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물결 속 눈에 띄는 검은 옷.. 성남FC를 지키려는 싸움은 계속된다[현장 인터뷰]

김성수 기자 2022. 9. 23. 17:5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고양=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대부분이 붉은 유니폼을 입은 A매치 데이의 고양종합운동장. 그 가운데 홀로 검은 유니폼을 입고 자신의 팀을 지키려는 싸움을 이어가는 한 팬이 있었다.

성남FC 팬 서주훈 씨.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23일 오후 8시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코스타리카와 9월 A매치 첫 번째 평가전을 가진다.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이 약 2개월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월드컵 본선 진출국과의 모의고사다. 이날 3만6000석에 달하는 고양종합운동장 전 좌석이 매진됐다.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듯 경기 시작 2시간 반 전부터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많은 축구 팬들이 고양종합운동장을 찾았다. 경기장 주변에서는 각종 행사를 진행되거나 음식을 파는 노점들이 자리하면서 분위기를 더욱 흥겹게 했다.

붉은 유니폼이 대부분인 가운데 홀로 검은 유니폼을 입고 한 자리에 꼿꼿하게 서 있는 이가 있었다. 그는 바로 성남FC 팬 서주훈(29) 씨였다.

신상진 신임 성남시장 겸 성남FC 구단주는 대놓고 축구단의 '해체'를 언급했다. 성남 구단이 대기업 후원금과 관련한 의혹에 휩싸이면서 신 시장은 당선 후 구단에 대해 "성남FC는 비리의 대명사가 됐다. 이런 구단의 구단주를 하고 싶지 않다. 기업에 매각하거나 제3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팀이 시민 통합의 에너지를 주지 못하고 오히려 정치적으로 나쁘게 쓰인 것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

이에 충격을 받은 성남 팬들은 즉시 팀을 지키기 위한 행동에 나섰다. 8월 21일 FC서울 원정경기에서 "성남시는 구단 매각 결정을 철회하라"는 내용의 걸개를 펼쳐 든 것을 시작으로 매 경기 성남을 지키기 위한 메시지를 전했다. 성남 서포터즈 블랙리스트는 8월 22일 SNS를 통해 호소문 공개하며 다른 K리그 팬들에게 힘을 모아줄 것을 부탁했다.

이에 많은 구단의 팬들이 응답했다. K리그1, K리그2 팬들은 물론 K3리그, K4리그, 심지어 국가대표팀 공식 서포터즈 붉은악마까지 힘을 더했다. 긴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성남을 위해 많은 이들의 뜻이 한데 모인 것이었다.

홀로 피켓 시위를 진행하던 서주훈 씨는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에서 "이날 준비한 메시지 중 가장 큰 것은 '성남의 별은 오직 성남의 하늘에서만 빛난다'는 글귀다. 이번 사태가 최초로 터졌을 때 팬들이 해시태그나 걸개로 나타냈던 문구다. 이 내용의 영문 문구를 걸개로 만든 것을 이날 경기장에 걸 예정이다. 걸개를 걸고 나서 경기 시작 전까지 다시 시위할 예정"이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성남의 호소에 응답해주신 타구단 팬 분들을 위해 그 팀들의 이름도 담았다. 해시태그로 많이 썼던 '#STAY성남', '#연고이전반대', '#성남FC해체반대' 등의 문구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이날 혈혈단신으로 고양종합운동장을 찾은 이유로는 "성남을 응원하긴 하지만 현 거주지가 고양이다. 이 프로젝트를 팬들의 모금으로 준비했다. 24명이 후원해 101만원 정도가 모였다. 원래는 걸개만 만들고자 했으나 예상했던 모금액의 4배가 넘는 액수가 모여 피켓 시위도 하고, 일부는 수해를 입으신 포항 시민들께 기부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하는 27일 카메룬전에는 더 많은 동료들이 함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주훈 씨는 마지막으로 "경기장에서는 적으로 만나며 야유도 하고 싸우기도 했지만 경기장 밖에서 남의 팀을 위해 목소리를 내주신 모든 축구 팬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 은혜를 잊지 않고 언젠가 그 분들이 위기에 처했을 때 가장 먼저 달려나갈 것이다. 생각보다 장기전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절대 포기하지 말자고 성남 팬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1부리그든, 2부리그든 성남이 존속하는 것이 목표다. 좀 더 자부심을 갖고 힘을 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Copyright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