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훈의 달달하게 책읽기] 아내의 구조 신호를 놓치지 말라

우석훈, 경제학자·성결대 교수 입력 2022. 9. 24.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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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정상적인 아픈 사람들

미국에서 활동하는 폴 김 목사와 언론인 김인종의 ‘아주 정상적인 아픈 사람들’(마름모)은 종교와 과학 사이에 서 있는 책이다. 신앙 활동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오지만 신앙책은 아니다. 그렇다고 개인의 삶에 대한 에세이나 명상록도 아니다. 책의 정체와 의도를 이해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아마 우리나라가 자살 1위 국가가 아니라면 그리고 나의 주변에도 자살을 입에 올리는 수많은 우울증을 앓는 사람이 없다면, 이 책을 끝까지 읽지는 않았을 것이다. 40대 이후로 우울증과 살았던, 얼마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 그리고 우울증에 이어 치매가 점점 심해지시는 어머니 생각이 났다. 그리고 성공한 아버지의 강압 속에서 결국을 자살을 선택하거나 불행한 삶을 살게 된 자녀들의 얘기들을 읽으면서 나도 우리 집 어린이들의 미래를 생각하게 되었다.

책에 나오는 많은 사례는 미국 교포들의 얘기인데, 어느 정도는 성공한 중산층 혹은 그 이상의 집안에서 벌어진 일이다. 가난과 실업 등 경제적 불안과 관련된 얘기는 아니다. 특히 나르시시즘 성향이 높은 성공한 아버지와 아버지의 인정을 잘 받지 못해 결국 마음에 대한 병이 생긴 얘기들은 나의 삶을 이래저래 돌아보게 만들었다. 책은 다정다감하지는 않지만, 하나하나 사례가 워낙 가슴 아픈 사연들이라서 책 중반부터는 매우 집중해서 보게 되었다.

“왜 LA 한인 타운의 한인 자살률이 다른 인종보다 4배나 많은가?” 충격적인 사실이다. “미국인들도 어떻게 한인들을 도와야 할지 고민이라는 거죠.” 압축 성장을 하며 성공을 향해 달려온 한국인들, 그 성공 뒤에는 고독과 아픔 그리고 식구들의 자살이 따라 붙게 되었다. 미국으로 가도 이미 문명처럼 된 성공 신드롬, 해소되지 않는다. 여기에 따돌림 현상이나 알코올이 따라 붙으면 문제는 아주 심각해진다.

나름 성공한 중산층 이상의 남성들 특히 아버지들에게 이 책을 권해드리고 싶다. 그 성공 뒤에서 아파하며 이상 신호를 보내는 식구들을 잠시 돌아보시기 바란다. 돈을 따라 마음이 가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제 위기 국면, 잠시라도 지나온 삶과 자기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돌아보는 계기를 이 책을 통해서 가질 수 있으면 한다. 지금은 바빠, 그렇게 말하면서 자식이나 배우자의 구조 신호를 놓치지 마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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