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 원짜리 '슈퍼컴'으로 과학 방역?..담당자 1명
[앵커]
정부의 이른바 '과학방역' 기조에 맞춰 질병관리청에서는 '슈퍼 컴퓨터'를 도입해 감염병 유행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는데요.
그런데 내년 예산을 봤더니 슈퍼컴이 아닌 고성능 컴퓨터 도입에 단 3억 원이 배정됐고, 담당 인력도 한 명뿐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범주 기잡니다.
[리포트]
과학적 방역 기조를 여러 차례 언급해온 윤석열 대통령.
질병청을 방문해서도 '과학 방역'을 강조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 "국민들이 불편 없이 사회활동, 경제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과학적이고 균형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윤 대통령의 주문에 질병청이 내놓은 답은 '슈퍼 컴퓨터 도입'이었습니다.
AI, 인공지능 예측 모형을 활용해 기존 수리 모형보다 더 정밀하게 감염병 유행 양상을 예측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슈퍼 컴퓨터는 연산 처리속도가 세계 500위 내인 컴퓨터로, 2020년 기준으론 초당 1,230조 번 연산이 가능해야 합니다.
구매 비용도 수백억 원대에 이르는데, 지난해 기상청이 도입한 슈퍼 컴퓨터 5호기는 628억 원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질병청은 슈퍼 컴퓨터를 도입한다면서 내년 예산으로 단 3억 원만을 배정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알고 보니, 도입하겠다는 컴퓨터는 AI 분야에만 특화돼 있을 뿐 슈퍼 컴퓨터로 인정받기엔 어려운 고성능 컴퓨터 수준이었던 겁니다.
[김○○/컴퓨터공학과 교수/음성변조 : "세계 500위 제일 끝에 있는 것도 (가격이) 10억 원은 충분히 넘을 거거든요. 완전히 응용이 다르기 때문에 그걸(질병청 컴퓨터) 슈퍼컴이라고 하기에는 좀 문제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컴퓨터를 유지 관리하고 소프트웨어 개발을 맡을 담당 인력도 단 한 명뿐입니다.
기상청의 슈퍼 컴퓨터와 비교하면 처리 속도와 운용인력 규모에서 비교가 안 되는 수준입니다.
[강선우/더불어민주당 의원 : "과학방역이라는 타이틀 홍보에 급급해가지고 국민을 대상으로 침소봉대하고, 다시 말씀드리면 일종의 과대광고를 한 그런 꼴입니다."]
질병청은 개발 주체인 KIST가 '슈퍼 컴퓨터'라는 용어를 사용해 따라 썼을 뿐이라며 성능을 부풀리려는 의도는 아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KBS 뉴스 김범주입니다.
김범주 기자 (categor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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