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으로 만들어진 다양한 약과 예기치 못한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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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세계는 여전히 전쟁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금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현재진행형이다.
반면 아편과 모르핀 등은 진정제, 진통제로 쓰이며 전쟁을 유지하는 '동력'이 됐다.
저자는 과거에는 전쟁이 약의 생산에서 '기폭제'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모든 약이 전쟁 때문에 개발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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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약, 기나긴 악연의 역사/백승만/동아시아/1만7000원
대표적인 예가 메스암페타민이다. 1893년 일본 약화학자인 나가이 나가요시가 생산하면서 널리 퍼진 메스암페타민은 초기 실험을 통해 피로 회복 효과가 탁월한 것이 알려졌다. 독일은 이 약을 야간 행군 때, 특히 좁고 더운 탱크 안에서 집중력이 필요한 전차부대원에 많이 지급했다. 그 성과는 2차 대전 당시 3일간 달리기만 해도 갈 수 없는 거리를 전투를 진행하며 3일 만에 돌파한 독일 제19기갑사단 등 엄청난 진격전을 보인 ‘아르덴 대공세’가 증명하고 있다. ‘전투력’을 높이기 위해 사용됐던 메스암페타민은 전후에는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돼 생활 속으로 침투, 화학적 변형을 거쳐 식욕억제제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반면 아편과 모르핀 등은 진정제, 진통제로 쓰이며 전쟁을 유지하는 ‘동력’이 됐다. 이후에는 중독성이 없는 진통제를 만든다며 모르핀을 화학적으로 변형한 ‘헤로인’과, 합성 마약류인 펜타닐까지 세상에 얼굴을 내밀었다. 이 펜타닐은 2002년 모스크바 극장 테러 사건 진압과정에서 러시아가 140여명 희생자를 낸 ‘수면 가스’로 이용되기도 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전쟁과 약의 ‘악연’이라 할 만하다. 저자는 과거에는 전쟁이 약의 생산에서 ‘기폭제’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모든 약이 전쟁 때문에 개발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특히 최근에는 약의 개발이 더욱 정교한 시스템으로 만들어진다고 강조한다. 초기 개발단계부터 어떤 단백질을, 어떤 물질로, 어떻게 저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체계적 복안을 가지고 접근한다는 것이다. 가령 최초의 에이즈 치료제인 지도부딘의 경우 항암제 목적으로 개발됐지만, 항암제로는 빛을 발하지 못하고 ‘대기’하다가 20년 뒤 에이즈가 세상을 뒤흔들자 창고에서 바깥으로 나왔다.
저자는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하라’는 말처럼, 현재 약 개발은 철저한 준비 시스템이 갖춰져 인류의 질병 극복에 기여하고 있다고 부연한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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