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빙하기에 '270만가구 주택 공급' 뒷받침할 비밀병기

차학봉 부동산전문기자 입력 2022. 9. 24. 08:04 수정 2022. 9. 24.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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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학봉기자의 부동산 봉다방>
정병윤 한국리츠협회장 인터뷰
침체기, 리츠 활용하면 임대주택 등 공급확대 가능
집값 오를땐 분양주택으로 전환, 주택비축기능
외국에선 리츠 활용해 인프라투자, 시니어 시설 확충
리츠로 자산유동화, 기업투자 활성화로 연결해야
불필요한 규제 풀고, 적극적 지원책 마련해야
"지금 리츠사면 8% 안정적 배당 가능, 금리 내리면 시세차익도"

“주택 가격 하락폭이 1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시장이 급랭하고 있다. 리츠를 잘 활용하면 주택 공급이 급감하는 부동산 경기 침체기에 임대 등 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

정병윤 한국리츠협회장은 270 만 가구 주택공급 등 ‘8·16 부동산 대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정부가 리츠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츠는 부동산에 투자해서 임대 수익을 주주에게 배당하는 상품으로, 한국에는 20개 상품이 증시에 상장돼 일반 주식과 똑같이 거래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국토도시실장과 기획조정실장, 대한건설협회 상근부회장 등 역임한 정 회장은 작년 7월 리츠협회장에 취임했다. 정 회장은 리츠 배당을 월배당으로 바꿀 수 있는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민간 도심복합개발에 리츠 참여의 길을 여는 등 리츠활성화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서울의 도심 개발사업장. 정부는 리츠를 도심복합개발 사업에 참여시킬 방침이다./연합뉴스

정 회장은 “금리가 오르면서 미분양이 늘고 대출 중단으로 추진에 어려움을 겪는 사업장이 늘고 있다”면서 “새로운 자금 조달방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주택 공급 목표 달성이 어렵고 다시 시장이 과열될 때 주택가격이 폭등하는 등 온탕 냉탕식 시장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 회장은 은퇴계층의 노후준비, 주택공급 활성화, 기업투자확대를 위해 정부가 외국처럼 리츠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부가 주택공급확대 정책을 담은 8.16대책을 발표했다. 경기가 침체되면 오히려 주택 공급이 더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집값이 올라가면 정부가 뒤늦게 공급 확대 정책을 펴다가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면 주택문제에 대한 관심 자체가 없어진다. 주택공급은 계획, 인허가, 건설기간 등을 감안하면 최소 5~7년 걸린다. 시장의 장기적 안정을 위해서는 경기에 상관없이 꾸준하게 주택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시장이 얼어 붙고 미분양이 급증하면 공급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금리가 급등하면서 이미 자금 조달 문제로 차질을 빚는 사업장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리츠를 통해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

정병윤 한국리츠협회장은 리츠를 활용하면 주택시장 침체기에 임대주택을 늘리는 등 주택 공급을 확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니어시설 확충, 자산유동화를 통한 대기업의 신규 투자 촉진을 위해서도 정부가 리츠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리츠 활용하면 ‘주택 비축 은행’ 만들 수 있어

-리츠를 통한 주택공급 확대 가능한가?

“정부 재원의 한계로 임대주택을 크게 늘릴 수는 없다. 5~6% 정도의 배당수익을 줄 수 있는 리츠 사업 구조를 만들면 얼마든지 자금을 끌어 모을 수 있다. 리츠를 통해 임대주택을 공급, 주택가격이 오를 때 분양 주택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일종의 ‘주택 비축은행’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리츠가 임대주택에 투자하기 어려운 규제들이 있다. 황당하게도 리츠가 임대주택을 소유해도 종부세 합산과세 대상이 된다. 현행 세제로는 막대한 종부세 부담으로 사업을 유지할 수 없다. 리츠의 임대료 인상에 제한을 가하는 대신에 세제감면이나 택지를 저렴하게 공급하는 등의 보완책이 필요하다.”

