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교육감·전교조 협약탓에 전원 학력평가 못하는 강원도

김연주 기자 2022. 9. 24.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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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성향 신경호 강원교육감의 주요 공약이었던 ‘학력 향상’ 정책이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강원교육청은 오는 11월 말 도내 초등학교 4~6학년, 중학교 2~3학년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도에서 자체 개발한 진단평가를 하려 했지만, 전임 교육감이 전교조와 맺은 단체 협약에 부딪혀 ‘희망 학교’만을 대상으로 하게 됐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전교조 지부장 출신 민병희 전임 교육감이 재임 중이던 지난해 7월, 강원도교육청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맺은 단체 협약. 단협엔 ‘도교육청·교육지원청 주관 학력고사를 실시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초등학교에서 학기 초 진단평가 및 중간·기말고사 등 일제 형식 평가를 근절한다’는 조항도 등장한다.

이 단협은 유효 기간이 1년이다. 지난 7월 15일까지였다. 하지만 단협에는 협약 내용을 바꾸려면 끝나기 30일 전 갱신요구안을 제출해야 하고, 제출하지 않으면 새 협약을 체결하기 전까지 기존 협약 효력이 이어진다는 조항도 있다. 30일 전이면 지난 6월 15일이라 신경호 교육감이 취임한 7월 1일 전 일이다. 결국 내년까지는 진단평가를 전체로 확대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이에 강원 지역 학부모 단체들은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교조 강원지부를 비판했다. 간정혁 새싹부모회 강원지회장은 부모는 내 아이의 학력 수준과 부족한 점을 객관적으로 알고 싶은데, 특정 노조와 단협 때문에 그걸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평가 금지는 부모의 자녀 교육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로, 당장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희망 학교만 실시하면 전교조 입김이 센 학교는 부모와 학생이 원해도 시험을 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단체협약은 근로조건, 임금, 복지 등 교사들 권익에 대한 내용을 담는 게 원칙. 학생 평가 방식 등 교육 정책에 대한 사항들은 교섭 대상이 아니다. 이 때문에 지난 2011년 고용노동부가 “2010년 강원도교육청이 전교조와 체결한 단체협약 중 ‘학력고사 금지’ 내용은 교육정책에 관한 사항으로 비교섭 대상”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위법’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와 시정 명령을 내리진 못했다. 이후 이 같은 ‘학력고사 금지’는 계속 이어져 왔다. 이병정 강원도교육청 대변인은 “이번에는 희망 학교들만 실시하지만, 앞으로 전교조와 협상을 통해 단협을 수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합의가 안 된다면 소송으로 뜻을 관철하겠다”고 덧붙였다.

부산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새로 취임한 하윤수 부산교육감도 초6, 중2, 고2 학생 전체에 학업성취도 평가를 추진 중이나 전교조 반대에 전전긍긍이다. 전교조 부산지부는 “교육감이 전체 학교에 평가 참여를 강제하는 것은 직권남용”이라며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부산교육청은 “학생 전체 평가를 시행한다는 지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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