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의 'BTS 한복 디자이너', 밀라노로.."창조는 변방에서 시작"

최경민 기자 2022. 9. 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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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터뷰 : ZZINTERVIEW] 28-② 전주의 한복 디자이너 황이슬

[편집자주] '찐'한 삶을 살고 있는 '찐'한 사람들을 인터뷰합니다. 유명한 사람이든, 무명의 사람이든 누구든 '찐'하게 만나겠습니다. '찐터뷰'의 모든 기사는 일체의 협찬 및 광고 없이 작성됩니다.

황이슬 리슬 대표가 23일 이탈리아 밀라노로 출국하기 위해 전북 전주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사진=황이슬 인스타그램

"가장 지역적인 것일 때 세계 무대에서도 통한다는 말처럼, 누군가처럼 되기를 희망하고 흉내내기보다는 스스로 나다움을 당당히 선보이는 것이 멋지고 쿨한 거죠."

생활한복 업체 '리슬'의 황이슬 대표(35세)는 지난 23일 인스타그램에 이같은 글을 남겼다. 밀라노 패션위크 참가를 위해 자신이 활동하는 전북 전주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이동하던 중에 남긴 글이다. 황 대표는 2014년 전주에서 리슬을 창업했고, 줄곧 그곳 본점을 기반으로 활약해왔다. 2018년 BTS(방탄소년단)의 한복을 디자인한 이후 유명세를 탔다.

그런 황 대표와 리슬은 오는 26일 새벽 1시(한국시간) 한복 최초로 '밀라노 패션위크' 런웨이 위에 설 예정이다. 황 대표는 "전주라는 로컬 출신인 제가 세계 패션의 중심으로 쇼를 하러간다니, 참 출세했네 싶다"는 말을 인스타그램에 적었다.

지난 21일 서울 머니투데이 본사에서 '찐터뷰'와 만난 자리에서도 황 대표는 자신이 '전주의 한복 디자이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출국을 며칠 앞두고 눈코뜰새 없이 바쁜 와중에 옷감을 확보하기 위해 혼자 KTX를 타고 서울로 출장을 왔었다. 지방에는 '좋은 옷감'이 없을 때가 많기 때문에 그가 자주 겪는 일이다.

힘들지 않냐고, 서울에 본사를 두면 되는 일 아니냐고 물으니 "전주에서 서울, 뭐 1~2시간이면 오는 거 아닌가요?"라는 답이 돌아온다.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황이슬'다운 말이라 생각했다. 그는 "저도 어릴 땐 서울에 엄청 가고 싶었는데, 이제는 전주가 좋아요"라며 다음처럼 말을 이어갔다.

황이슬 리슬 대표(한복 디자이너)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저는 전주 사람입니다. 그곳에서 보고, 듣고, 먹으며 자라왔어요. 그런 게 제 정체성에, 디자인에 많은 영향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전주는 전통 문화가 엄청 강한 도시잖아요. 그래서 제 한복에 많은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로컬이 중요해지고 있는 시대라고 생각해요. 로컬이 매력적인 시대라는 거죠. 모두가 '서울', '수도권'을 보여주는 것은 옛날 방식입니다. 지역에 있어도 자기 색깔을 충분히 드러낼 수 있습니다. 지역에 있는 사람도 세계 무대에 나가는데 거침이 없을 수 있습니다. 그런 것에 발목잡히지 않는다는 것을, 한계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황 대표 본인도 아직 30대의 청년이지만, 벌써 '더 젊은 친구들'에 대한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그는 "내가 일하고 싶은 도시에서, 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어서, 청년들이 '일할 데가 없어서 서울로 간다'라는 말은 안 듣게 하고 싶다라는 마음 역시 있다"고 말했다.

또 "지역으로 오고 싶어하는 친구들이 있어도, 못 오는 세상 아닌가. 직장이 없고, 일할 데가 없어서"라며 "직장이 없는 문제는 결국 일자리를 만드는 문제인데, 내가 전주에서 회사를 운영하고 있으면, 그런 일에 조금은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힘을 줬다.

황 대표는 '전주'에서 '밀라노 패션위크'로 향하는 자신의 마음가짐을 "창조와 인류 역사는 변방에서 시작된다"는 신영복 선생의 말을 빌어 설명했다. 그동안 박물관과 옷장 속에 박제됐던 한복을 '생활' 속으로 끌고 나와야 한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창조적인 옷을 만들어왔고, 이제 한복 최초 '밀라노 패션위크'에 오르는 그에게 맞는 말이라 생각했다.

'2018 멜론 뮤직어워드'에서 방탄소년단 지민이 '리슬'의 황이슬 대표가 만든 한복을 입고 부채춤을 추고 있다.(출처 트위터 @mighty_jimin)2018.12.1/뉴스1 (C) News1 임충식 기자

그는 이번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파격적 무대를 구상하고 있다. 총 12착장의 한복을 지난 두 달여 동안 준비했는데 탱크탑·배꼽티·미니스커트에 시스루 도포까지 마련했다 한다. "그게 한복이냐"는 반응이 나오는 걸 예상하고 만들었다고. 그럼에도 한복이 가진 '패션'으로의 잠재력을 전세계에 알릴 수 있는 무대를 꾸밀 것이란 포부다.

황 대표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한복은 패션'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패션이라는 건 국적, 성별, 취향, 입는 방법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다 입을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의 한복은 어떤 행사를 위한 의례복, 코스튬에 가깝다"며 "한복이 '패션'이 되려면 '편견'을 넘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복이 '패션'적으로, '비즈니스'적으로 가능성이 많은 옷이라는 걸 전 세계에 보여주고 싶다. 한국인이 특별한 행사에만 입는 민속복이 아니라, 외국인이 생활 속에 입어도 되는, 세계 속의 패션처럼 보였으면 좋겠다"며 "한복이라는 게 그런 고정관념으로 정의내려지지 않는다는 것을 좀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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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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