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입방아에 오른 '외교 논란'

2022. 9. 23.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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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김대중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나온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this man'이란 말은 당시 한국에서 엄청난 역풍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자신 보다 연장자인 김대중 대통령에게 'this man'이라 부른 건 우방에 대한 모욕이고 외교 참사라는 거였죠.

2년 뒤, 부시 대통령은 미국을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에게 공교롭게도 똑같은 장소에서 'easy man to talk to(이야기하기에 참 편한 상대)'라고 해 또다시 한국이 발끈했습니다. 일국의 대통령을 easy man, 그러니까 '쉬운 남자'라고 했다는 거였죠.

하지만 이 당시 한미관계는 큰 문제가 없었고, 노 대통령 서거 뒤 부시가 직접 초상화까지 그려 봉하마을에 간 걸 보면 외교 관계라는 건 순간적인 이벤트에 좌우되기보단 지속적인 노력과 관계의 결과물이라고 보는 게 타당할 겁니다.

민주당은 일본 총리와의 '30분 회담', 미국 대통령과의 '48초 환담'을 굴욕으로 규정하며 대대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지요.

'윤석열 정부의 빈손 외교, 비굴 외교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의 막말 사고 외교로 대한민국의 국격까지 크게 실추됐습니다.'

'국내 정치는 국경선에서 멈춰야 한다'는 불문율이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언제부터인지 우리나라에서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지만, 그런데 이게 과연 야당만의 탓일까요.

대통령의 이번 해외 순방은 지난 15일 대통령실이 '한미, 한일 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해놓고 시간을 조율 중'이라고 발표할 때부터 꼬이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자간 외교무대에서 정상회담은 막판까지 유동적인 경우가 많은데 정부가 서둘러 발표해 기대를 한껏 부풀려 놓고, 일본으로부터는 일방적인 발표로 외교 관례를 무시했다는 격한 반발을 샀으니까요.

'내치 실수는 선거에서 지면 그만이나, 외교 실수는 우리 모두에게 죽음을 가져올 수 있다'

외교의 방향은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대처 능력과 디테일이 부족한 건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옳은 길이라고 믿는다면, 가는 길도 제대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이 안심하고 발 뻗고 잘 수 있지 않겠습니까.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입방아에 오른 '외교 논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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