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값 폭등 진원지를 가다, 고랭지 배추밭 쑥대밭

류현준 2022. 9. 2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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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요즘 배추 한 포기에 1만 원이 넘을 정도로 가격이 폭등하고 있죠.

'금 배추'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가격이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 고랭지에서 생산되는 배추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상기후 현상이 배추밭까지 덮치면서 그런 거라고 하는데, 류현준 기자가 현장에 가서 살펴봤습니다.

◀ 리포트 ▶

해발 1,100m. 강릉시 왕산면의 고랭지 배추밭입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이곳에서 배추가 자랍니다.

그러나 드넓은 배추밭은 한눈에 봐도 심각한 상황입니다.

시들시들한 배추, 잎이 노랗게 변한 배추가 가득합니다.

해발 고도가 이보다 낮은 배추밭은 상황이 더 나쁩니다.

이곳은 해발 670m 강원도 정선군의 한 고랭지 배추밭입니다.

배추를 멀리서 봤을 때는 파릇파릇하게 자라고 있는 듯한데요.

가까이에서 보시면 겉은 바싹 말라 있고 크기는 정상적인 상태의 10분의 1도 되지 않습니다.

정상적인 고랭지 배추는 포기당 3kg 이 넘습니다.

그러나 이곳의 배추는 포기당 무게가 2-300g에 불과하고 대다수가 병에 걸려 죽어가고 있습니다.

잎에는 구멍이 뚫리고 만지면 부스러져 가루가 됩니다.

[라상천/고랭지 배추 농민] "<속만 이렇게 떼서 쓸 수가 있나요?> 이 정도는 먹을 수가 없어요. 먹을 수가 없어."

해발고도 800m 이하의 고랭지 배추밭은 파국적 상황입니다.

삼척의 이 배추밭은 900m 고도여서 파국은 면했지만 수확할 수 있는 배추는 절반에 불과합니다.

[권영기/고랭지 배추 농민] "올해 우리 동네가 (트럭) 1천 대 정도 배추를 재배를 했는데 한 500대 정도밖에 생산이 안 됐어요."

고랭지 배추가 이렇게 된 건 이상한 여름 날씨 때문입니다.

이것은 강원도 태백의 예년 여름철 최고기온입니다.

90여 일 동안 최고기온이 25도를 넘는 날이 7일입니다.

그런데 올해는 25도를 넘는 날이 64일이나 됐고, 6월 22일은 최고기온이 33.4도까지 치솟았습니다.

차가운 날씨를 좋아하는 고랭지 배추에겐 재앙입니다.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면 잎이 물러지는 무름병과 각종 바이러스에 감염돼 시름시름 앓습니다.

[고기윤/정선군 농업기술센터 기술연구과 팀장] "영향을 준 건 그 5~6월 가뭄과 고온 또 이제 7~8월에 잦은 강우로 인해서 병해충이 많이 만연하고요."

온난화대응 농업연구소에서 실험한 영상입니다.

14도에서 20도 사이에서 싱싱하게 자라는데 20도에서 26도로 높아지면 잎이 시들기 시작합니다.

고랭지를 덮친 이상기후는 고랭지만 강타한 게 아닙니다.

이곳은 서울시 은평구의 김치 판매 전문점입니다.

강원도에서 온 고랭지 배추에다 쪽파와 고추장 등 각종 양념을 버무려 김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치솟는 배추가격 때문에 걱정이 많습니다.

가격은 급등했는데 배추는 작고 상태도 이전만 못합니다.

[유예순/김치 판매 전문점 대표] "이게 돈 만 원 넘어요. 한 포기가. 그전에는 이렇게 컸었는데 이렇게 작고, 썩고 그랬어요."

재료값이 오르니 판매 가격이 오르는 건 당연합니다.

[양은정] "지금은 이제 김치값이 금값이라 조금씩 아껴 먹어야 될 것 같아요."

문제는 고랭지의 기온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는 겁니다.

여름철에 내리는 폭우와 가뭄도 더 심각해졌습니다.

[고기윤/정선군 농업기술센터 기술연구과 팀장] "해발이 800m가 넘어야 고랭지 채소가 겨우 재배가 되는 정도라고 보시면 돼요. 그만큼 기후가 따뜻해져서."

기온이 상승하면 2050년에는 고랭지 배추 재배 가능지역이 지금의 7%로 급감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고랭지 배추를 재배할 수 없게 된 농민들은 배추밭이었던 곳에 사과 등 대체작물을 심었습니다.

사과나무가 자라 수익을 내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7년.

당장 돈이 되는 게 아니니까 빚이 늘어난 농민도 많습니다.

[김건영/사과 농민] "기후가 안 맞다 보니까 배추를 재배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거죠. 새로운 방법을 찾기 위해서 과수를 선택한 거죠."

농민들은 실질적인 대책을 원하고 있습니다.

[정덕교/고랭지채소강원도연합회 회장] "<기후 변화로 인한 그런 것들은 보전이 안 되는 거죠?> 전혀 안 되고 있죠. 이런 건 농가들이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근데 그런 게 보험에 적용이 안 되면 그 보험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을 해요."

이상기후에도 잘 버티는 품종개량과 재배기술 개발도 서둘러야 합니다.

MBC뉴스 류현준입니다.

영상취재: 위동원, 양성주(강원영동) / 영상편집: 고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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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위동원, 양성주(강원영동) / 영상편집: 고무근

류현준 기자 (cookiedou@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2/nwdesk/article/6410736_3574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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