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360] 최태원 회장, '해외투자 불퇴론' 꺼낸 이유는?
약속 철회시 기업·국가 신인도 훼손 우려
위기 속 기회 보는 기업가 정신 발휘 분석
불황기에 돈 쓰는 '투자의 역설' 관측도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달 미국 출장에서 이른바 해외투자 불퇴(不退)론을 강조하며 미국 등에 예정된 해외투자를 계획대로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 회장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텅DC에서 열린 언론 간담회에서 “국내 투자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해외 시장에 대한 투자는 필수적”이라며 “이번에 발표한 대미 반도체 투자는 주로 연구개발, 소프트웨어, 첨단패키징 등 새로운 기술로 이런 것은 한국에 없으니 우리가 가지지 못한 기술들에 투자해 내재화하고 이를 국내 투자로 이어가는 선순환을 통해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이 이런 답변을 한 이유는 각국이 자국우선 정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해외보다는 국내 투자를 더 확대하는게 맞지 않느냐는 맥락의 질문이 나왔기 때문이다. 미국은 최근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 등을 제정, 핵심 제품의 자국 내 생산을 강조하는 상황이다. 특히 대규모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한 현대차의 경우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논란이 됐다.
그러나 최 회장은 해외투자로 국내 기업들이 보유하지 못한 신기술을 직간접적으로 체득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럴 경우 이를 토대로 더 큰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 국내 등을 포함한 투자 여력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해외 투자자들로부터의 러브콜도 받을 수 있다. 또 미국의 경우 단순히 한 나라에 대한 투자라기보다는 연구·개발(R&D) 협력, 공급망 및 고객사 확보, 국가 신성장동력 발굴 등의 다양한 의미를 지니는 게 사실이다.
여기에 한번 발표한 투자 계획을 철회할 경우 기업 뿐 아니라 국가의 신뢰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자칫 정치논리에 흔들려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불명예를 안을 수 있고, 이는 향후 현지 진출에도 제약 요인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현대차가 뒤통수를 맞았다’는 시각에 대해 묻자 최 회장이 “별 도움이 안되는 감정적인 대응”이라며 보다 차분한 대응을 주문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비관론 속 긍정적인 면을 보는 기업가 특유의 정신이 발휘된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최 회장은 “한국의 핵심 산업을 둘러싼 여러 움직임에는 기회 요소와 위험 요소가 함께 있다”며 “관련 법안이나 정책이 최종 마무리되기 전까지 상황을 신중하게 지켜보면서 그에 맞는 대응책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결국 세계가 디커플링(탈동조화)하는 것으로 그 속도와 깊이, 그리고 어느 부분을 더 강조하느냐에 따라 우리한테 리스크가 더 클 수도 또는 기회가 더 크게 작용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개되는 중이라 딱 잘라서 우리한테 유리하다 불리하다 말할 수 없는 것 같다”며 “조금 더 조건이 구체적으로 나오면 제가 뭐라고 말할 수 있는데 지금은 완전히 좋다, 나쁘다 말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편, 불황기에 자금 투입에 나서는 이른바 ‘투자의 역설’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SK 뿐 아니라 국내 여러 기업들은 최근 경기가 후퇴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투자를 늘리고 있다. 당장의 수익 감소를 감안하면 투자를 유보하거나 축소하는 게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설비확충 등 투자가 효과를 나타내기까지는 일정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경기·투자 간 어느 정도의 ‘미스매칭’을 의도적으로 갖는 것이다.
경기가 좋을 때 CAPEX(설비투자)를 단행했다가 시설이 완공되는 시점에 경기가 꺾여버리면 수요도 함께 고꾸라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투자금 회수가 지연될 뿐 아니라 고정비 부담까지 가중될 수 밖에 없다. 대신 경기 사이클을 감안해 업황이 어느정도 회복될 것을 대비해 투자를 미리 시작할 경우 향후 늘어난 수요에 능동 대응이 가능해 수익 신장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SK하이닉스은 최근 위축된 반도체 업황 속에서도 충북 청주에 신규 반도체 공장을 건설한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도 미국 애리조나주 배터리 공장 설립을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태양광 사업자인 한화솔루션 역시 투자에 나선 상태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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