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주종혁'] 욕심과 성취감이 만든 연기파 배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권민우로 활약 "권모술수 별명 기적적인 행운"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오랜만에 보는 쾌할하고 발랄한 남자 배우였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오늘 잘 부탁한다"며 명함을 건네자, 상대방 또한 수줍게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이름과 담당 매니저 번호가 적힌 명함이었다. 웃음을 터트리자 "인터뷰를 앞두고 준비했다"며 뿌듯해하는 배우 주종혁이다.
주종혁은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더팩트> 사옥에서 취재진과 만나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극본 문지원, 연출 유인식, 이하 '우영우')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에 앞서 소속사 BH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주종혁이 신인 배우인지라 말을 못할 수도 있다며 연신 걱정을 내비쳤다. 하지만 기우였다. 솔직함과 밝은 에너지를 지닌 주종혁은 인터뷰 내내 자신의 매력을 120% 발산했다.
작품은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박은빈 분)가 대형 로펌 한바다에서 살아남는 이야기를 그렸다. 주종혁은 극 중 한바다 신입 변호사이자 우영우의 동기인 권민우를 연기했다.
주종혁이 '우영우'를 만난 건 오디션을 통해서였다. 그는 "권민우 역에 관한 한 장면 정도를 받았는데, 곧바로 얄밉지만 자기관리를 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문에 외적인 모습을 단정하게 보여주고 싶어 머리도 넘기고 정장을 입고 갔다. 나중에 들어보니 권민우 그 자체 같았다고 하더라. 덕분에 처음 준비한 모습 그대로 촬영 때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주종혁은 권민우를 '현실적인 인물'로 생각해 현실적으로 다가갔다. 그는 "권민우라는 인물이 사실 얄미운 짓을 하지만, 어느 지점에서는 조금씩 납득이 됐던 부분도 있었다"고 밝혔다. 감독이랑 이야기하면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천재를 이길 수 없는 2인자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했단다. 주종혁은 "권민우가 2인자는 아니지만 본인만의 콤플렉스가 확실했던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반대로 권민우의 인간적인 모습에도 집중했다. 때문에 회사에서의 모습과 집에서의 모습을 확실한 차이점을 두고 보여주고 싶었다. 주종혁은 "회사 내 권민우는 한 시대를 열심히 사는 청년이다. 물론 방법이 잘못된 부분은 있지만 그 사람 나름대로 자신만의 시대를 살아가는 인물이다. 반대로 집에서는 치열하게 있을 필요가 없으니 조금 풀어지고 게으른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권민우라는 이름이 '권력에 민감한 친구'라는 의미에서 비롯됐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권모술수라니, 모든 게 표현이 되는 단어이지 않나요. 살면서 권모술수라는 말을 듣기 쉽지 않은데 신선하게 느껴졌어요. 단어 하나로 권민우라는 인물이 표현된다는 게 기분이 이상했어요.(웃음)"
'신드롬급' 인기를 자랑한 '우영우'는 2022년 최고의 드라마로 꼽혀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특히 ENA라는 생소한 채널에서 0.9% 시청률로 시작해 가파른 상승세와 함께 최종회 17.5%로 막을 내렸다는 점은 작품이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매회 시청률이 상승하는 것을 직접 본 주종혁은 그저 얼떨떨했다고 돌이켰다. 막상 방송이 시작되고 반응이 터지는 걸 보면서 '이게 지금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싶어 당황스러웠단다. 그는 "사실 작품을 많이 안 해본 데다 그나마도 OTT 위주여서 시청률을 잘 몰랐다. 그래서 인기나 높은 시청률을 예상하지도 못했다. 다만 출연하는 모든 선배님들이 연기를 잘하다 보니 보는 분들이 재밌게 즐길 수 있겠다고는 생각했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을 줄은 몰랐다"고 밝혔다.
인기를 가장 체감할 때는 자신의 이름에 '권모술수' '시고르자브종혁' 등의 수식어가 붙을 때다. 주종혁은 "캐릭터로 인해 별명이 붙는다는 게 배우 인생에서 쉽게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 않나. 개인적으로는 인생에 한 번뿐인 경험일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이런 수식어들이 인생의 큰 선물 같다. '권모술수'라고 하면 곧바로 나라는 인물을 떠올려주는 게 아닌가. 배우라서 연기를 한 것뿐인데 이렇게 수식어까지 얻을 수 있어 정말 행복하다"고 전했다.