-리츠에 혜택을 주면 특혜 시비가 발생할 수도 있다.

“지금도 공공택지를 민간업체에 저렴하게 공급, 특혜 시비가 일기도 한다. 하지만, 리츠는 국민들이 주식을 소유하기 때문에 특혜 시비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 세제혜택을 주는 대신에 리츠에 일반 공모 비율을 정하면 된다. 리츠를 통해 개발사업을 추진한다면 개발이익이 국민들에게 돌아가 특혜 시비 자체를 막을 수 있다. 신도시 등 공공택지에도 리츠가 좀더 활발하게 참여할 수 있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리츠를 통한 주택 비축을 강조했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리츠를 활용, 경기침체기에 분양주택 수준의 민간 임대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한 후 주택공급이 부족해 집값이 오르는 시기에 임대주택을 분양전환하면 된다. 대신 분양가는 사전에 정부와 리츠가 협약을 맺어 합리적으로 가격을 설정하면 된다. 임대주택을 통해 분양주택을 비축하는 효과를 가질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기 침체기에 적극적으로 임대주택을 지어야 장기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

◇리츠, 부동산 민주화의 강력한 수단

-외국은 인프라 투자에 리츠를 활용한다고 하던데?

“중국은 최근 리츠를 통해 도로, 태양광발전 등 각종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도로 등 민자사업의 경우, 특정 업체가 지나치게 이익을 많이 가져 간다는 논란이 있었다. 그런데 민자사업의 이익이 리츠를 통해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구조라면 특혜 시비를 차단할 수 있다. 지자체 개발사업도 리츠를 활용해서 개발이익을 주민들에게 우선적으로 돌려줄 수 있다. 신도시의 토지보상도 리츠 주식으로 하는 방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막대한 토지자금이 풀려 인근의 땅값, 집값을 올리는 부작용도 연례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도심재개발사업, 가로정비사업 등에 리츠가 참여하면 자금조달 측면에서 기여할 수 있다. 리츠는 일종의 부동산 민주화의 수단이다. 특정 개인이나 기업이 아니라 국민 누구나 쉽게 부동산을 소유할 수 있게 한다.”

-한국 리츠의 시장 규모는?

“리츠가 도입된 게 2001년이다. 리츠는 최근 5년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2017년과 비교하면 상장리츠가 4개에서 최근 20개로 늘었고, 자산규모가 3500억원에서 15조5000억원으로 43배 증가했다. 최근 3년간 매년 5개의 리츠가 상장됐는데, 올해 5개가 상장될 예정이다.”

-리츠산업의 성장 가능성은?

“은퇴계층 증가로 안정적인 은퇴소득을 준비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 리츠는 보통 5~6%의 안정적인 배당이 가능하다. 금리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주가가 5000원 이하로 떨어진 리츠가 많다. 지금 사면 일부 주식은 배당수익률이 7~8% 이상 나올 수 있다. 다시 금리가 내려가면 주가가 오를 것이다. 상장리츠 시가총액이 한국이 7.7조 정도인데, 미국은 2000조, 호주가 137조, 일본이 163조, 싱가포르가 115조원이다. 외국과 비교하면 한국 리츠의 발전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외국의 리츠 규모가 이렇게 커진 것은 은퇴계층 등 안정적인 배당소득을 원하는 수요가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한국도 고령화로 은퇴계층이 눈덩이처럼 늘어날 것이고 리츠 시장도 커질 것이다.”

-리츠의 가격 변동성이 생각보다 크다

“금리 변동 등에 따라 주가가 오르락 내리락 한다. 그러나 한국 리츠는 정부가 엄격한 심사를 통해서 검증한 상품이다. 업계에서는 정부 규제가 너무 심하다는 비판을 할 정도이다. 물론 리츠를 고를 때는 배당수익률, 투자 자산,계약 내용등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증권사에서 나오는 보고서들을 참고해서 선택하면 된다.”

