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탈춤 역사 되짚고 오늘을 직시하며 미래를 모색하다

조봉권 기자 2022. 9. 24.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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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미학연구소 한국민족미학회 주최 2022 가을 학술대회
'한국탈춤의 생성미학적 접근' 9월 22일 부산대서 크게 열려
정상박 임재해 채희완 문무병 허용호 황병권 정희섭 등
원로부터 소장 학자까지 20명 발표, 가락오광대 시연도

㈔민족미학연구소(소장 채희완)와 한국민족미학회(회장 박준건)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한 2022 가을 학술대회 ‘한국탈춤의 생성미학적 접근-탈춤연행과 학문이 함께하는 탈춤학예굿’이 지난 9월 22일 부산대학교 인덕관에서 열렸다.

기조 발제에 나선 원로 학자 정상박 동아대 명예교수는 이렇게 운을 뗐다. “탈춤 연구의 개척적 선구자인 송석하는 물론 임석재 정인섭 최상수 양재연 이두현 정상박 등은 탈춤을 놀아 보지 아니한 세대의 학자들이다. 이들은 우리 탈춤을 문화유산으로 연구하여 업적을 많이 남겼지만, 과연 탈춤을 예술로 얼마나 그 실상을 해명하였는가 의심이 든다. 그런데 오늘 이 자리에는 탈춤을 열심히 춘 혹은 추고 있는 분들이 직접 탈춤을 연구하여 발표하고 논의하는 자리라서 특별히 기대를 하게 된다.”

9월 22일 부산대 인덕관에서 민족미학연구소와 한국민족미학회가 주최한 ‘한국탈춤의 생성미학적 접근’ 학술대회가 열리고 있다.


우리 전통문화와 미학 그리고 민속 연구에 크게 이바지한 원로 학자인 정상박 명예교수의 표현대로, 이날 학술대회에는 한국의 탈춤을 놓고 오래 연구하고 고민해왔을 뿐 아니라 탈춤을 몸으로 익혀 잘 아는 연구자가 대거 발표와 토론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이번 학술행의 전모를 그려보기 위해, 자료집에 나와 있는 발표자(주제)와 토론자를 열거해본다.

탈춤 연구인 대거 참여

기조 발제는 정상박(탈춤 전승의 실상과 과제) 명예교수와 채희완 부산대 명예교수(탈춤에서는 판을 어떻게 열고 있나-생동하는 판의 기록방법론 모색)가 맡았다. 주제발표와 토론자는 다음과 같다.

김은희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구교수의 발표(굿놀이의 놀이현장을 통해서 본 탈춤의 생성미학적 접근-굿놀이에서 등장인물 분화를 중심으로)와 문무병 제주신화연구소 소장(토론), 허용호 경주대 특임교수 발표(탈춤 전승의 문화사-18세기에서 20세기까지)와 남기성 마당극 연출가(토론), 정희섭 문화정책연구소 소장 발표(탈춤인가? 가면극인가?)와 손재오 전국민족극협회 이사장(토론), 정형호 무형문화연구원 연구위원 발표(탈춤 전승방식과 미학적 지향)와 임재해 안동대 명예교수(토론).

이와 함께 다음의 발표·토론도 진행됐다. 황병권 진주오광대 보유자 후보 발표(진주오광대 탈의 생성 과정과 전승)와 김봉준 오랜미래신화미술관 관장(토론), 서지연 민족미학연구소 연구위원 발표(통영오광대 배김사위를 통해 본 덧배기춤의 생성 요인과 특징)·허창열 창작탈춤 연출가 발표(흐르는 탈춤)와 강주미 정승천 민족미학연구소 연구위원(토론), 심상교 부산교대 교수 발표(민속극의 재담 및 극적 구성 재론)와 홍태한 경성대 연구교수(토론), 최찬열 민족미학연구소 연구위원 발표(탈춤 판과 생명)와 남성진 진주문화연구소 소장(토론).

9월 22일 부산대 인덕관에서 열린 ‘한국탈춤의 생성미학적 접근’ 학술대회에서 가락오광대 시연이 열리고 있다. 박경효 제공


전승과 미학 관점의 기조 발제

정상박 채희완, 두 원로 학자의 기조 발제는 이날 학술대회의 큰 틀과 주된 방향을 잡아주었다. 정상박 명예교수는 탈춤의 ‘전승’을 둘러싼 환경과 모색 방향을 냉철하게 짚었다. 채희완 명예교수는 탈춤의 미학, 특히 생성미학 관점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과 꼭 필요한 과제에 관해 말했다.

