평균에 비해 4배 많은 규모다.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9년 이후 13년만에 최대 규모다.

기관 투자가들은 지난주에 풋옵션 매수를 더 늘려 88억달러를 지출했다.

올들어 주식시장이 계속 하강하는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최근 강도 높은 추가 긴축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주식시장 추가 하락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풋옵션 매수가 대폭 늘고 있다.

"연준에 대안이 없다는 점 시장도 깨달아"
주가 추가 하락 전망과 이에 대비한 풋옵션 매수 급증한 것은 시장이 더 이상 연준에 의지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게이트웨이투자자문의 최고투자전략가(CIS) 데이브 질렉은 "투자자들이 연준으로서는 지금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속에서 상당한 정책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지적했다. 질렉은 연준이 더 이상 자산가격 변동성 위험을 관리하기 어렵게 됐고, 이에따라 투자자들 스스로 그 위험을 통제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면서 이때문에 풋옵션 매수로 몰리고 있고 설명했다.

금융위기 수준 육박
선다이얼의 리서치 책임자 제이슨 고퍼트는 미 주식시장이 지난 20년간 확장한 것을 고려하면 최근 풋옵션 매수 규모는 2008년 세계금융위기 당시 매수 규모와 맞먹는다고 지적했다.

반면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타는 시기에 일반적인 콜옵션은 종적을 감추고 있다. 콜 옵션은 주식을 일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다.

무용지물 VIX
투자자들은 주가 변동성에 대비한 상품인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 상품이 지금의 하락 장에서는 무용지물이라는 점에 당혹해하고 있다.

'월가 공포지수'라고 부르는 이 지수는 주가가 급변동할 때 위험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지만 올들어 뉴욕증시는 수주일 정도의 단기가 아닌 수개월을 단위로 하락하고 있어 VIX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지난 14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4.3% 폭락하며 2020년 6월 이후 하루 낙폭으로는 최대를 기록했지만 VIX는 심리적 저항선인 30을 넘지도 않았다.

BNP파리바 전략가인 그레그 부틀은 이 정도로 주가가 폭락하면 VIX는 30을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뛰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S&P500지수가 23일 1월 기록한 고점에 비해 22% 넘게 하락하면서 약세장에 진입했지만 S&P500지수는 1.7% 내리는데 그쳤고, VIX는 29.92로 30을 밑돌았다.

VIX가 제 역할을 못하자 펀드매니저들은 개별 주식 풋옵션 매수로 방향을 틀었다.

이번주에도 부진 전망
한편 뉴욕증시는 이번주에도 부진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식시장이 인플레이션 우려에서 경기침체 우려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

27일과 28일 발표되는 S&P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 잠정주택판매 등 주택시장 통계와 함께 30일 미 상무부가 공개할 8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주식시장 흐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PCE 물가지수는 연준이 인플레이션 지표로 삼는 물가 통계다.

아울러 연준 고위 관계자들의 발언도 잇따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28일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이 주최하는 한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30일에는 레이얼 브레이너드 부의장,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은행 총재의 연설도 예정돼 있다.

파월과 브레이너드, 윌리엄스는 연준 통화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연준 3인방'으로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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