-한국은 급속도로 고령화되고 있지만, 고령자를 위한 시설이 많이 부족하다. 외국에서는 리츠가 시니어 산업에 투자를 많이 한다.

“미국에서는 요양병원, 전문 간호시설 등 헬스케어 리츠가 15개 정도 된다. 시가총액이 1100억달러, 우리 돈으로 무려 154.5조원이나 된다. 급속도로 고령화되는 은퇴계층을 위한 인프라 투자를 리츠가 주도한다. 은퇴계층이 리츠에 투자하고, 리츠가 은퇴 계층용 인프라 투자를 주도하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 신사업 모델로 부상하고 있는 CCRC(Continuing Care Retirement Community, 은퇴자주거복합단지)는 한국도 참조할 만하다. 55세부터 입주하는 대규모 시설로, 건강할 때 입주해 추후 필요에 의해 간병 및 장기요양 나아가서는 의료지원, 치매보호 및 치료 서비스까지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다. 한국도 리츠를 활용해서 부족한 시니어 시설을 공급해야 한다.”

◇리츠 활용해 대기업 신규사업 진출 촉진시켜야

-리츠가 기업들의 자산유동화를 통한 신사업 진출과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기업들은 자산을 소유하고 있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이나 제도적 개선책은 없는가?

“우리나라 기업은 부동산 불패신화에 대한 믿음이 있어 자산을 계속 보유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기업들이 자산보유보다 신사업 진출을 강조하는 식으로 경영전략을 바꾸고 있다. 실제로 최근 SK, 롯데 등이 보유 자산을 리츠에 넘겨 마련한 자금으로 신규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기업들의 신규사업 진출 촉진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보유 부동산을 리츠에 넘길 때 양도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 또는 법인세 감면과 같은 혜택들이 필요하다. 국민들에게 투자 기회를 주고 신산업 진출을 위한 자금확보는 국가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발생시킬 것이다.기업은 자산을 유동화하더라도 임차를 통해 공간을 사용하고 해당 리츠 주식의 일부를 보유하고자 한다. 이러한 경우 공정거래법에 의해 지주회사 규제를 적용받을 수 있다. 지주회사 규제는 일부 기업의 경제력 집중현상을 억제하는 목적이므로, 기업의 리츠 주식보유는 기업의 경제력 집중우려를 유발하지 않기 때문에 불필요한 규제이다”

-산업단지리츠를 추진한다고 들었다.

" 삼성·LG·SK 등 대기업들이 산업단지 마련에 막대한 투자를 한다. 산업단지 리츠를 만들면 기업은 공장용지에 천문학적 자금을 들일 필요가 없다. 리츠에 장기적으로 임대료를 내고 연구개발과 생산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다. 최근 산업단지 조성이 주민들의 반발로 지연되기도한다. 개발이익을 기업이 모두 갖는다는 불만 탓이다. 산업단지 리츠를 만들어 지역 주민들에게 리츠 우선 배분권을 주고 일정 수익률을 보장해준다면 주민들도 개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그런데 현행법으로는 산업단지 리츠는 불가능하다. 산업입지법에는 산업단지를 조성하면서 도로 등 인프라를 지원해주고, 조성원가로 기업에 넘긴다. 실수요자가 5년간에 생산활동을 해야 팔거나 임대해줄 수 있어 리츠가 참여하기 쉽지 않다. 산업입지법과 산업집적법을 개정하여 조기에 리츠로 유동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외국에서는 리츠가 월배당을 많이 하는데, 한국은 분기, 연 2회 배당이 많다. 왜 그런가?

“외국에 없는 규제 탓이다. 한국 리츠는 상법에 따라, 배당을 하기 위해서는 주주총회를 해야한다. 주주총회를 통한 배당은 많은 시간과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현실적인 조건을 고려해 최대한으로 배당주기를 단축한 것이 분기 배당이다. 최근 배당주기 단축을 위한 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었다. 해당 개정안이 통과돼 국내에도 월 배당 리츠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규제를 합리적으로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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