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삼성·SRT 효과 주목되는 평택.. "월세 물건은 턱없이 모자라"

평택=최온정 기자 2022. 9. 2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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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평짜리 아파트 쓰리룸 월세 호가가 한 달전 보다 30만원 올랐어요. 삼성 반도체 협력업체에서 직원 숙소용으로 월세를 찾는 경우가 많은데 매물이 부족해서 벌어진 현상입니다. 월세 수요가 인근 다세대·다가구 주택까지 번지고 있습니다”(평택 고덕신도시 인근 G공인중개사 관계자)

지난 21일 찾은 평택 고덕신도시 일대. 최근 금리 인상에 따른 집값 하락으로 경기도 일부 도시에서 역전세난(전세 시세가 매매 시세보다 높은 것)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과 달리 이 일대는 ‘월세대란’을 겪고 있었다. 협력기업을 중심으로 월세를 찾는 임차인이 늘면서 ‘면접을 보고 임차인을 뽑아도 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었다.

21일 평택시 고덕동 고덕신도시 일대 모습./최온정 기자

현쟁에서 만난 공인중개사들은 평택은 역전세난과 거리가 먼 곳이라고 입을 모았다. D공인중개사 관계자는 “평택은 2018년에도 월세 비중이 50%에 육박했고, 최근에는 70% 수준까지 올라왔다”면서 “월세로 집을 내놓는 족족 거래될 정도로 월세 물건이 부족해 ‘월세대란’이라는 말이 더욱 어울리는 지역”이라고 했다.

◇ 삼성 반도체 공장 조성사업 활발… “퇴근길엔 건설인력들로 인산인해”

월세수요가 급등한 원인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조성사업이었다. 캠퍼스는 총 6개의 반도체 팹(공장)으로 구성되며, 부지 면적은 단일 규모로는 세계 최대인 총 289만㎡다. 현재 3공장까지 가동을 시작했고, 4공장의 기초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향후 5공장과 6공장, 53층 규모의 통합사무동도 순차적으로 완공할 예정이다.

21일 6시께 찾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정문. 업무를 마친 건설노동자들이 귀가하고 있다./최온정 기자
공사가 진행중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모습. 삼성전자는 총 6개 공장을 지을 예정이며, 현재 3공장까지 가동을 시작했다. /최온정

공장 건설 과정에 고용된 인원도 어마어마하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시공사인 삼성물산 직원과 협력사 직원을 합쳐 6만명 수준이다. 지난해 평택시 인구가 약 58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전체 인구의 10%에 가까운 인원이 반도체 공장 건설에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이날 6시경 평택캠퍼스 정문 앞 도로에는 전동킥도브를 타고 퇴근하는 건설노동자들과 통근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직원들이 몰리면서 교통체증이 빚어졌다. 퇴근시간 전 비어있던 음식점은 금세 저녁식사를 하는 노동자들로 붐볐다.

고덕신도시에서 만난 주민 홍모(50대·남)씨는 “매일 퇴근시간에는 삼성전자 캠퍼스부터 서정리역까지 전동킥보드를 타고 퇴근하는 건설노동자들이 많다”면서 “고덕신도시 내 상가들도 삼성전자의 영향으로 점차 활성화되고 있다”고 했다.

평택캠퍼스와 함께 향후 지역경제를 이끌 브레인시티도 기대주다. 고덕신도시에서 8분 거리인 평택 도일동 일원에는 규모 약 482만㎡에 달하는 브레인시티의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평택 캠퍼스의 1.7배 수준이다. 부지에는 첨단산업단지와 대학, 주거·상업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며, 완공 예정 시점은 2023년이다.

