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충격'에 日 24년 만에 시장 개입.."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이재은 기자 2022. 9. 24.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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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러=145엔' 깨져..엔화 가치 24년 만에 최저치
일본은행, 24년만에 외환시장 개입
시장 "日 금리인상 없이는 효과 제한적"

일본 중앙은행이 24년 만에 엔화를 사는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했다. 지난 22일 엔화 값이 장중 한때 달러당 145.89엔까지 치솟는 등 엔저(円低·엔화 가치 하락) 현상이 심화된 데 따른 조치다.

그러나 시장은 “정부의 개입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엔화 가치가 추락하고 있는 원인으로 꼽히는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가 좁혀지지 않는 이상 외환 개입은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를 정리하는 모습.

◇ ‘나홀로 금리동결’에 엔화 가치 추락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의 단기 정책 금리는 -0.1%, 2년물 국채 금리는 -0.07%로 주요국 가운데 유일하게 마이너스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은 물가 안정을 목표로 금리인상에 나선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과 달리 경기 부양을 위한 양적완화 기조를 고집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최근 3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p)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는 등 광폭 긴축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정책금리는 3.0~3.25%, 2년물 국채 금리는 4.11%로 일본과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은 금리를 올려 시중에 풀린 달러화를 회수하는 반면,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면서 엔화 공급량을 늘리고 있어 엔화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 22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한때 달러당 145.89엔까지 급등했던 환율은 일본은행과 일본 정부가 달러를 팔아 엔화를 사들이는 외환 개입을 하면서 140엔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튿날 런던 외환시장에서 엔화가 다시 달러당 143엔대로 오르면서 개입 효과가 지속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JP모건은 “1990년대 후반 일본의 개입에서 얻은 교훈은 시장의 초기 반응이 가장 커지기 쉽다는 것”이라며 “이번에도 결국 헛된 개입으로 끝날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일본이 엔화를 사는 시장 개입에 나선 것은 1998년 6월 17일 이후 약 24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지난 2011년 11월에도 외환 개입이 있었지만, 당시에는 엔화 강세에 따라 엔화를 파는 개입이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

◇ 시장 “정부 개입 효과 미미”

시장에서는 외환 개입만으로는 엔저 현상을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일본이 엔저 대응에 쓸 수 있는 실탄이 마땅치 않은 데다, 주요국의 동참 없이는 ‘엔화 매수’의 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일본의 외환보유액은 1조2921억달러로 세계 2위 수준이지만, 실제 엔저에 대응해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자금은 국제결제은행(BIS)이나 타국 중앙은행 등에 예치한 약 1361억달러(약 194조원)에 그친다. 외환보유액의 약 80.2%인 1조368억달러는 미국 국채 등으로 보유하고 있어 당장 현금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와타나베 히로시(渡邊博史) 전 일본 재무성 재무관은 24일 보도된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이 달러를 찍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군량미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단독 개입으로는 글로벌 달러화 강세 추세를 막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유럽 등은 일본의 외환시장 개입 소식에 “일본과 공조 개입에 나서지 않았다”고 일제히 선을 그었다. 미 재무부는 “외환 개입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일본과 함께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네덜란드 투자은행인 라보뱅크는 “엔화 약세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단독 개입보다 주요국 공조개입이 효과적이지만, 글로벌 달러화 초강세로 인해 플라자 합의와 같은 국제적 공조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 블룸버그

◇ 美 연준 금리인상 속도…엔화 약세 압력 심화될 듯

앞으로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가 더 벌어지면서 엔화 약세 압력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22일 금리동결 결정을 내린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당분간 금리를 인상하는 일은 없다”며 “필요한 시점까지 금융완화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분간은 수개월이 아닌 2~3년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미 연준은 연말까지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연준이 공개한 점도표를 보면 미국의 내년 최종금리 전망은 3.8%에서 4.6%로 높아졌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를 향해 내려가고 있다고 확신하기 전에는 금리인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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