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인간' 뛰어넘는 도발적 상상[책과 삶]
지구별 인간
무라타 사야카 지음·최고은 옮김
김영사 | 294쪽 | 1만4800원
일본 작가 무라타 사야카는 세상과 불화하는 아웃사이더 이야기를 다루는 데 도가 튼 것만 같다. 취직도 연애도 하지 않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 여성의 이야기 <편의점 인간>으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작가가 신작 <지구별 인간>으로 돌아왔다.
<지구별 인간>은 어려서부터 수많은 어른에게 언어적·물리적·성적 학대를 당해온 여자아이 나쓰키의 시선에서 전개된다. 나쓰키는 학대의 원인을 자신에게 돌리고, 스스로를 포하피핀포보피아별에서 온 마법 소녀라고 생각하기에 이른다.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 채 환상에 의지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나쓰키는 비슷한 상처를 지닌 사촌 유우를 만나 난생처음 마음을 나눈다. 역시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유우는 자신을 외계인이라고 여기며 지구를 떠날 날을 기다린다.
하지만 어느 여름 벌어진 ‘사건’으로 인해 두 사람은 강제로 분리되고, 서로 만나지 못한 채 성인이 된다. 20년 후 성인이 되어 다시 만난 두 사람은 과거와 달리 삐걱거린다. ‘인간 공장’(나쓰키가 번식에 집착하는 세상을 이르는 표현)은 남들과 달리 제대로 된 ‘부품’이 아닌 이들을 내버려두지 않는다. 이 아웃사이더들은 ‘지구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작가는 <편의점 인간>에 이어 이번에도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여기에 재생산과 성차별 등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이 겪는 갈등, 고뇌와 함께 도발적인 상상력이 더해졌다. 시종 어둡고 음울한 분위기나 읽는 사람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작가의 솜씨는 그대로다.
영국 BBC와 미국 뉴욕타임스가 각각 ‘2020년 최고의 책’, ‘2020년 주목받는 100권’으로 선정했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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