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로 디지털과 물리적 세계 연결..한국은 잠재력 큰 시장"
로버트 페인터 CEO 단독 인터뷰
건설업계에 디지털 혁신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한국을 방문한 로버트 페인터(Robert Painter) 트림블 최고경영자(CEO)는 이렇게 말했다.
오랫동안 디지털 낙제점을 받아 온 건설업계가 디지털 대전환에 나서고 있다. 최근 건설업계는 공급망 붕괴에 따른 자재난을 비롯해 공사비용 및 공사 기간 낭비, 육체노동 기피 현상,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이 겹치면서 이를 타개할 방안 모색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산업 생산성이 20년째 정체된 데다가 산업 혁신도 다른 직군 대비 최하위 수준으로 뒤처졌다는 지적까지 나오자 더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는 평소 한국의 시장 잠재력이 풍부하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개발 호재가 많고 전반적으로 기술 수준이 높아 트랜드에 적응하는 속도가 빠르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한국기업들과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앞으로 중요한 비즈니스 무대가 될 한국시장에서 기회를 찾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지난 20일 매경닷컴은 그와 국내 언론 최초로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래는 일문일답이다.
ㅡ트림블은 어떤 회사인가.
트림블은 북미에 기반을 둔 대형기술기업이다. 1978년 설립 이후 건설·농업·운송·유틸리티 등 다양한 분야의 디지털화를 지원하고 있다. 다양한 산업현장에 사업성 극대화, 효율성 및 문제성 개선, 환경 지속가능성 등 혁신을 불러왔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글로벌 150개국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현재 미국증권시장을 대표하는 S&P500지수에 편입된 상장기업이기도 하다.
ㅡ한국에 방문한 이유는 무엇인지.
한국은 잠재력이 큰 시장이다. 삼성이나 현대 같은 대형기업들이 글로벌시장에서 활약하고 있고, 중소기업들이 보유한 기술 수준도 전반적으로 높아 배울 점이 많다. 트림블도 한국시장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현지법인을 세워 직원을 고용한 40여개 국가 중 하나가 한국이고, 2019년부터 성균관대에 트림블기술연구소와 트림블테크놀로지랩을 설립해 차세대 인재들을 키워내고 있다. 또 한국에 있는 파트너들을 만나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한국시장의 성장성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날아왔다.
한국 건설업계는 디지털 전환에 관심이 많다. 건설사들이 트림블의 솔루션을 채택할 뿐만 아니라 자체적으로도 여러 가지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아직 광범위한 도입이 이뤄지지는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세계 경제가 어려운 시기를 맞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한 기업의 경쟁력 재고가 중요한 시점이다. 트림블은 고객들이 글로벌시장에서 더 많은 사업을 수주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ㅡ트림블의 기술은 건설업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나.
건설업계의 문제는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기한과 예산을 초과한다는 데에 있다. 건설산업은 크게 설계사→엔지니어→시공사→시행사로 이어지는 AECO 흐름과 설계→건축→운영으로 이어지는 DBO 흐름이 있는데, 트림블의 관리 기술은 이 흐름을 연결한다. 하나의 플랫폼에서 모든 현장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이 같은 고차원적 빌딩정보모델(BIM)을 프로젝트 전 과정에 적용하면 원활한 스케줄 관리가 가능해지고 리스크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게 돼 공기가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난다.
자연스럽게 비용도 절감된다. 자재 보유 현황을 확인해 낭비를 줄이고, 자재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분석해 가장 적절한 시기에 자재를 구입할 수 있어서다. 근로자 부족난 역시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사람이 직접해 온 위험한 지하 공간 측량을 로봇이 대신하거나, 3D 모델 설계정보 데이터를 현장 작업에 투입되는 건설기계에 전달해 자율건설기계로 업그레이드하는 방법 등이 있다. 이것이 바로 디지털 세계와 물리적 세계의 연결이다.
환경보호에도 디지털 기술이 활용된다. 트림블 솔루션을 이용하면 작업 효율성이 30% 이상 증대되기 때문에 수억톤 단위의 온실가스 배출 저감이 가능해진다. 또 폐기물의 양을 제어하고 재활용을 극대화해 오염원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ESG 목표를 주창하는 분위기다. 고객들이 전개하는 사업을 친환경적으로 만들기 위한 기술을 채택하고 있다.
미국에는 할리우드 BIM이라는 표현이 있다. 외관만 예쁘게 만들어 주는 것을 할리우드 BIM이라고 한다. 트림블은 실제로 작동하는 BIM이라고 보면 된다. 데이터와 유저를 연결하고 개인의 라이프 사이클에 맞춘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할 수 있다. 또 해마다 유저 컨퍼런스인 트림블 디멘션스를 열고 고객들에게 신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올해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클라우드 부문의 역량을 키우고 있어, 이와 관련된 자세한 소식을 들을 수 있게 될 것이다.
ㅡ트림블 솔루션 적용 프로젝트 중 성공사례를 소개한다면.
한국에서는 롯데월드타워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센터 디자인, 새만금 프로젝트, 부산델타에코시티 조성 등에 트림블의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와 3D 기술이 활용됐다. 터널 건설 시 측량 과정과 지반 상태 및 붕괴 위험성을 모니터링하는 데에도 트림블의 프로그램이 쓰였다. 나아가 협력 관계인 DL건설 및 텐일레븐과도 인공지능 설계, 모듈러 제작, 기술력 향상 등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사례들이 있다.
ㅡ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싶은 기업이 있는가.
관심을 두고 있는 세 가지 분야가 있다. 첫 번째는 통신이다. 두 번째는 건설기계제조사 같은 건설부문 OEM업체들. 세 번째는 완성차 OEM기업들이 트림블의 주요 파트너가 될 수 있다.
ㅡ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디지털 변혁을 통해 세계가 작동하는 원리를 바꾸는 것이 트림블의 목표다. 이 과정에서 매출 성장과 고용 증대 등이 이뤄지고, 전 세계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 있으리라 믿는다. CEO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회사가 능력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리드하겠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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