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따뜻한 금융의 힘

2022. 9. 24.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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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드상, 천지창조 등 걸작을 남긴 미켈란젤로는 천재 예술가로 유명하지만 그의 어린 시절은 순탄치 못했다. 6살에 어머니를 여읜 그에게 아버지는 "돈도 안 되는 예술을 왜 하느냐"며 구박하기 일쑤였다. 어려운 환경에서 방황하던 그의 인생이 바뀐 건 15살 무렵 로렌초 데메디치를 만나고 나서부터였다. 미켈란젤로의 재능을 알아본 메디치 가문은 그를 집으로 데려가 양자로 삼았다. 비싼 대리석을 마음껏 조각하게 해 준 것은 물론 당대 유명 인사들과 교류하게 도왔다. 메디치 가문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미켈란젤로는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거장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김연아, 박인비, 손흥민 등 세계 무대를 호령하는 스포츠 스타들을 보면 늘 감탄하게 된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화려한 조명을 받는 스타는 극소수이고, 열악한 환경에서 힘들게 훈련하고 생활하는 이들이 훨씬 많다. 무명 선수 중에는 미켈란젤로 못지않은 재능을 가졌지만 메디치 가문과 같은 후원자를 만나지 못해 꿈을 포기한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인기 스포츠 스타를 모델로 내세우는 것은 긍정적인 기업 이미지를 만들고 고객 기반을 강화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실리만 생각한다면 효율적이다. 반면 비인기 종목을 지원하거나 스타가 아닌 무명 선수에 대한 후원은 당장 눈에 띄는 마케팅 효과는 없겠지만, 돈을 필요로 하는 적재적소에 자금을 공급해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하는 금융의 본질에는 더 가깝다. 이른바 '세상을 이롭게 하는 따뜻한 금융'이다.

이런 얘기를 하면 누군가는 기업의 목적은 이윤 추구 아니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업이 당장의 이익보다 긴 안목과 호흡으로 미래를 준비할 때 더 크게 성장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 투자의 관점에서 봐도 결코 나쁜 선택이 아니다. 현재는 가능성만 있는 원석이라도 오랜 시간 갈고 다듬어 빛나는 다이아몬드가 되면 더 큰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이는 될성부른 초기 스타트업, 벤처기업을 믿고 장기 투자하는 '동반성장'과도 맞닿아 있다.

화려한 스타 마케팅보다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노력하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사회 공헌활동이 더 널리 퍼져야 사회가 발전하고 아름다운 세상이 만들어진다. 눈앞의 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던 메디치 가문의 이야기는 지금 시대의 금융이 본받아야 할 '진정한 후원'이 어떤 것인가를 돌아보게 만든다. 우리 사회 전반에 공감과 상생의 생태계가 꽃피기를 바란다.

[이영창 신한금융투자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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