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하고 친엄마 찾으러 떠난 남자..막상 엄마 만나자 [씨네프레소]
*주의 : 이 기사에는 영화의 전개 방향을 추측할 수 있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씨네프레소-48] 영화 '플루토에서 아침을'
자유주의자라면 타인을 그의 정체성이나 취향을 근거로 차별할 이유가 없다. 그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렇기에 소수자 인권 문제를 다룬 대부분의 영화는 자유주의에 대한 예찬이기도 하다.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이상 모든 이가 가능한 한 많은 자유를 누리게 하자는 것이다.
영화는 패트릭이 유모차를 탄 아기에게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며 시작된다. 가톨릭 신부인 버나드(리엄 니슨)는 집 앞에서 아기 패트릭이 담긴 바구니를 발견한 뒤 이를 패트릭의 양어머니에게 넘긴다. 양어머니와 누나는 패트릭에게 결코 상냥하지 않았지만, 패트릭은 개의치 않았다. 어릴 때부터 두 사람의 화장품, 치마, 구두를 사용해 자신을 치장했고 양어머니에게 심하게 혼나고도 멈출 줄을 몰랐다.
어느 날 패트릭은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는 양어머니 집을 나와 여행을 떠난다. 이 여행의 목적은 두 가지로 보인다. 하나는 친엄마를 찾는 것이고, 또 하나는 스스로를 좀 더 깊이 아는 것이다. 자신을 발견해나가는 과정 중의 일부로 몇몇 남자와의 연애가 그려진다. 그는 진정한 사랑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물론 그 남자들은 패트릭을 위험에 빠뜨리거나 그의 상처를 비즈니스에 이용하는 등 미성숙한 행동을 보여주긴 하지만, 패트릭은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사랑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차별주의자의 폭력성을 폭로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그들도 변화될 수 있다는 일말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세상에서 차별을 줄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이야기를 넌지시 건넨다. 예를 들어 패트릭을 감금한 채 자백을 강요하던 경찰은 태도의 변화를 보여준다. 누명을 벗고 석방된 패트릭이 성매매 산업으로 몰리자 소식을 들은 경찰이 그를 찾아온 것이다. 경찰은 패트릭이 매춘보다는 자신을 덜 혹사하고도 돈을 벌 수 있는 합법 스트립 클럽에서 일하도록 도와준다. 처음 패트릭의 의상을 근거로 테러리스트라고 낙인찍었던 경찰이 이제 그를 인간적으로 걱정하게 된 것이다. '비정상'인 줄 알았던 패트릭과 함께 경찰서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그도 자신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인간임을 깨달은 셈이다. 우리가 누군가를 막연히 차별하는 것은 어쩌면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못했기 때문인지도 모르단 것이다.
영화의 포커스는 다시 패트릭의 친엄마 찾기로 돌아온다. 그는 숱한 역경에도 꿋꿋이 엄마 찾는 일을 지속한다. 그러나 이는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닌데, 패트릭이 엄마에 대해 아는 정보라곤 그가 미국의 유명 배우 밋지 게이너를 닮았다는 것뿐이기 때문이다. 미궁에 빠진 패트릭은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위의 경찰이 소개해준 유흥업소에서 일하게 되고, 그러던 도중 자신을 양어머니에게 맡긴 신부 버나드의 방문을 받는다. 신부는 패트릭 친엄마의 주소를 알려주며 고백한다. 사실 내가 네 아버지였노라고.
감독: 닐 조던
출연: 킬리언 머피, 리엄 니슨, 브렌던 글리슨, 루스 네가
평점: 왓챠피디아(3.7/5.0), IMDb(7.2/10), 로튼토마토 토마토지수(57%), 팝콘지수(80%)
※2022년 9월 23일 기준.
감상 가능한 곳(OTT): 웨이브, 티빙, 왓챠, U+모바일tv
[씨네프레소 지난 회차]
27회-성인 배우도 연애할 땐 썸부터 탄다…'러브 액츄얼리'
29회-"여제자 스타로 키웠더니, 날 떠난다네요"…'밀리언 달러 베이비'
30회-날 구해준 아저씨, 엄마 망친 마약상이었다…'문라이트'
32회-날 위로하던 스승, 뒤에선 애인과 나 갈라놔…'시네마 천국'
36회-"못 걷는 내가 부러워? 그럼 너도 다리 잘라"…'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39회-남친이 제 얘기로 19금 칼럼을 썼습니다…'연애 빠진 로맨스'와 '비열한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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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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