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UP] 이성희 컨텍 대표 "뉴 스페이스, 민간만으론 한계.. 정책 지원 절실"

이은영 기자 2022. 9. 2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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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우주산업, 민·관·학 선순환 이뤄야"
"내년 상장 목표.. 5년 내 자회사 4개 신설"
"장사꾼 아닌 기업가.. 받은 만큼 베풀 것"
‘뉴 스페이스’가 되려면 누리호 발사만을 위한 우주 산업이면 안 된다. 민간 영역에서 우주 기업들의 사업모델이 탄생하고 돈을 벌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정부의 신속한 정책 지원이 반드시 뒷받침 돼야 한다.

지난 6월 국내 기업들이 뭉쳐 자체 기술로 완성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발사에 성공하면서 민간이 우주산업을 이끄는 ‘뉴 스페이스’ 시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그러나 국내 우주 시장이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풀어야 할 규제도 많다. 한국의 우주 스타트업 ‘컨텍(CONTEC)’의 이성희 대표는 “우리나라는 아직 뉴 스페이스가 아니다”라며 속도감 있는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컨텍은 설립 8년차 스타트업으로 아시아 최초의 민간 우주지상국 기업이다. 지상국을 통해 전 세계 위성 데이터를 받아 관련 서비스와 위성영상 활용·전처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 세계 12개의 우주지상국을 구축해 보유하고 있다. 이번 누리호 발사에서도 같은 임무를 맡았다. 기술력을 인정 받아 투자 혹한기 속에서도 610억원의 시리즈C 투자를 받았다. 내년 증시 입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성희 대표를 대전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에서 만났다.

이성희 컨텍 대표가 대전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에서 조선비즈와의 인터뷰를 마친 뒤 위성 모형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컨텍 제공

-대표적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출신 창업가로 꼽힌다. 항우연에서는 어떤 일을 했나.

“2002년에 항우연 나로호우주센터에 공채 1기로 입사했다. 나로호 지상국 설계와 발사체 관련 업무를 했고, 캐나다의 한 대학 방문연구원으로 일했을 땐 큐브샛(초소형 인공위성) 설계를 했다. 다시 한국에 복귀하고 나선 위성 운영센터에서 일하면서 발사체와 위성 관련 업무를 두루 경험했다.”

-정부 주도로 이뤄지던 산업에 뛰어들어 창업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8년 전 사업을 결정했을 당시엔 ‘뉴 스페이스’라는 용어가 나온 지도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지금 같은 생태계가 갖춰지지도 않았고 정부와 시장 모두 이 산업에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다. 투자회사를 40곳 넘게 만나면서 우주산업에 대한 교육을 했는데 투자를 하나도 못 받았다. 그러다 2018년에 처음으로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3000만원 받았고, 이후에 액셀러레이터(AC)나 금융권 투자가 연계돼 15억원의 시리즈A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

-뉴 스페이스 시대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국내 우주산업 생태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뉴 스페이스의 핵심을 5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 첫째는 적당한 발사체와 적당한 위성이다. 과거와 달리 이제는 노트북만한 작은 위성만으로도 의미있는 데이터를 얻을 수 있게 됐다. 과거에 몇천억원씩 들던 것에 이제는 10억~20억원만 들여도 된 것이다. 그러려면 둘째로 기술력이 담보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다음엔 이를 위한 사업모델이 나와야 한다. 이 기술로 돈을 벌고 있다는 걸 보여주면 투자를 받을 수 있고, 투자를 받을수록 기술이 고도화되는 선순환 구조를 그릴 수 있게 된다. 그 때부터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규제 장벽을 허물어줘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아직 뉴 스페이스는 아니라고 본다. 우리나라는 그간 항우연과 같이 일하는 기업들은 있었지만 단독으로 발사체나 위성을 만들겠다는 기업이 많이 없었다. 우주기업들이 글로벌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하는 단계다.”

컨텍의 우주지상국 구축 현황. /컨텍 제공

-이전보다는 정부의 역할이 줄어들 텐데, 정부는 무엇에 집중해야 한다고 보나.

“정부는 정책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에는 정책도 국가가 만들고 실행도 국가(항우연)가 했다고 하면 이제 정부는 정책만 만들고 실행은 민간이 하는 것이다. 또 민첩성도 키울 필요가 있다. 지금은 정부의 규제 대응이 많이 느리다. 우리 같은 스타트업들은 오늘 결정을 내리면 내일 바로 실행에 들어가는데, 정부는 시스템상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나. 그러다 보니 시장에서 유효한 시점을 놓칠 우려가 있다. 최근 우주산업 관련 조직 신설을 두고 ‘우주청’으로 할 것인지, 여기다 항공을 추가해 ‘항공우주청’으로 할 것인지 갑론을박인데 세상 어디에 가도 항공우주청이라는 데는 없다. 가볍고 민첩하게 갈 필요가 있다.”

-컨텍의 목표는 무엇인가.

“5년 안에 ‘컨텍 런치’, ‘컨텍 스페이스 옵틱’, ‘컨텍 스페이스 플라이트’ 등 자회사 4개를 만들려고 한다. 자회사 ‘컨텍 스페이스’는 이미 만들어졌다. 컨텍을 지주사로 두고 각각의 자회사를 통해 지상국 서비스의 분야별 사업을 강화할 예정이다. 또 우리와 같이 사업을 하고 아시아 시장에 관심이 있는 미국, 유럽, 독일, 리투아니아 등 해외 기업을 제주나 대전으로 유치할 예정이다. 컨텍의 인큐베이션 센터에 이 회사들이 들어와 성장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개인적인 목표도 궁금하다.

“장사꾼이 아닌 기업가가 되려고 한다. 나는 정부 지원 연구소인 항우연에서 국민이 낸 세금으로 월급을 받으며 기술을 익혔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업도 할 수 있었다. 컨텍이 성장하는 데 있어서 내 능력이 얼마만큼을 기여했는지를 따져 보면 많아야 15%라고 생각한다. 나머지 85% 중 15%는 운, 70%는 많은 분들의 도움이었다. 내년에 상장을 하면 많은 금액이 들어오겠지만 내 능력으로 번 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려고 한다.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국가에서 기술 이전을 요청하면 우리는 다 해준다. 우리나라도 러시아에서 기술을 이전받아 성장했지 않나.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으면 그만큼 다시 베푸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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