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와 한식의 풍미.. 서로를 얼싸안다 [유한나가 만난 셰프들]

2022. 9. 24.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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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다이닝 '푼주' 김세진 셰프
일식에 매력 느껴 고3때 본격 뛰어들어
프렌치도 접목 지금은 한식주방 이끌어
전통주·음식·식기 '3박자' 조화로움 집중
지평주조와 우리 술에 맞는 음식 선보여
한입거리 '주병합 타파스' 시그니처 메뉴
파인애플칩·참치육회 등 4단 합안에 담겨
전통주와 한식을 다채롭게 선보이고 있는 김세진 셰프를 만났다. 김 셰프는 자영업을 하는 부모 밑에서 성장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집에서 동생과 직접 밥을 해서 먹을 일이 많았다. 그게 습관이 되다 보니 요리가 취미가 되었고, 초등학교 때부터 장래 희망에 요리사를 적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고등학교를 조리고로 진학하려고 했으나 부모님의 반대로 진학을 못했다. 고3 때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그때 아버지가 처음으로 요리를 시작하는 것을 허락해 줘 본격적인 요리의 세계로 들어올 수 있었다.
 
고등학교 때 요리사의 연봉이 높고 그중에서도 일식 요리사가 높은 급여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일식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고3 담임 선생님이 요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서 요리 학원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적성이 잘 맞아서 요리 대회를 통해서 호텔외식산업학과에 진학을 하고, 대학 시절 학과장의 도움으로 캐나다의 다양한 식당에서 근무를 하면서 파티 요리에 관련된 경력을 쌓고 실력이 향상되었다. 토론토에서 인연이 된 셰프가 호주에 머무를 수 있게 도와주어서 시드니를 거치고 한국에 돌아와서 글램이라는 레스토랑의 오픈 멤버로 참여하게 되었다. 이후 라미띠에, 몽마르뜨 서울에서 프렌치를 경험하게 되었다.
김세진 셰프
당시 몽마르뜨 서울의 장병동 셰프에게 재료를 다루는 것과 요리를 대하는 자세, 태도를 배우게 되었다. 일식과 프렌치는 다른 것으로 보이지만 그 본질로 들어가면 재료를 다루거나, 요리를 하는 방법에 유사한 부분이 많다. 일식을 통해 생선을 잘 다루는 부분이 프렌치를 할 때 장점으로 작용되었다. 일식을 공부한 사람의 시각에서 요리에 접근하고 풀어내는 방법이 프렌치 주방에서는 신선하게 느껴지고 새로운 방식의 접근으로 김 셰프만의 장점이 되었다. 라미띠에와 몽마르뜨 서울에서 지금의 김 셰프의 요리 세계를 만드는 데 많은 영향을 끼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김 셰프는 요리에 감정이 섞이지 않도록 하면서 동시에 매일매일 환경의 컨디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단순히 레시피에 치중하고 맞춰 나가는 요리가 아니라 그날그날의 온도, 습도, 상태에 따라서 레시피의 미세 밸런스를 조정하고 달라지는 요리를 추구하고 있다. 현재 김 셰프는 한식 다이닝 푼주의 주방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 푼주는 한식으로 된 맡김차림 요릿집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리움에 소속된 전상근 작가와 컬래버레이션을 통한 식기들과 어울리는 메뉴를 구성하고 있다. 지평주조와 함께 한식과 전통주에 대한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음식과 주류의 페어링에 집중하고 그 퀄리티를 높여서 한국 술문화를 업그레이드하자는 취지에서 기획된 다이닝이다. 큰 줄기는 김 셰프, 지평막걸리, 리움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공간이다. 김 셰프와 성향이 맞는 전 작가를 리움에서 추천해주어서 음식이 돋보일 수 있는 식기의 작업을 같이 진행하고 김 셰프를 위한 식기를 따로 제작했다. 가격 접근성을 좋게 해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지평주조와 함께하고 있지만 지평주조의 술만 선보이지 않고 있으며 다양한 우리 술을 선보이기 위한 노력을 메뉴에 많이 기울이고 있다. 지평주조는 현재 탁주 3종만 매장에서 만날 수 있다. 청주와 증류주도 차근차근 선보일 예정이다. 우리 술을 선보이기 위해 음식들을 같이 곁들여 제공하고, 이러한 장을 펼쳐준 것이 지평주조가 해주는 역할이다.

해장국과 무밥을 곁들인 보쌈
푼주는 옛 사대부나 왕실에서 차나 술을 마시던 아가리가 넓은 잔을 의미한다. 김 셰프는 본인이 만들어가는 공간 안에서 음식과 술을 즐기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공간적 미를 재해석해서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푼주라는 이름을 지었다. 그러다 보니 다이닝 푼주는 처음부터 끝까지 전통주와 어울리는 한식을 소비자에게 보여주고 전달하기 위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푼주의 첫 번째 시그니처 메뉴는 전 작가의 시그니처 주병 4단 합 안에 한입거리 음식이 제공되어지는 주병합 타파스이다. 식사 전에 술과 함께 곁들여 먹을 수 있는 소량의 한입거리 음식들을 4단 합 안에 각자 담아서 제공된다. 말린 파인애플 칩, 김부각 안에 아귀간을 담아내는 김부각 타파스, 콩피한 토마토를 이용한 라타투이가 안에 들어가서 같이 곁들여 먹을 수 있도록 구성된 문어 숙회와 당근 퓌레, 감태에 싸먹을 수 있는 참치 육회가 주병의 형태를 이루고 있는 4단 합 안에 차곡차곡 정갈하게 담겨서 제공된다.

주병합 타파스
푼주의 두 번째 시그니처 메뉴는 참숯에 훈연한 보쌈이다. 감자 매시와 아스파라거스를 곁들인 수비드한 보쌈을 제공하고 있다. 직접 만든 참나무 장아찌와 새우젓 무침, 미나리 장아찌와 보쌈 김치가 같이 내어진다. 고기만 단품으로 내어지는 것보다는 쌀과 국물이 같이 있어야 하는 우리나라의 문화를 참고하여 파로만 만든 해장파국과 채 썬 무가 들어간 무밥까지 함께 구성해서 서비스하고 있다.

김 셰프는 평소 접하는 한식을 기반으로 많은 공부를 하고 지방을 다니면서 직접 경험하고 부딪쳐서 배운 것들을 김 셰프만의 레시피로 풀어내고 있다. 김 셰프에게 요리는 본인 자신이며 동시에 소비자가 즐거워하고 함께하는 직원들과 상생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이자 방법이다. 요리를 앞으로 더욱 잘 펼친다면 꿈을 가지고 있는 후배들이나 직원들이 같이 나아갈 수 있는 카테고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전통주와 우리 음식을 알려나가는 데 집중하고 있다. 김 셰프는 자신과 자신이 이끌어 나가는 공간을 통해서 더욱 많은 전통주와 그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우리 음식들이 알려지고 확장되어 나가길 꿈꾸고 있다. 

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hannah@food-fantas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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