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노란봉투법과 사회적 딜레마

전재호 기자 2022. 9. 24.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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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 이기적인 행동을 해서 이익을 얻지만, 사회적으로는 손해인 상황이 있다.

이때 개인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판단을 내린 것일 수 있으나 이런 사람이 많아지면 사회 전체에 심각한 비합리가 초래되고, 합리적인 행위조차 불가능해져 결국 모두가 불행해진다.

사회가 합리적으로 돌아가야 개인도, 노조도 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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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 이기적인 행동을 해서 이익을 얻지만, 사회적으로는 손해인 상황이 있다. 이때 개인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판단을 내린 것일 수 있으나 이런 사람이 많아지면 사회 전체에 심각한 비합리가 초래되고, 합리적인 행위조차 불가능해져 결국 모두가 불행해진다. 이를 사회적 딜레마라고 한다. 이를 막기 위해 각 사회에는 규범과 법이 있다.

요즘 철강, 조선 등 중후장대 산업의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화두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노란봉투법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꼭 통과시키겠다고 벼르고 있으나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사회적 딜레마가 극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노란봉투법의 주요 내용은 일곱 가지인데, 산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노동조합의 불법 파업으로 손해가 발생해도 폭력·파괴로 인한 직접 손해가 아니면 노조나 근로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게 한 것이다.

폭력·파괴로 손해가 발생해도 노조에 의해 계획된 경우에는 노조 임원이나 조합원에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없고, 손해배상으로 노조의 존립이 불가능하게 되는 경우에도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사실상 기업이 손해배상을 청구 하기가 매우 어려워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산업계에서는 야당이 불법 파업을 부추긴다는 불만이 나온다.

야당은 현재 노조행위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금액 상한이 없어 노조 활동이 위축돼 있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은 노조가 불법 행위를 해도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가 적다. 노조가 불법 행위를 끝내는 조건으로 손해배상 청구 금지를 내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손해배상 청구액도 피해액에 비해 턱없이 적다. 대우조선해양 불법 파업의 경우 손해배상 청구액이 470억원으로 많아 보이지만, 이는 피해금액의 6% 수준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상장사여서 불법 행위에 대응을 하지 않으면 경영진이 배임죄로 처벌 받을 수 있다.

지금도 사회 곳곳에서는 불법 쟁의가 벌어지고 있다. 현대제철 노조는 특별격려금 400만원을 달라며 140일 넘게 사장실을 점거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이 통과돼 손해 배상 부담까지 사라지면 노조의 불법 쟁의는 더 빈번해질 게 뻔하다. 한 노조가 불법으로 이익을 취하면 다른 노조도 불법 쟁의로 원하는 바를 이루려고 할 것이다.

한국의 노조 수는 2020년말 기준으로 6564개, 조합원 수는 280만4633명이다. 이 중 민간부문 노조는 6328개, 조합원 수는 207만5526명이다. 이들 노조가 불법을 개의치 않고 각자 자기 목소리를 내면 그야말로 무법천지가 될 판이다. 야당이 노리는 것도 이 점일텐데, 그 과정에서 기업은 애꿎은 피해자가 된다. 노조에 가입돼 있지 않은 대다수 국민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좋은 정치는 내 편만 봐서는 안 되고 사회도 함께 보살펴야 한다. 사회가 합리적으로 돌아가야 개인도, 노조도 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 노조는 법 위에 있고, 비노조만 법을 지키는 사회는 있을 수 없다.

[전재호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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