정 명예교수는 우선 몇 가지 현안을 비판적으로 짚었다. “전승 현장에 가 보면 관계자들이 실상을 어느 정도 알고 있으면서도 상당히 미화하여 온전하게 전승되어 온 것이라고 여기고 논의를 시작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 한 세대 이상 지난 것이므로 전설화된 경우도 있다. 지정 무형문화재는 신성불가침의 것이라고 인식하는 경향도 있다.” 위와 같은 태도와 관점은 합당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지금도 자료 사이에 논리가 맞지 않는 거짓의 모래성을 묵과하는 수가 있다.” 그는 떠돌이 광대패의 탈춤과 토박이 탈춤을 구분해야 한다고 했다. “양자가 다른 점이 수없이 많아 서로 다른 장르의 탈춤으로 보아야 한다.…각지 탈춤의 유래설에 ‘떠돌이탈춤을 보고 시작하였다’는 것은 계급의식이 없어진 개화 이후에 주민들이 한 말을 기록한 것이다고” 지적했다.

자연적 전승은 기대 못 해, 그러면?

그는 이렇게 강조했다. “농민들이 마을 단위로 행했던 마을굿의 사례가 폭넓게 조사되면서 근년에 제의기원설이 설득력을 가지게 되었다.…탈춤의 제의기원설이 받아들여지면서 위에 제시한 탈춤을 보는 시각의 오류 혹은 모순이 많이 시정되었다. 그러나 각지 탈춤의 유래설에 제의기원설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여전히 전문 광대패의 놀이를 보고 시작하였다거나 광대에게 배워서 혹은 광대와 함께 놀면서 시작하였다고 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9월 22일 부산대 인덕관에서 열린 ‘한국탈춤의 생성미학적 접근’ 학술대회에서 가락오광대 시연이 열리고 있다. 박경효 제공


다음과 같은 이야기도 관심을 끌었다. “흔히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의 민속예술은 일제의 강압에 의해 중단되었다’고 말하는데, 엄밀하게 따지면 일제가 강압적으로 공연을 중단을 해서 연행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문화행사를 벌일 여건이 되지 않은 환경(1937년 일제가 중일전쟁을 일으키면서 비롯된 전시동원체제 등)이라 행할 수 없었다고 해야 정직한 표현일 것이다. 그는 “현대에 탈춤의 자연적 전승을 기대할 수 없다”고 진단한 뒤 전략적 전승을 도모하면서 수행해야 할 과제를 제시하는 것으로 기조 발제를 마무리했다.

탈춤 미학 원리와 기록방식

채희완 명예교수는 탈춤 속에서 작동하는 미학 원리를 간추려 밝히는 데서 시작했다. 특히 ‘탈춤이 판을 어떻게 여는지’ 고찰하면서 신선한 시각을 제시했다. 그중 일부만 살펴보면 이런 것이다.

“…과거길 행차로 등장한 양반들, 떵쿵 하기에 굿판인 줄 알고 등장한 미얄, 난리통에 헤어진 할미 찾아 나선 영감의 등장 대목 등은 이들이 본래 구경꾼 중 하나였음을 알게 해준다. 그리고 관중이 극중 인물로 전환되는 과정이 이미 극 속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구경꾼에서 극중 인물로 이동하고 있음을 ‘연극적 약속’으로 구경꾼이 이미 동의함으로써 관중과 연행자는 공동으로 작품 창작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현대의 한국 문화 콘텐츠에서도 살아 움직이는 미학 원리로 볼 수 있다.

채 명예교수는 민족의 문화예술 자산으로서 여전히 탈춤 속에 살아 있는 미학 원리를 분석한 뒤 “연행공간, 지문, 동선, 음악 및 음향 표기, 몸짓과 춤 무보, 무대공학 설비 등의 입체적이고 총체적인 기록방식을 모색해보자”고 과제를 제시했다.

가락오광대 시연도 눈길

한편 허용호 경주대 교수는 그간 꾸준히 발굴된 새로운 자료 등을 통해 우리 탈춤에 관한 ‘일제 때 탄압-전승 단절-현대 들어 복원’이라는 도식이 갖는 허점을 파헤치는 등, ‘미시 요소’ 연구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인상 깊은 내용을 발표했다. 정형호 연구위원이 발표에서 탈춤의 원형과 전형 문제 등을 비판적으로 고찰하자, 토론자인 임재해 안동대 명예교수가 쉽고 간명한 언어로 탈춤이 처한 오늘의 현실과 현대에 걸맞은 전승 방안을 모색한 점도 관심을 끌었다.

이와 함께 다양한 탈춤 연구인·전문가들이 한민족 문화·예술 자산이 탈춤에 관해 풍부하게 논의한 자리였다. 특히 현재 복원이 진행되고 있는 가락오광대 시연이 이어진 점도 뜻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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