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88] This guy could die tomorrow
글로리아(줄리앤 무어 분)는 장성한 아들딸을 둔 중년 여성이다. 이혼 후 경제활동을 하며 그럭저럭 무탈한 삶을 이어 가지만 딸과 투닥거리는 것, 멀리 있는 아들에게 전화해 신세 한탄 하는 것 말고는 딱히 낙이 없다. 그나마 어쩌다 바에 가서 춤을 추는 것만이 유일한 취미다. 글로리아의 어머니는 나이에 비해 아직도 정정하지만 글로리아를 보면 이런 말을 한다. “넌 짐작도 못 할걸. 인생은 화살처럼 순식간에 지나가.(You won’t even know it. Because life just goes by in a flash.)” 글로리아는 심드렁하게 받아친다. “알아. 엄마가 10년마다 똑같이 말하잖아.(I know. You tell me the same thing every ten years.)” 영화 ‘글로리아 벨(Gloria Bell∙2019∙사진)’의 한 장면이다.
무료한 삶의 한가닥 위안인 딸 애니는 어느 날 스페인 프로 서퍼를 만나서 스페인으로 떠나겠다고 선언한다. 글로리아는 위험천만한 파도를 타는 프로 서퍼란 직업이 좀처럼 이해되지 않는다. “그걸 돈 받고 타는 거야?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 사람이야.(He gets paid to do this? This guy could die tomorrow.)” 애니는 자길 붙잡는 어머니의 말을 똑같이 돌려주고 스페인으로 떠난다. “엄마, 우리도 내일 당장 죽을지 몰라.(Mom. We could all die tomorrow.)”
딸을 보내고 자기만 따분한 일상에 매몰된 채 사는 게 아닐까 싶던 글로리아는 춤을 추러 들어간 바에서 아널드(존 터투로)라는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과연 이들의 사랑은 그 권태롭던 일상보다 값지고 특별할 것인가. 글로리아는 그 답이 정해져 있다는 듯 진심을 다해 감정을 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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