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360] 최태원 회장, '해외투자 불퇴론' 꺼낸 이유는?

입력 2022. 9. 24. 08: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신기술 내재화로 투자여력 확대 포석
약속 철회시 기업·국가 신인도 훼손 우려
위기 속 기회 보는 기업가 정신 발휘 분석
불황기에 돈 쓰는 '투자의 역설' 관측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SK 워싱턴 지사에서 열린 ‘SK Night’ 행사에 참석해 환영사를 하고 있다. [SK 제공]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달 미국 출장에서 이른바 해외투자 불퇴(不退)론을 강조하며 미국 등에 예정된 해외투자를 계획대로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 회장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텅DC에서 열린 언론 간담회에서 “국내 투자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해외 시장에 대한 투자는 필수적”이라며 “이번에 발표한 대미 반도체 투자는 주로 연구개발, 소프트웨어, 첨단패키징 등 새로운 기술로 이런 것은 한국에 없으니 우리가 가지지 못한 기술들에 투자해 내재화하고 이를 국내 투자로 이어가는 선순환을 통해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이 이런 답변을 한 이유는 각국이 자국우선 정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해외보다는 국내 투자를 더 확대하는게 맞지 않느냐는 맥락의 질문이 나왔기 때문이다. 미국은 최근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 등을 제정, 핵심 제품의 자국 내 생산을 강조하는 상황이다. 특히 대규모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한 현대차의 경우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논란이 됐다.

그러나 최 회장은 해외투자로 국내 기업들이 보유하지 못한 신기술을 직간접적으로 체득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럴 경우 이를 토대로 더 큰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 국내 등을 포함한 투자 여력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해외 투자자들로부터의 러브콜도 받을 수 있다. 또 미국의 경우 단순히 한 나라에 대한 투자라기보다는 연구·개발(R&D) 협력, 공급망 및 고객사 확보, 국가 신성장동력 발굴 등의 다양한 의미를 지니는 게 사실이다.

여기에 한번 발표한 투자 계획을 철회할 경우 기업 뿐 아니라 국가의 신뢰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자칫 정치논리에 흔들려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불명예를 안을 수 있고, 이는 향후 현지 진출에도 제약 요인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현대차가 뒤통수를 맞았다’는 시각에 대해 묻자 최 회장이 “별 도움이 안되는 감정적인 대응”이라며 보다 차분한 대응을 주문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비관론 속 긍정적인 면을 보는 기업가 특유의 정신이 발휘된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최 회장은 “한국의 핵심 산업을 둘러싼 여러 움직임에는 기회 요소와 위험 요소가 함께 있다”며 “관련 법안이나 정책이 최종 마무리되기 전까지 상황을 신중하게 지켜보면서 그에 맞는 대응책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결국 세계가 디커플링(탈동조화)하는 것으로 그 속도와 깊이, 그리고 어느 부분을 더 강조하느냐에 따라 우리한테 리스크가 더 클 수도 또는 기회가 더 크게 작용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개되는 중이라 딱 잘라서 우리한테 유리하다 불리하다 말할 수 없는 것 같다”며 “조금 더 조건이 구체적으로 나오면 제가 뭐라고 말할 수 있는데 지금은 완전히 좋다, 나쁘다 말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최태원(왼쪽) SK그룹 회장이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하카인데 히칠레마 잠비와 대통령을 만나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 강화와 그린 비즈니스 사업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SK 제공]

한편, 불황기에 자금 투입에 나서는 이른바 ‘투자의 역설’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SK 뿐 아니라 국내 여러 기업들은 최근 경기가 후퇴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투자를 늘리고 있다. 당장의 수익 감소를 감안하면 투자를 유보하거나 축소하는 게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설비확충 등 투자가 효과를 나타내기까지는 일정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경기·투자 간 어느 정도의 ‘미스매칭’을 의도적으로 갖는 것이다.

경기가 좋을 때 CAPEX(설비투자)를 단행했다가 시설이 완공되는 시점에 경기가 꺾여버리면 수요도 함께 고꾸라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투자금 회수가 지연될 뿐 아니라 고정비 부담까지 가중될 수 밖에 없다. 대신 경기 사이클을 감안해 업황이 어느정도 회복될 것을 대비해 투자를 미리 시작할 경우 향후 늘어난 수요에 능동 대응이 가능해 수익 신장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SK하이닉스은 최근 위축된 반도체 업황 속에서도 충북 청주에 신규 반도체 공장을 건설한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도 미국 애리조나주 배터리 공장 설립을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태양광 사업자인 한화솔루션 역시 투자에 나선 상태다.

gil@heraldcorp.com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