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이의 죽음 마주한 한미 시인들..결론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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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순(67) 시인은 2019년 6월 사랑하는 엄마를 떠나보냈다.
아시아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캐나다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그리핀 시 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졌지만, 엄마는 1주일 뒤 그의 곁을 떠났다.
김혜순은 '그리핀 시 문학상' 수상작인 '죽음의 자서전'을 영어로 옮긴 재미교포 최돈미 시인과 함께 해외 곳곳을 돌며 낭독회를 했던 때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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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담: 이야기 너머(Beyond Narrative)' 주제로 30일까지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김혜순(67) 시인은 2019년 6월 사랑하는 엄마를 떠나보냈다. 아시아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캐나다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그리핀 시 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졌지만, 엄마는 1주일 뒤 그의 곁을 떠났다.
김혜순은 개인의 슬픔을 치유한다기보다 비탄의 연대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시집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를 냈다.
2019년 시 부문에서 퓰리처상을 받은 미국의 시인 겸 번역가 포레스트 갠더(66)의 아내는 2016년 1월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갠더는 당시 1년 반 동안 슬픔에 빠져 아무런 문장도 쓰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어떤 단어라도 내뱉고자 하는 강렬한 의지가 샘솟아 시를 써 내려갔고, 아내에게 헌정한다는 마음으로 시집 '함께 하다'(With)를 선보였다.
두 사람은 23일 '월담: 이야기 너머(Beyond Narrative)'를 주제로 마포구 서울생활문화센터 서교에서 열린 제11회 서울국제작가축제 개막 강연에서 아픈 과거의 기억을 꺼내놓으며 '애도'와 '글쓰기'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김혜순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애도의 고통은 맞물린 죽음이자 산고(産苦) 같았다"며 "굉장히 고통스러웠고, 그때부터 병이 들어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신경 상태가 낫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또 "내게 있었던 정수(精髓), 에센스가 없어진 그런 기분"이라고 했다.
갠더는 "슬픈 일은 다들 한 번씩 겪지만 차마 형언하기 어려운 비탄이 다가올 때가 있다"며 "각자의 슬픔을 표현할 수 있는 우리만의 언어를 만들어내고 소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침묵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혜순은 '그리핀 시 문학상' 수상작인 '죽음의 자서전'을 영어로 옮긴 재미교포 최돈미 시인과 함께 해외 곳곳을 돌며 낭독회를 했던 때도 떠올렸다.
"최 시인을 만날 때마다 제가 엄마 이야기를 했어요. 최 시인은 항상 저한테 '불쌍해서 어떡해요'라고 말해줬는데 그게 너무 위로가 됐습니다."(김혜순)
"구토를 하듯 새로운 방식으로 시를 마구 썼어요. 제게 다가와 공감해주거나 편지를 보내준 분들이 '내 감정을 너무 잘 반영해줬다'고 말했지요. 그때 복합적인 감정의 경험을 언어화하는 게 시의 역할이라고 느꼈습니다."(갠더)
김혜순은 이날 시를 쓰는 시간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양상들을 풀어냈고, 갠더는 시를 통한 언어의 새로운 가능성과 잠재력, 확장성 등에 관한 생각을 이야기했다.
국내외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교류하는 장인 서울국제작가축제는 30일까지 작가 대담, 낭독, 토론 등 19차례의 행사가 이어진다.
9개국 작가 35명은 장르와 언어 등 모든 경계와 코로나19 팬데믹을 딛고 '너머'를 향해 나아가는데 문학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머리를 맞댄다.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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