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특공' 당첨됐는데, '장애인이라' 대출 거부?

이유경 입력 2022. 9. 23. 20:19 수정 2022. 9. 23.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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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한 금융기관이 장애인 특별공급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은 지적장애인에 대해, 석 달 넘게 중도금 대출을 거부하다가 MBC 취재가 시작되자 대출해주겠다고 번복한 일이 있었습니다.

장애인의 주거 안정을 위해 제공되는 특별분양을 받았는데,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집을 날릴 뻔했던 겁니다.

어떻게 된 건지, 이유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경기도 구리시에 대형 건설사가 짓고 있는 아파트 단지입니다.

지적장애인 32살 이한구 씨는 지난 2월, '장애인 특별공급'으로 이곳을 분양받았습니다.

그런데 석 달 전, 시행사가 지정한 대출기관인 구리 새마을금고 수평지점으로부터 중도금 대출을 거절당했습니다.

[이한구 씨 누나] "'동생 분이 혹시 장애인이시냐' 해서 그렇다고 했더니 '장애인분이시면 어차피 대출이 불가하다, 안 된다'고 확답을 해버리신 거예요."

지적장애 2급인 한구 씨는 복지관에서 일하는 4대 보험 가입자로, 커피 바리스타 자격증도 보유하는 등 경제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왜 대출이 안 되냐며 가족들이 항의하자 해당 지점은 "다시 와서 대출서류를 작성하자"고 했지만, 결론은 그대로였습니다.

[이한구 씨 누나] "저도 갑자기 당황을 했던 게 '대출받을 금액을 한글로 쓰라'고 하신 거죠. 2억 9천 80만 원이거든요. 그거를 한글로 쓰려고 하니‥"

끙끙대던 한구 씨를 보던 새마을금고 측은 대출내용을 이해했는지 확인할 수 없다며 대출 불가를 통보했습니다.

[구리새마을금고 수평지점 관계자] "진행이 어렵다‥ 왜냐면 결국엔 받아쓰기밖에 안 되거든요. 내용도 잘 인지를 못하셨고 전혀 이해가 안 된다라고 판단을 했고…"

하지만 표현은 미숙해도, 한구 씨는 분양에 당첨돼 이사를 가야 하고 대출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이한구] "아파트 됐어요. 아파트 이사 가요. 돈 없어, 돈 주세요."

장애인 특별공급 기회는 단 한 번뿐인데, 대출을 못 받으면 중도금을 낼 수 없는 상황.

새마을금고 측이 제시한 해법은 '한정후견인', 즉 대리인을 지정하라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법원 측은 후견인 지정에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며 소극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한구 씨 누나] "(법원 측에서) 직장가입자고 근로소득이 있고 본인 명의 통장으로 금융거래가 가능하고 하다 보니 후견인 지정하는 것 자체가 장애인 인권 침해인 것 같다‥"

대출이 절박했던 한구 씨는 그래도 후견인 신청을 했지만 두 달째 결정이 나지 않고 있습니다.

내년 3월까지 중도금을 내지 못하면, 분양 취소는 물론 위약금도 8천만 원이나 물어야 합니다.

인권위는 "지적장애를 이유로 대출 등 금융상품 가입을 거부하는 건 장애인 차별"이라고 지적해왔습니다.

[김윤진/변호사] "중도금 대출은 시행사가 지정한 계좌로 바로 입금이 되고, 담보를 기준으로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지적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후견인을 요구하는 것은 장애인 차별이라 하겠습니다."

취재가 계속되자 해당 새마을금고 측은 관련 판례를 검토한 결과 한구 씨 측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며 대출을 허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한구 씨와 가족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장애인 응대 지침을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MBC뉴스 이유경입니다.

영상취재: 이준하 / 영상편집: 조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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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이준하 / 영상편집: 조민우

이유경 기자 (260@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2/nwdesk/article/6410740_3574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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