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선수가 축구협회에? 다양성의 힘을 체험하다[책과 삶]
다이버시티 파워
매슈 사이드 지음·문직섭 옮김
위즈덤하우스 | 416쪽 | 2만1000원
만약 헌법을 개정한다면 어떤 전문가를 불러 논의해야 할까. 흔히 헌법학자, 판사, 변호사, 법철학자 같은 법조인을 먼저 떠올린다. 법 기술적 측면에선 법조계 관계자들이 탁월할 수 있지만 법조인들의 관점과 논리의 한계 또한 뚜렷하다. 여성학자, 사회학자, 기후변화 전문가, 시민사회 운동가, 청소년, 성소수자 등이 공식 논의에 참여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때 다양한 관점이 헌법에 반영될 가능성은 더 커진다. <다이버시티 파워>는 제목 그대로 다양성의 힘을 강조한다. 영국 탁구대표팀 선수이자 저술가인 저자 매슈 사이드는 “서로 다른 의견은 사회적 결합에 대한 위협이 아니라 사회적 활력에 대한 기여로 간주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2016년 영국 축구협회 기술자문위원회에 합류했다. 당시 기술자문위에는 축구계 인사뿐 아니라 스타트업 창업가, 교육 전문가 등도 포함됐다. 축구계 바깥에서 온 전문가들은 스포츠계에 자리 잡은 규범에 얽매이지 않는 의견을 내놨다고 한다. 저자는 “예전에 전혀 파악하지 못했던 힘”을 느꼈다고 한다. 그가 느낀 힘이 다양성이다. 저자는 조직 내 다양성을 키우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그림자 위원회’ 설치를 제안한다. 나이 많은 의사결정집단의 주요 결정과 전략에 조언을 하는 그룹이다. 저자는 주로 젊은층으로 구성하는 게 낫다고 본다.
저자는 영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처가 한국이나 대만에 비해 미흡했던 이유로 ‘다양성 부족’을 꼽았다. 영국 내 전문가들은 완전 봉쇄, 통제받지 않은 바이러스 확산 두 가지 시나리오만 고려했다고 한다. 검사, 추적, 격리 전략은 빠져 있었다. 저자는 자문그룹이 과거 독감 대응 모델만 들여다보는 전문가들로 구성돼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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