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지대계' 책임 국가교육위, '이념투쟁의 장' 우려
27일 출범…위원장에 국정교과서 주도 이배용 전 이대 총장
[더팩트ㅣ안정호 기자] 정파를 초월해 중장기 교육정책을 책임져야 할 국가교육위원회가 출범 전부터 정쟁과 이념 대립의 장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오는 27일 국교위 출범을 예고하면서 전체 21명의 위원 중 확정된 19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교육부가 이날 공개한 대통령 지명 위원 5명은 위원장으로 선임된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을 비롯해 김정호 전 자유기업원 원장, 강은희 대구시교육감, 강혜련 이대 명예교수, 천세영 충남대 명예교수 등 대부분 보수성향·친여 인사로 꾸려졌다. 교육 전문성도 뚜렷하지 않은 인물이 많다.
국교위는 대입제도와 학제 등 중장기 교육제도 개선과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역할을 한다. 이 기구는 사회적 합의에 기반해 교육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대통령이 지명한 5명의 위원들은 정치색이 짙어 교육 정책을 두고 이념·정파적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위원장으로 임명된 이배용 전 총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을 지내면서 국정교과서 편찬심의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그는 당시 친일, 독재 미화 시비를 일으킨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결국 박근혜 정부가 2013년부터 4년간 추진한 국정교과서는 논란 속에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며 폐기됐다.
보수 경제학자인 김정호 전 원장은 이명박 정부 당시 경제정책이 노무현 정부보다 좌파적이라고 비판할 만큼 강성 인사다. 또 뉴라이트 전국연합 공동대표 출신인 강혜련 명예교수는 한나라당 제17대·18대 총선 공천심사위원을 맡기도 했다.
여야가 추천한 위원들도 정파성이 강하다. 국민의힘이 상임위원으로 추천한 김태준 동덕여대 교수는 경제학 전공으로 지난 2016년 총선에서 인천서구·강화을에서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출마했다. 또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공개 지지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상임위원으로 추천한 상지대 총장 출신 정대화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1심에서 징역 4년이 선고돼 법정구속되자 자신의 SNS에서 재판부를 비판하는 글을 써 논란이 되기도 했다.
국교위는 최근 ‘자유민주주의·남침’과 ‘노동·생태교육’이 빠져 이념논쟁이 불붙었던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연말까지 심의·의결해야 한다. 하지만 국교위가 위원들의 정파성으로 대립이 계속된다면 당면한 과제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물음표가 붙는다.
교원단체와 야당·무소속 의원들은 초대 위원장으로 지명된 이 전 총장의 지명 철회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첫발을 내딛는 국교위 위원장은 정치적으로 중립성을 띤 인물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교수노동조합은 "(이 전 총장은) 자신의 저서 ‘한국 역사 속의 여성들’에서 김활란, 박경원 등 친일반민족행위자를 미화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며 "교육의 청사진을 책임지고 제시해야 할 국교위를 이끌 첫 위원장은 교육정책을 전문적으로 다룰 비전과 역량을 갖춰야 하는 동시에 학문적 깊이와 균형은 물론이고 정치적으로 공정하고 중립적인 인물이어야 한다"며 이 전 총장의 지명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민주당·무소속 의원들은 "(이 전 총장이) 2013년부터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을 맡은 3년 간 편향 인사, 정치 편향 연구과제, 지인 챙기기, 비정규직 대량해고 등으로 해당기관은 쑥대밭이 되다시피 했다"며 "이미 과거 정권에서 각종 물의를 빚어 수없이 지탄을 받아온 구시대 인물을 앞세워 민심 역주행을 준비하고 있는 모양새"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지난 8월 초 국민과 국회를 무시한 채 설익은 만5세 취학 정책을 추진하려고 했다가 노도와 같이 일어났던 민심을 벌써 잊은 듯하다"며 이 전 총장의 위원장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vividoc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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