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에 요절한 천재의 시

이후남 2022. 9. 24.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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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복암 시고
관복암 시고
김숭겸 지음
노현정 옮김
지만지한국문학

“기쁜 그대 잘도 찾아 주니/문을 열고 저녁 하늘 아래 앉았노라./언덕 위의 꽃은 외로운 나무에 기대었고/봄 든 물은 너른 밭을 적시네/한바탕 웃고는 다른 일은 없어/청주 한 동이 먹고 그대로 낮잠을 자네./모래밭 갈매기는 고집 세기 더욱 심할사/고기잡이배를 피하는 것도 미적대네.”(시 ‘병중에 백온을 만나다’)

조선 숙종 때 경기 양주에 살았던 관복암 김숭겸(1682~1700)의 시다. 아픈 와중에 찾아와준 벗(백온 이위)과 함께한 즐거운 순간이 담겼다. 학문과 문장이 높은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열세 살 때부터 시를 지었는데 “모두 기발하고 노숙하며 근래 사람들의 낯익은 말을 짓지 않았”고, “보는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라”곤 했다고 한다. 우리 나이 열아홉에 병으로 숨진 그의 재능은 사후 발간된 『관복암 시고』로 전해진다. 여기 실린 시 299편을 우리말로 옮겨 한문 원문과 함께 새로 펴냈다.

이 책은 서울 중심의 시각을 벗어나 한문학의 뛰어난 작품을 조명하는 ‘지역 고전학 총서’ 1차분 10권 중 하나. 통도사 구하(1872~1965) 스님의 『금강산 관상록』, 율곡 이이의 제자이자 신동으로도 유명했던 최전(1567~1588)의 『양포 유고』 등이 함께 나왔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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