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이 불러온 나비효과..미국도 떨고 있다[오미주]

권성희 기자 입력 2022. 9. 23.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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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오미주'는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의 줄인 말입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벤트가 있었거나 애널리스트들의 언급이 많았던 주식을 뉴욕 증시 개장 전에 소개합니다.

점선은 연준 위원들의 기준금리 전망치 중간값


사람들은 어떤 한 문제가 생기면 그 문제를 해결하는데 집중한다. 문제는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다른 문제를 파생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장 직면한 문제에 몰두하느라 그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파생되는 여러 다른 문제들은 인지하지 못한다.

다른 문제들이 표면으로 드러난 다음에야 '아차' 하는 것이다. 이는 인간의 인지 능력에 한계가 있고 집중력의 범위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지금 미국의 연준(연방준비제도)이 꼭 그렇다. 연준의 신경은 온통 인플레이션에 쏠려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인플레이션은 끌어내려야 한다는 의지가 가득하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을 떨어뜨리기 위해 연준이 쓸 수 있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금리 인상을 통해 돈의 가치를 높여 빚을 내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빚을 내기 어려우면 소비자들은 지출을 이전보다 줄여야 하고 기업은 투자를 줄여야 한다. 그러면 기업은 매출이 줄고 사업을 확장하기 어렵게 된다. 결과적으로 고용을 줄이게 돼 실업자가 늘어난다. 실업자가 늘면 다시 소비가 준다.

연준이 금리를 올리려는 뻔한 이유를 장황하게 설명한 것은 금리 인상의 부작용, 즉 경제 성장 둔화가 인플레이션에 대한 해법이란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연준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경제 성장 둔화라는 부작용은 감내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연준의 금리 인상이 초래할 수 있는 부작용은 미국의 성장 둔화만이 아니다. 연준이 의도치 않았던 막대한 파급효과를 전세계에 불러 일으킨다는 점이 문제다. 역 환율전쟁이 대표적이다.

환율전쟁이란 세계 각국이 자국의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려 경쟁하는 것을 말한다. 자국 통화가치가 떨어지면 수출가격이 내려가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역 환율전쟁이란 반대로 자국 통화기치를 올리려 경쟁하는 것이다. 자국 통화가치가 너무 떨어지면 수입물가가 올라 자국 내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전세계 각국은 이미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강달러 현상이 심화하자 자국 통화가치를 올리려 금리를 한번에 0.5~1%포인트까지 올리며 역 환율전쟁에 나섰다.

전날(22일) 일본은 1998년 이후 24년만에 처음으로 달러를 팔고 일본 엔화를 사들이는 외환시장 개입까지 단행했다.

연준발 인플레이션 전쟁이 야기한 이 같은 글로벌 역 환율전쟁은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파이낸셜 타임스(FT)의 칼럼니스트인 클레어 존스는 22일(현지시간) '연준에 대한 글로벌 반격이 시작됐다'는 글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떨어뜨리려는 연준의 정책이 불러온 역 환율전쟁이 글로벌 경기 침체를 야기하고 저성장 국가의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계은행(WB)은 이미 지난주 현재 상황이 글로벌 금리가 치솟고 전세계 무역이 위축되면서 남미에서 부채위기가 불거지고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국가들이 연쇄 파산한 1980년대 초와 닮아 있다고 경고했다.

1980년대 초는 연준이 1970년대 내내 잡히지 않던 인플레이션을 끌어내리기 위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던 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장기간 유지했고 이 결과 전세계 부채 비율은 급등했다. 금리가 제로(0) 수준에 가까우니 마음 놓고 빚을 얻어 쓴 것이다.

하지만 올들어 금리가 치솟으며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에는 구제금융을 요청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 중국은 독자적으로 스리랑카와 파키스탄, 아르헨티나 등의 국가에 비상자금을 지원해 서방 채권국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캠브리지 대학 퀸즈 칼리지 학장은 연준이 공격적인 긴축을 계속하면서 우리는 "차선과 3번째 선밖에 찾을 수 없는 세계"에 빠져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각국이 직면한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사라졌고 이제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남기는 차선, 실제로는 차악의 방법밖에 남아있지 않게 됐다는 의미다.

FT의 칼럼니스트인 존스는 연준으로서도 쉽게 떨어지지 않는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

하지만 이 결과 전세계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올리면서 자금 조달 비용을 높이는 자충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미국에도 자충수다. 미국은 막대한 규모의 재정적자와 경상수지 적자를 내고 있기 때문에 국채를 발행해 적자를 메워야 한다.

금리 인상은 미국 정부의 이자 부담을 큰 폭으로 늘려 재정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인해 미국이 받을 수 있는 역풍은 22일 채권시장에서 단초를 드러냈다. 일본이 외환시장에 개입했다는 소식에 미국의 장단기 국채 금리가 일제히 급등한 것이다.

일본이 외환시장에서 엔화를 매입하기 위해 미국 국채를 팔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며 국채 매도 주문이 밀려든 것이다.

물론 일본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달러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굳이 미국 국채를 팔아서까지 달러 현금을 마련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자국 통화 가치를 올리려는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 국채를 팔아 달러 현금을 마련해 외환시장에서 자국 통화를 사들일 수 있고 이는 미국 국채 매도세를 불러와 미국 국채 금리를 급등시킬 수 있다.

아울러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달러 강세가 계속되면 다른 국가들도 연쇄적으로 금리를 올릴 것이고 이는 전세계를 침체에 빠뜨리는 한편 재정이 약한 국가의 연쇄 부도를 촉발할 수 있다.

이런 크고 작은 사건들은 주식시장에 때때로 발작을 일으켜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물론 이는 하나의 가능성일 뿐이다. 이런 비관적인 시나리오만 생각하다간 영영 주식 투자를 못할 수도 있다.

그리고 '뉴욕 5번가에 사는 비관론자는 없다'는 증시 격언도 있다. 뉴욕 5번가는 과거 가장 부유한 사람들이 살던 거리였다. 다시 말해 비관론자가 부자 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지금은 수많은 거시경제적 요인들이 증시에 역풍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용감해질 때가 아니라 신중해질 때다. 무조건 낙관론자가 될 때가 아니라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까지 계산해봐야 할 때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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