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경제산책] 탄소중립으로 가는 다리, 원자력 발전

2022. 9. 24.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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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 탄소중립 목표까지
전력수요 3배 늘어날 텐데
화석연료는 줄여야 한다
이 공백 대신할 건 '원자력'
한국 원전 기업들에
매년 4조弗 투자 기대되는
세계 탄소중립시장은 기회
여행을 다니면서 다리 구경하는 것을 좋아한다. 다리는 서로 불연속된 두 지점을 연결해 주기 때문이다. 다리는 깊은 계곡과 깊은 바다로 떨어진 두 지점 사이에서 사람과 차량을 연결시켜준다. 이러한 물리적인 연결은 양쪽의 문화와 경제를 풍성하게 한다. 불연속한 두 점 사이의 관계는 경제학에서도 중요한 개념 중 하나인데 두 불연속 지점을 포함하는 효용의 극대화나 비용의 최소화 추정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수학을 이용해 설명한다면 경제분석에서는 미분을 이용해 효용극대점을 구하게 되는데 불연속 점에서는 이 미분이 가능하지가 않다.

현재 한국은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를 목표로 나아가고 있다. 중간 목표로 8년 후 2030년까지 탄소배출을 30% 감축해야 한다. 이제 막 탄소중립을 시작한 한국에 지금의 경제와 2050년의 탄소중립 경제는 두 개의 불연속 점인 셈이다. 이 두 점을 연결시켜주는 다리에는 무엇이 있을까? 탄소중립 추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산업이 전력산업인데 현재 사용하는 석유, 석탄, LNG(액화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는 2050년까지 전력생산에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다른 에너지원과 달리 전력수요는 2050년까지 약 3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2021년 맥킨지 보고서). 최근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전기자동차 수요에서 볼 수 있듯이 소득이 증가하면서 고급 에너지인 전기에 대한 수요는 자연스럽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현재와 미래 사이 전력생산의 불연속을 구체적으로 본다면 2022년 현재 석탄, 가스가 생산하는 전력은 전체 생산의 64% 정도이다. 이를 탄소중립 전력생산으로 바꾸어야 한다. 태양광과 풍력 같은 신재생 전력생산이 증가하면 좋겠지만 이것이 쉽지가 않다. 2021년 기준으로 한국에서 태양광과 풍력을 이용한 재생전력생산은 1년에 44테라와트(TW) 수준인데 삼성전자의 전력 사용량만 해도 연간 18테라와트가 넘고 있다. 최근 RE100을 선언한 삼성전자가 생산시설을 늘린다고 하면 한국에서 생산되는 모든 재생전력을 다 소비할 지경이다. 한국은 영토가 좁고 태양광과 풍력 공급이 일정하지 않아 지금의 기술 수준으로는 대규모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담보하지 못한다.

따라서 탄소중립 경제로 가기 위한 유일한 다리는 원자력 발전을 통한 전력생산이다. 최근 유럽의 상황에서 볼 수 있듯이 모든 나라가 탄소중립을 추진함에 있어서 원자력 발전의 사용이 늘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탄소중립의 도도한 흐름은 선진국들에 한 세기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실로 거대한 비즈니스 기회이다. 선진국들이 기후변화를 제어하기 위한 선한 의도로 전 세계 탄소중립을 주도하고 있지만 이렇게 빠른 시간표는 선진국들이 전 세계 탄소중립 비즈니스를 선점하려는 의도가 있다. 탄소 저장이나 전기에너지 저장 기술과 같은 주요 탄소중립 기술은 물리학, 화학, 생물학과 같은 기초 학문이 발전한 나라가 독점하고 있다. 한국은 응용 기술을 이용하는 반도체와 자동차는 잘 만들지만 2020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독일, 일본이 보유한 탄소중립 기술의 80% 정도를 확보한 수준이다.

모든 나라들이 탄소중립에 기반해 생산기술을 재구성해야 하는 향후 100년간 시설 투자에 들어갈 비용은 미국이 아이폰이나 구글로 거두어 가는 이익에 비교할 바가 아니다. 국제에너지기구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현재 64개 국가가 21세기 안에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로써 2030년까지 매년 4조달러의 글로벌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2배가 넘는 규모이다. 사실 한국 원전기술은 아직 완전하지 못하다. 원전 설계와 같은 핵심기술을 아직 확보하지 못하였고, 안전에 대한 국민의 불안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현대자동차가 엔진기술 없이 시작하였고, 삼성전자도 반도체 설계 기술 없이 시작하였듯이 국내 원전생산 기업들도 규모의 경제를 통해 핵심기술과 안전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 원자력 발전은 현재와 미래를 잊는 두 가지 다리이다. 우리 경제에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보장해주는 다리이면서 동시에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탄소중립 비즈니스에 참여할 수 있는 다리이기도 하다.

[김세완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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