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입은 사자의 눈빛 안 잊혀.." 동물학대 논란 1도 없는 동물 서커스 [위클리기사단]
홀로그램 제작만 5억원 이상 들어
'동물 배제 공연' 전 세계 확산 추세
[위클리기사단] 동물 학대 논란은 인간 사회에서 끊임없이 제기되는 주제 중 하나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동물원입니다. 비좁은 우리와 창살 안에 야생동물을 가둬두는 동물원이 아이들을 위한 '체험 학습의 현장'인지 '동물 학대의 현장'인지를 가리려는 열띤 논쟁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찬성과 반대 양측의 공방이 치열한 가운데, 동물권(동물의 권익)에 대한 사회 인식이 높아지면서 최근에는 동물 학대를 향한 사람들 시선도 한층 더 엄격해졌습니다. 지난해에는 경찰이 집회 도중 살아 있는 생선을 던진 혐의를 받는 수산업자들을 동물 학대 혐의로 검찰에 넘긴 일도 있었습니다. 검찰은 결국 해당 혐의를 무죄로 보고 불기소 처분했지만, 이는 사회가 생각하는 동물 학대 범위가 갈수록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 됐습니다.
동물 학대를 감시하는 날카로운 시선은 서커스 산업을 주목합니다. 야생동물을 길들여 묘기에 활용하는 서커스는 동물권 단체들의 공격 대상 1순위입니다. 그러나 고질적인 동물 학대 논란에 시달렸던 서커스 산업도 최근 새로운 시도에 나섰습니다. 여전히 사자가 링을 뛰어넘고 코끼리가 코로 저글링을 합니다. 그러나 실제 동물이 아닙니다. 3차원(3D) 입체 영상으로 구현한 '홀로그램 동물'입니다. 말 그대로 '동물 없는 동물서커스'인 셈입니다.
프랑스 서커스단 레코시르크(L'Ecocirque)는 동물 없는 동물서커스 실현에 앞장서고 있는 단체 중 하나입니다. 현재 프랑스에서만 진행되는 레코시르크 순회공연에는 사자부터 코끼리, 심지어 심해에 사는 고래까지 등장합니다. 모두 홀로그램으로 구현한 동물들입니다. 이들 동물은 LED 조명이 쏟아지고 오케스트라가 음악을 연주하는 화려한 무대를 거침없이 누빕니다. 공동설립자인 앙드레-조제프 부글리오네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단순히 동물이 출연하지 않는 공연을 넘어 새로운 형태 공연을 통해 그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레코시르크는 서커스단 가족 출신인 동물조련사 부부가 처음 시작했습니다. 앙드레-조제프는 사자조련사이자 자신의 할아버지인 조제프 부글리오네의 막내 손자입니다. 조제프는 약 25년 동안 동물조련사로 활동했고, 그의 아내 상드린 불리오네는 어릴 때부터 애완용 코끼리를 키우면서 서커스단원인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동물 조련을 배웠습니다. 이들은 동물 없는 서커스 공연을 생각하게 된 것은 자신들이 조련하는 동물의 부상을 보고 나서부터입니다. 조제프는 "상처 입은 사자가 케이지로 돌아가기 전에 우리를 바라보던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고 전했습니다.
홀로그램을 활용한 레코시르크의 '동물 서커스'에 관객들은 열광했습니다. 공연 초기에는 코로나19 대유행 등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았지만, 엔데믹 이후 올해 프랑스 전역에서 예정된 공연들이 매진됐습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서커스 산업에서도 동물 공연이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내년부터 서커스단의 동물 공연을 금지하는 법안을 지난해 통과시켰습니다. 이후 이에 동참하는 유럽 국가가 늘어났고, 전 세계로 퍼져 미국에서는 하와이와 뉴저지 등이 동물 공연을 금지했습니다.
새로운 시대적 흐름에 합류하지 못한 서커스단은 도태됐습니다. 146년 역사를 자랑하는 링글링브로스 서커스단을 비롯해 바넘 앤드 베일리 등이 2016년 코끼리를 공연에서 제외시켰습니다. 이후 티켓 판매 감소, 높은 운영 비용, 동물권 단체들의 공격 등으로 링글링브로스는 2017년 문을 닫았습니다. 프랑스 서커스단 역시 164년 역사를 뒤로하고 2018년 사업을 접었습니다. "케이지에서 태어난 동물들은 평생을 사람들의 유흥을 위해 사용되다 결국 케이지에서 생을 마감한다. 과거 방식에 얽매인 서커스에만 언제까지 의존할 수는 없다". 레코시르크의 또 다른 공동설립자의 말입니다.
[박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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