물론 인기만큼이나 원성도 뒤따랐다. 권민우라는 역할이 '권모술수'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마냥 좋은 캐릭터는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초중반에는 주인공인 우영우를 향한 견제와 열등감 등이 모난 행동으로 드러나며 많은 욕을 먹기도 했다. 이런 경험이 처음인지라 상처가 됐을 법도 한데, 주종혁은 광기 그 자체의 모습을 보였다.
"태어나서 이렇게까지 욕을 처음 먹어봤죠. 하지만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캐릭터였잖아요. 그래서 처음에는 극 중 욕먹을 사람이 저밖에 없으니까 더 설렜어요. 권민우를 향한 욕은 좋은 관심이니까 기분이 좋았어요. 오히려 더 욕 해 달라고 하고 싶었을 정도로요. 물론 가끔은 신체적인 부분을 언급하며 욕을 할 때는 권민우가 아닌 내 욕을 하는 건가 의아하긴 했지만요.(웃음)"
'우영우'는 캐릭터들의 '케미'가 돋보인 '한바다즈'는 물론, 실제 배우들의 '케미'로도 화제를 모았다. 경력도 나이도 다양한 이들은 한 팀으로서 긍정적인 시너지를 만들어냈다. 주종혁은 "오디오가 빌 시간이 없을 정도로 '케미'가 너무 좋았다. 아무래도 가장 큰 형인 강기영 형이 주축이 돼 활기차게 현장을 만들어줬기 때문"이라며 "덕분에 배우들 모두가 아무리 피곤해도 현장만 가면 에너지가 생겼다. 기분 좋은 에너지를 바탕으로 서로 역할에 관해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헷갈리는 부분이 있으면 바로 물어볼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됐다. 그러다 보니 장면들도 점점 더 풍부해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케미' 하나만큼은 최고였다고 자신할 수 있어요. 그 이유 중 하나가 에피소드 나온 선배님들의 말씀이에요. 오랜 시간 연기를 해온 많은 선배님들이 '그동안 너희처럼 좋은 팀을 본 적이 몇 번 없다'고 하는데, 이런 말씀을 들을 때마다 복 받았다는 걸 새삼 느꼈죠. 저 역시 이런 팀을 또 언제 만날 수 있을까 싶어요."
넷플릭스 'D.P', MBC '검은태양', 티빙 '유미의 세포들', tvN '해피니스', 그리고 '우영우'까지. 데뷔 후 화려한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는 주종혁이다. '700대1'의 경쟁률을 뚫은 배우로도 유명한 그가 느끼는 연기의 재미는 무엇일까.
주종혁은 "너무 못해서 재밌다"는 의외의 답변을 꺼냈다. 그는 "드라마와 영화를 보면서 배우들은 어떻게 진짜처럼 저 캐릭터를 연기하는지 궁금했다. 그러다 보니 나 또한 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라. 연기를 시작한 뒤에는 현장에 가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연기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게 재밌었다. 그렇게 또 다른 욕심이 생기고, 영화제에 가본 뒤에는 큰 화면에 내 모습이 나왔으면 했다. 그리고는 한 명의 관객이라도 내 작품을 보고 내 역할에 공감해줄 때가 또 재밌더라. 한 단계 한 단계 욕심이 성취감으로 변하는 걸 느끼면서 연기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말했다.
주종혁의 새로운 욕심이자 목표는 '질리지 않는 배우로 기억되는 것'이다. 특히 그는 가장 좋아하는 칭찬이 '얘가 얘였어?'란다. 이런 칭찬을 더 듣고 싶어서라도 장르 안 가리고 많은 작품을 하기 위해 열심히 달려갈 계획이다. 주종혁은 "작품 수가 적다 보니 아직도 내가 잘하는 연기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그러니 앞으로도 내가 재밌게 할 수 있는 역할들은 다 해보고 싶다. 그렇게 시청자들과 관객들에게 새로우면서도 편안하고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다"고 바랐다.
끝으로 주종혁은 '우영우'를 '기적의 행운 같은 작품'이라고 전했다. "작품을 하게 된 것도, 오디션에 하필 권민우에 걸맞게 준비해 간 것도 모두 잘 맞아떨어진 운이 있었던 덕분이에요. 기적적인 행운을 경험했죠. 그렇지만 들뜬 마음을 오래 가져가진 않으려고요. 얼른 가라앉히고 또 오디션 준비 열심히 해서 다른 모습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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