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이태원.. 다시 외국인으로 북적인다

이미지 기자 2022. 9. 24.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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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가치 큰 폭 하락에.. 지난달 33만명 한국찾아
강(强)달러로 인한 원화 가치 하락으로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외국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이 올 초 대비 4배로 증가하면서 국내 호텔·면세점 업계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22일 저녁 서울 명동에서 외국인들이 길거리 음식을 즐기고 있는 모습. /남강호 기자

22일 저녁 서울 명동 거리 노점상 앞은 닭 꼬치와 어묵, 군밤을 즐기는 외국인들로 북적거렸다. 올 초만 해도 자취를 감췄던 명동 노점상들은 동남아와 미국, 유럽, 중동 등지에서 온 관광객들 덕분에 밤늦게까지 불을 밝힌 채 손님을 맞았다. 화장품 가게 앞에서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 “구경하라”고 외치는 호객 행위도 다시 등장했다. 남대문시장 야채호떡 집과 광장 시장 빈대떡 가게들은 인증샷을 찍는 외국인들로 붐볐다. 코로나 기간 개점휴업 상태였던 면세점에도 외국인 고객이 부쩍 늘었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동대문 현대백화점 면세점에서 자녀와 함께 장난감을 고르던 베트남인 프엉응우옌씨는 “몇 년 만에 해외여행을 왔다”고 말했다. 이날 하루에만 응우옌씨처럼 자유 여행을 온 베트남 관광객 60여 명이 이곳을 찾았다.

외국인이 돌아왔다. 코로나 이후 사라졌던 외국인 관광객들이 다시 한국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강(强)달러 국면에서 원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가장 크게 하락한 것이 최근 외국인 관광객을 한국으로 불러들이는 강력한 유인이 됐다. 지난 8월 한국을 찾은 외국인은 33만5958명이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8월과 비교하면 아직 5분의 1 수준이지만 올해 1월(8만9754명)과 비교하면 거의 4배로 늘어난 수치다. 덕분에 전통 시장과 관광 지역 소상공인, 외국인 매출 비율이 큰 면세점·호텔에도 온기(溫氣)가 돌고 있다.

◇시장에도, 면세점에도 온기가 돈다

‘돌아온 외국인’ 효과를 가장 먼저 체감하고 있는 곳은 면세점 업계다. 신라면세점은 6월부터 베트남·인도네시아·필리핀·태국 관광객이 늘어 방문객 수가 7월 2000명, 8~9월에는 각각 3000명 수준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롯데면세점도 “2월 20명에 불과했던 동남아 관광객이 지난달 1220명까지 늘면서 전체 방문객 증가를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관광객 감소로 힘겨웠던 호텔도 외국인 투숙률이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 이전 80%였던 외국인 투숙객 비율이 2021년 20%까지 떨어졌던 롯데호텔은 올해 9월 외국인 비율이 60% 수준까지 올라왔다. 신라호텔도 2019년 55%였던 외국인 투숙률이 작년 3%까지 추락했는데 올해 8월 20%까지 회복했다.

일부 백화점의 외국인 고객 매출은 코로나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1~8월 외국인 매출이 코로나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보다 5% 늘었다고 밝혔다. 외국인 고객이 늘면서 올해 1~2월 3만7000건에 불과했던 외국인 구매 건수가 7~8월에는 14만건까지 늘어난 덕분이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지난달 외국인 매출도 지난 1월의 각각 4배, 2배로 증가했다.

◇명동·가로수길 공실률도 하락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을 찾기 시작한 배경에는 코로나 팬데믹이 잦아든 것도 있지만, 최근의 방한 급증세는 원화 가치 하락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 초만 해도 100달러는 우리 돈 11만원의 가치였는데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면서 지금은 14만원 가치로 껑충 뛰어올랐기 때문이다. 원화는 달러나 유로, 파운드뿐 아니라 중국, 동남아, 남미 지역 통화와 비교해도 가치 하락 폭이 컸다.

외국인 관광 수요가 회복되자 코로나 이전 서울의 대표적인 외국인 상권이었던 명동과 이태원, 압구정로데오와 신사동은 활기가 돌고 있다. 휴·폐업이 늘면서 비어있던 상가에 새 가게들이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명동에선 화장품 가게와 액세서리 가게 등이 속속 문을 열고 있고, 신사동 가로수길에는 패션 브랜드 ‘아미’와 화장품 브랜드 ‘3CE’ 등이 잇따라 매장을 열었다.

치솟던 공실률도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부동산 컨설팅 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명동·신사동·이태원을 포함한 서울 6대 상권의 평균 공실률은 2분기 연속으로 감소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외국인 관광객이 줄어들어 타격을 받았던 명동에 화장품 로드숍과 패션 편집숍들이 매장을 다시 열면서 공실률이 감소했다”며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증가할 거란 기대 심리가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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