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정의 '취향 일지'] 솔직한 의견 교환
"솔직한 의견을 교환했다"는 무슨 뜻일까요?
미중 외교장관 회담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렸습니다. 신화통신이 "양측은 회담이 솔직하고 건설적이며 중요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지금은 유통경제부에서 일하고 있지만 전에 정치부 기자로 외교부를 출입할 때 생각이 났습니다.
외교회담 이후에 양측이 "솔직한 의견을 나눴다"라고 발표하면 "양측의 서로 다른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는 분위기를 완곡하게 전달하는 것입니다. 저도 외교부를 출입하면서 '딥백 브리핑'(Deep back)으로 알게된 '외교 수사'입니다. 정부 브리핑은 4단계가 있습니다.
먼저 '온’(ON) 브리핑 입니다. 마이크가 켜져 있다는 뜻입니다. 공식 멘트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다음이 백(back) 브리핑입니다. 공식적으로 말을 못하는 사안에 대해 기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설명을 해주는 브리핑 입니다. 통상 '외교부 관계자에 따르면~'으로 보도를 합니다.
그 다음 단계가 딥백 브리핑 입니다.
여기서부터는 사안이 민감해 집니다. 기사를 쓸 때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쓸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기자들이 '뇌피셜'로 기사를 쓰면 메시지가 중구난방 흐트러집니다. 이럴 경우, 정부는 딥백 브리핑을 기자단에 요청합니다. 기자단 간사가 '수용'을 하면 정부 관계자가 '깊숙한 뒷 얘기'들을 설명해 줍니다. 딥백 브리핑은 기자들이 기사의 방향이나 흐름을 잡는데 도움이 됩니다. 그 다음이 비보도를 전제로 얘기해 주는 '오프 더 레코드' 입니다.
외교 현장을 취재하다 보면 각국 기자단별로 특색이 있습니다. 일본 외교부 기자단은 비교적 정부와 '협력(?)'이 잘 됩니다. 정부가 요청하는 비보도나 엠바고가 잘 지켜집니다. 그래서인지 일본 정부 관계자들도 기자들과 깊은 얘기들을 많이 공유합니다. '한일 회담'의 취재하는 한국 기자들은 한국 정부 쪽에 취재가 잘 안될 경우 평소 친하게 지내는 일본 기자들을 상대로 취재하기도 합니다.
미국과 중국의 외교장관들은 이날 대만 문제를 놓고 '솔직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보입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하나의 중국' 정책은 유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대만해협의 안정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합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이익"이라면서 대만 독립에 반대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표명할 것을 미국 측에 요청했다고 합니다. 회담 분위기가 상당히 '솔직'했던 것으로 짐작이 되시죠?
[김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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