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집에 형제자매 동시에 보내지말라" 는 이유 [초보엄마 잡학사전]

권한울 2022. 9. 24.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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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자매 간에는 으레 경쟁의식이 생기기 마련이지만 자녀들이 각각의 재능과 개성을 잘 살리도록 선의의 경쟁을 부추기는 게 유대인 교육법의 특징이다 /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초보엄마 잡학사전-170] "우리 형은 피아노도 잘치고 수영도 잘하고 스키도 잘 타요." 친구네 가족이 우리집에 놀러왔다. 작은아이가 놀러온 네 살 아이에게 집에 있는 장난감들을 보여주며 자랑하더니 친구 부부에게 형 자랑을 늘어놓았다. "우리 엄마도 수영 잘해요." 형 자랑도 부족해 엄마 자랑까지 늘어았다. 아동복지학을 전공한 내 친구는 "작은아이에게 형과 차별화된 자랑거리를 만들어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본인이 첫째로 살다 보니 어렸을 때부터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이것저것 배울 기회가 많았는데, 동생은 상대적으로 덜 받았다고 느껴 서운했을 수도 있다고 했다. 첫째는 태어날 때부터 부모로부터 온전한 사랑을 받고 여러 혜택을 누리지만, 둘째는 태어날 때부터 막강한 경쟁상대가 있다 보니 서운한 마음이 쌓일 수 있을 것 같다. 물리적으로도 옷이나 신발, 장난감을 물려받아 쓰는 게 일상화되니 불만이 생길 수도 있다.

나는 교육에 대한 관심이 오직 큰아이에게만 집중돼 있다는 것을 최근에서야 깨달았다. 가르치는 것이라곤 고작 예체능 뿐이지만 그마저도 큰아이에게만 가르치고 있었다. 작은아이는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 집중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한 두 번 정도 경험할 기회만을 줬다. 큰아이는 장기자랑할 일이 있을 때 피아노 연주를 하곤 했는데 작은아이는 사람들 앞에서 형 자랑을 했다. 형 자랑을 본인 자랑인양 했다.

작은아이가 다섯살일 때 피아노를 가르쳐 보려고 하긴 했다. 하지만 선생님이 "둘째는 빨리 싫증을 내니 좀 늦게 시작하는 게 좋다"며 고사했다. 바쁘기도 했고 피곤하기도 해 작은아이는 책도 거의 안 읽어줬다.

어느날 보니 아이는 제 이름만 겨우 쓰고 있었다. 엄마 이름을 써보라고 하니 "엄마 이름은 세 글자라서 포기한"단다. 하긴, 기역 니은 알려준 적도 없다. 수영이랑 피아노도 배워보자고 하니 "아빠도 수영이랑 피아노 못하니까 나도 안 배울래"라고 말한다. 바이올린을 가르쳐보려고 했지만 좋은 선생님 구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러던 아이가 어느날 놀다 말고 자전거를 타고 오더니 "나 결심했어, 피아노 배울 결심"이라고 내게 말했다. 그 모습이 귀엽고 대견해 '대단한 결심'을 했다고 칭찬했다. 아빠는 첫 수업을 마치고 온 날 레고를 사준다고 약속했다.

며칠 전 첫 수업을 했다. 선생님은 사진을 보내주며 40분 잘 앉아 있었다고, 피아노에 손 올리고 소리를 내보며 매우 뿌듯해했다고 하셨다. 아이에게 수업 어땠냐고 물으니 도레미파솔라시도 배웠다고 재밌다며 엄지를 들어 보였다. 어제는 "피아노 숙제해야 돼"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온전한 사랑으로 두 아이를 키우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부모라면 아이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해줘야 할 것도 같다. 책 <부모라면 유대인처럼> 저자는 '자녀의 두뇌는 서로 비교하지 말되, 개성은 서로 비교하라'는 유대 격언을 인용하며 "형제자매 간에는 으레 경쟁의식이 생기기 마련이지만, 자녀들이 각각의 재능과 개성을 잘 살리도록 선의의 경쟁을 부추기는 게 유대인 교육법의 특징"이라고 적었다. 공평한 기회가 같은 과목일 필요는 없고 아이의 재능과 개성을 살리는 방향이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자식들이 친구 집에 놀러갈 때 형제를 함께 보내지 않는 것도 각자의 개성의 살려주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장소에 가서 어울리기보다는 각자 다른 친구 집에 가서 다른 세계를 접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유대인들은 한 부모 아래 태어난 형제라도 저마다 특별한 재능과 개성이 있으며, 이를 잘 살려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확신한다고 한다.

[권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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