고덕신도시 M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와 브레인시티 조성사업의 영향으로 평택의 인구는 매년 2만명씩 증가하고 있다”면서 “남은 4~6공장을 다 짓는 데 10년은 더 소요되고, 완공 이후에도 기존 설비의 유지보수가 필요한 만큼 인구는 꾸준히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 교통호재로 주거수요 증가… “소사벌 등 인근 지역도 들썩”

평택 경제를 이끄는 또 다른 축은 교통호재였다. 현재 수서고속철도(SRT)가 지나는 평택 지제역에는 오는 2024년까지 수원발 고속철도(KTX) 직결사업이 마무리되면 SRT와 KTX가 모두 지나게 된다. 지제역과 강남을 오가는 광역급행버스도 2018년 6월 운행을 시작했다. 아울러 현재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개통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서울과의 접근성이 대폭 개선되면서 지제역에는 거주 인프라가 빠르게 갖춰지고 있었다. 지제역 인근은 ▲평택지제세교지구 ▲평택영신지구 ▲평택모산영신도시개발지구 등 도시개발사업이 진행되며 곳곳이 공사중이다. 이미 입주한 힐스테이트지제역(2020년 12월), 지제역더샵센트럴시티(2022년 5월)외에도 평택지제역자이(2023년 6월 입주) 등 신축 아파트도 속속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21일 찾은 평택 지제역 인근 공동주택 단지.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다./최온정 기자

지제역 인근 B공인중개사는 “철도개발이 완료되면 평택으로 유입되는 인구가 더욱 늘어나 현재 공급된 물량으로도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면서 “이미 지제역에서 조금 거리가 있는 소사벌 지구 등 인근 지역으로도 주거수요가 번지고 있다”고 했다.

다만 공급물량이 많아 단기적으로는 초과공급이 우려된다는 시선도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평택에는 올해 9363가구가 입주하고, 내년과 2024년에는 각각 7673가구, 6300가구 들어선다. 모두 4인 가구로 구성된다고 가정할 경우, 연간 2만5000명~4만명의 인구가 거주할 만큼의 집이 생기는 셈이다. 매년 늘어나는 인구보다 집이 다소 많이 공급되는 것이다.

그러나 산업단지개발과 교통호재를 감안할 때 수요와 공급은 조만간 적정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고덕신도시 인근 S공인중개사 관계자는 “평택은 한 때 ‘미분양의 무덤’이라 불리며 미분양된 아파트가 2000가구를 넘겼지만 최근 200가구 미만으로 줄어들며 많이 소진됐다”면서 “앞으로는 수도권으로의 편리한 출퇴근과 산업단지 발전 가능성으로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 규제지역 해제로 날개 단 평택… “집주인 매물 거둬들이는 중”

이날 발표된 평택 규제지역 해제는 평택 부동산 시장에 파란을 일으켰다. 국토교통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를 열고 오는 26일부터 평택시를 조정대상지역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앞으로 다주택자가 평택에서 주택을 매수할 경우 취득세 중과가 적용되지 않으며, 매도할 경우엔 양도세 중과도 되지 않는다.

21일 평택 비전동 일대에 있는 소사벌택지지구에 아파트 단지들이 들어서있다./최온정 기자

정부 발표 직후 시장에서는 집을 거둬들이려는 집주인들의 움직임이 바로 관측됐다. 고덕 파라곤 아파트 인근 M부동산 관계자는 “현재 평택에서 급매로 아파트를 내놓은 집주인들 중 대다수는 내년 5월까지 진행되는 양도세 중과 유예를 노리는 다주택자들인데, 평택이 규제지역에서 빠지면서 집을 내놓을 이유가 사라졌다”면서 “정부 정책 발표 이후 매도가격을 올리겠다는 의사를 전해온 집주인들이 여럿 있었다”고 했다.

전세를 안고 아파트를 매수하겠다는 움직임도 시작됐다. M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정책 발표 직후 고덕신도시의 대장주인 고덕파라곤 84㎡짜리 아파트를 투자용으로 매입하고 싶다면서 3억5000만원에 들어올 전세입자를 맞춰달라는 문의를 받았다”면서 “평택에 투자할만한 아파트를 보고싶다며 직접 찾아오는 손님들도 있었다”고 했다.

평택에서는 한동안 이런 분위기가 지속될 전망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연구원은 “금리 인상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 평택 집값이 오르지는 않겠지만, 지금 쌓여있는 급매물은 소진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면서 “평택 투자를 노리는 유주택자들을 중심으로 가수요가 붙으면서 가격 하락을 방어할 여력이 생겼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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