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원짜리 男 티셔츠, 매장 들어온 당일 완판 됐어요" [안혜원의 명품의세계]

안혜원 2022. 9. 24.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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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원의 명품의세계] 15회
루이비통 티셔츠에 발렌시아가 신발
명품 큰손으로 부상하는 2030 男
백화점들 남성 전용 명품매장 공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 옷은 사이즈가 없습니다. 상품이 매장에 들어온 당일에 모든 사이즈가 완판됐어요. 신발도 아주 작은 사이즈나 큰 사이즈 아니면 대부분 품절입니다.”

지난 주말 서울 강남의 한 루이비통 남성 전문 매장에서 만난 직원은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 브랜드의 여름용 반팔 티셔츠 류는 100만~200만원을 호가합니다. 편하게 신을 수 있는 스니커즈류 가격도 비슷한 수준입니다. 이처럼 비싼 가격에도 대부분 상품을 매장에서 비교해가며 쉽게 구입하긴 거의 불가능합니다. 워낙 빠르게 팔려 나가 재고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강남에선 루이비통 티셔츠에 델보 가방을 매고 발렌시아가 스니커즈를 신는 등 온몸을 명품으로 치장한 20~30대 ‘패피(패션피플)’ 남성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샤넬 등 명품을 사기 위해 새벽부터 백화점으로 향하는 오픈런 행렬은 여성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롤렉스 등 남성들이 선호하는 제품군이 많은 명품 브랜드 매장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남성 고객들이 더 긴 줄을 서는 경우도 있습니다.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5층 남성 해외 패션 매장. /한경DB


국내 남성 명품 시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남성이 여성보다 패션에 대한 관심이 덜하다’는 인식도 옛말입니다. 이미 백화점 명품 매장들에게는 남성이 ‘귀한 손님’이 되고 있습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나를 꾸미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비싼 명품도 선뜻 소비하는 이들이 늘어났습니다. 소비하는 품목도 예전처럼 구두, 넥타이 등으로 품목을 한정하지 않고 의류와 캐주얼 스니커즈. 팔찌·반지 등 액세서리까지 다양합니다. 구매력 있는 여성 소비자 의존도가 높았던 백화점들은 남성을 겨냥한 전문 매장을 빠르게 늘리면서 대응하는 분위기입니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의 지난해 30대 남성 명품 매출 증가율은 평균 37.8%로 집계됐습니다. 30대 남성의 명품 매출 증가율은 2019년부터 꾸준히 상승했습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명품을 구매한 남성 소비자 중 20~30대 비중은 절반에 가까울(43%) 정도로 젊은 남성의 명품 소비가 늘고 있습니다.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5층 럭셔리 남성관에 문을 연 'BIG PILOT BAR BY IWC & CENTER COFFEE'. IWC 최초의 공식 커피 매장이다. /뉴스1


사회에 갓 진출해 경제력을 갖추기 시작한 20대 후반 미혼 남성이나 직장 생활이 한창인 30대 1인 기구 남성들이 자신을 위한 소비에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현상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30대 남성의 미혼율은 50%를 넘어섰습니다. 50.8%로 2015년(44.2%)과 비교해 6.6%포인트 늘었습니다. 이처럼 가족을 부양할 의무가 없는 미혼 남성은 자신을 위한 씀씀이가 커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과거엔 벤츠·BMW 등 비싼 외제차로 만족하던 남성들이 이제는 가방, 옷, 신발 등 패션 아이템까지 명품으로 치장하려는 욕구를 보입니다.

패션에 관심이 많은 중견기업 직장인 유민재씨(31)는 명품을 사기 위해 적금을 붓고 있습니다. 최근엔 자신의 생일을 기념해 1200만원 넘는 브라이틀링 시계와 180만원 가까이 하는 루이비통 스니커즈도 구매했습니다. 유 씨는 “틈틈이 모아온 비상금과 성과급, 적금 등을 모아 몇 달 고민하던 제품을 샀다. 원하는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 백화점을 세 군데 돌았다”고 전했습니다.

유씨처럼 남성의 명품 소비는 가방은 물론 지갑, 스니커즈, 시계에서 에어팟 케이스까지 특정 품목에 국한되지 않고 나타납니다. 루이비통, 구찌가 전통적 인기 브랜드로 자리잡았고 발렌시아가, 보테가 베네타, 톰 브라운 등 '핫'한 디자인의 브랜드도 2030 남심을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사진=한경DB


이미 백화점들은 발빠르게 남성 명품 소비 트렌드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서울, 경기 등 지역 대표 백화점들이 매장을 확 바꾸는 리뉴얼로 고객 발길 잡기에 나섰습니다. 현대백화점은 2020년 압구정본점 4층 전체를 ‘멘즈 럭셔리관’으로 바꾸고 해외 패션 브랜드의 남성 매장을 잇달아 열었습니다. 지난해엔 프라다의 남성 매장 ‘프라다 워모’, 돌체앤가바나의 남성 매장인 ‘돌체앤가바나 우오모 스토어’ 등이 입점했습니다. 같은 층에 입점한 ‘랄프로렌 퍼플라벨’은 랄프로렌 최상위 라인의 매장입니다.

롯데백화점도 서울 소공동 본점 5층을 남성 고객을 위한 해외 패션 전문관으로 꾸몄습니다. 하이엔드 레디투웨어(RTW) 브랜드 '톰포드', 도메니코 돌체&스테파노 가바나 듀오 디자이너가 1985년 선보인 '돌체앤가바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의 '발렌티노' 등 최근 2030 남성이 선호하는 고급 남성 브랜드들이 포진했습니다. 루이비통 맨즈, 구찌 맨즈까지 입점해 명품 라인을 강화한 남성 패션관은 재단장 이후 올해 3~9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훌쩍 뛰었습니다.

2011년부터 남성전문관을 선보였던 신세계백화점은 강남점과 본점에 위치한 남성 명품관인 멘즈 살롱에 루이비통·구찌·펜디·톰포드 등 남성 명품 브랜드를 입점 시켜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 명품업계 관계자는 “여성 고객들은 명품을 살 만한 사람은 살 만큼 다 샀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어느 수준까지 수요를 충족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향후 구매 잠재력이 큰 소비층으로 젊은 남성 고객을 꼽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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