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거친 화법, 국가의 품격을 생각하길 [사설]
민주당이 "우리 의원 169명이 이 XX들이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건 당연하다. 대통령의 사적 발언을 민주당과 언론이 과도하게 비판하고 야단법석을 떠는 건 국익 자해라며 대통령실이 발끈하는 것에도 동의하기 힘들다. 아무리 사적 대화라 할지라도 대통령 입에서 나온 메시지가 외부에 알려지는 순간 더 이상 '사적'일 수는 없다. 이미 대통령은 '내부 총질' 사적 문자 노출로 한바탕 혼쭐이 난 바 있다. 그런데도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는 걸 뻔히 알면서도 정상회의장 주변에서 비속어가 섞인 발언을 서슴지 않은 건 이해하기 힘들다. 또 이번 사태로 이준석 당대표가 들었다는 "이 XX 저 XX" 폭로를 떠올린 국민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범법자를 상대하는 검사 시절 때 몸에 밴 언어 습관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사실 이 같은 대통령의 정제되지 않은 거친 화법이 국민들을 실망시킨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인사 실패 지적에 "전 정권 사람들보다 낫다"거나, 지지율 하락에 "별로 의미 없는 것"이라고 한 게 대표적이다. 이젠 심지어 비속어까지 남발하니 국민들이 대통령 발언 리스크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국민들이 윤 대통령을 선택한 건 지난 5년간의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려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꾸 이런 설화 탓에 발목이 잡히면 국정 동력이 상실돼 아무것도 못할 수 있다. 이건 윤 대통령을 뽑아준 국민들을 배신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국가수반인 대통령은 국민의 존경을 받아야 하는 자리다. 국가의 품격도 생각해야 한다. 대통령이 크게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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