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 대통령 막말 파동, 사과도 없이 '오만한' 해명뿐인가

한겨레 입력 2022. 9. 23. 18:35 수정 2022. 9. 2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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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아침부터 우리나라 뉴스는 온통 윤석열 대통령의 막말 파동으로 도배가 됐다.

23일까지도 전국민이 대통령의 입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비속어를 반복해서 들어야 했다.

이 부끄럽고 민망한 상황에서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이 국민에게 공식 사과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와 전국민을 대표해 외교 무대에 선 대통령이 싸움판에서나 쓰임 직한 욕설과 비속어를 아무렇지 않게 사용해 국민 모두를 낯뜨겁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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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2일(현지시간) 캐나다 토론토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 만찬간담회에서 행사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아침부터 우리나라 뉴스는 온통 윤석열 대통령의 막말 파동으로 도배가 됐다. 23일까지도 전국민이 대통령의 입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비속어를 반복해서 들어야 했다. 특정 단어를 놓고는 도처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이 부끄럽고 민망한 상황에서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이 국민에게 공식 사과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 흔한 ‘유감 표명’조차도 내놓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발언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진 뒤 15시간이 흘러서야 비로소 발언 자체에 대한 해명이란 것을 내놓았다. 하지만 그 내용은 엉뚱하기 짝이 없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대통령의 발언이 실제와는 다르게 알려졌다”, “짜깁기와 왜곡으로 발목을 꺾었다”며 언론과 야당 탓으로 돌렸다. 그러면서 발언에 등장하는 단어가 미국 대통령 이름 ‘바이든이’가 아니라 ‘날리면’이 맞다고 강변하며 “다시 한번 들어보시라”고 말했다. ‘국민 청력시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듣는 사람에 따라 제각각인 특정 단어 논란으로 관심을 끌어간 것이다. 김 수석은 정작 대통령의 비속어 사용 행위 자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았다. 전형적인 프레임 바꿔치기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 윤 대통령의 막말은 이 짧은 만남을 끝낸 뒤 행사장을 벗어나면서 나왔다. 연합뉴스

대통령이 말한 특정 단어가 무엇인지는 부차적인 문제다. 우리나라와 전국민을 대표해 외교 무대에 선 대통령이 싸움판에서나 쓰임 직한 욕설과 비속어를 아무렇지 않게 사용해 국민 모두를 낯뜨겁게 만들었다. 더욱이 발언 내용이 미국 현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논란이 미국 정계까지 번지고 있다. 사실 윤 대통령의 막말은 처음이 아니다. 텔레그램 문자에 남긴 ‘내부 총질’은 점잖은 편에 든다. 대선 과정에서 당시 정부나 상대 후보 진영을 향해 ‘무식한 3류 바보’, ‘미친 사람들’, ‘중범죄자’ 같은 거친 말을 아무 거리낌 없이 썼지만, 사과를 한 적은 없다.

백보 양보해서 김 수석의 설명이 맞더라도, 윤 대통령은 민주당을 향해 욕설과 막말을 한 것이 된다. 김 수석은 전날 논란으로 “대한민국은 동맹국을 조롱하는 나라로 전락했다”고 했는데 동맹국 관계는 걱정이고 야당을 ‘××’로 부르는 대통령 인식은 아무 문제가 없단 말인가. 윤 대통령은 막말의 여파가 채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대한민국 국회의 적극적인 협력을 기대한다”는 메시지를 올렸다. 거친 욕설을 퍼붓고는 갑자기 얼굴을 바꿔 잘해보자며 악수를 청하는 모양새다. 이래서는 협치고 대화고 가능할 리 없다. 국민에게, 야당에 진솔하게 사과하는 것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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