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파업 손실 생겨도 기업 속수무책..헌법에 정면위배"
평등권·재산권·재판청구권..
헌법상 권리 훼손할 우려
기업의 기본권 제한할 만한
공익이 있다고 볼 수도 없어
민·형사 방어권 잃은 기업
한국 떠나 해외로 나가면
노조 스스로 밥그릇 깨는 격
◆ 불법파업 조장 노조법 ◆
한 고위 법관은 "개정안이 최소한 정당성을 가지려면 개정안 내용처럼 기업의 재산권을 제한함으로써 기대할 수 있는 공익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면서 "일반 법이론과 맞지 않는 지극히 예외적인 법으로 헌법상 평등권, 재산권, 재판청구권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법조인들은 야권이 다수 의석을 내세워 불법파업조장법 입법을 강행하면 기업이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한 민형사상 방어수단을 모두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2011년 선고된 대법원 판결(2007도482)에 따라 불법파업에 대한 형사상 업무방해죄 적용은 이미 사실상 무력화됐기 때문이다. 당시 대법원은 파업이 형법상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려면 "전후 사정과 경위 등에 비춰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뤄져 사용자의 사업 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 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노조가 순수 정치목적 파업 등 위법한 목적으로 파업에 나서더라도 파업 계획을 사측에 고지하면 전격성이 상실돼 업무방해죄를 적용할 수 없게 된다. 또 '막대한 손해'의 기준도 모호해 해당 판례가 나온 이후로는 불법파업에 대한 형사처벌이 형해화됐다는 것이 법조인들의 설명이다.
불법파업조장법이 통과되면 노조는 10년 전 형사책임에 이어 민사책임까지 면제받는 셈이다. 한 고위 법관은 "민형사상 방어권을 모두 잃은 기업이 과연 한국에서 사업을 하고 싶어 하겠나"라며 "기업은 해외로 나가려 할 것이고, 결국 노조는 자기 밥그릇을 깨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입법 만능주의를 경계하는 시각도 많았다. 또 다른 고위 법관은 "민식이법·중대재해법 등 언젠가부터 한국 사회가 특정 사건을 계기로 입법에 나서는 사례가 많아졌다"며 "법을 만들 땐 전체적인 법 체계와 정합성을 면밀히 따져야 하는데, 다수 의석을 앞세워 법을 통과시켜 놓고 악법도 법이라고 주장하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법을 많이 만든다고 해서 좋은 세상이 오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고용노동부도 개정안의 거의 모든 조항과 관련해 국회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직 고위 법관은 "삼권분립이 제대로 작동하게 하기 위해 거부권이 있는 것"이라며 "다수가 중요한 만큼 소수도 중요한데, 다수당이 지나친 독주를 할 때 대통령이 이를 묵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불법파업조장법과 관련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소속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의견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 법사위 위원장이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인 점을 감안하면 개정안이 상임위(환노위)를 통과하더라도 법사위에서 심사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으로 지정되면 법사위를 건너뛰고 본회의에 상정될 수 있다. 앞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조법 개정안과 관련해 "패스트트랙으로 올릴 수 있고 그렇게 해서 충분히 수단을 강구해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국회법상 법사위 위원 5분의 3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현재 법사위는 민주당 의원 10명, 국민의힘 의원 7명, 시대전환 의원 1명으로 구성돼 있다. 불법파업조장법이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조 의원 생각이 결정적인 것이다. 이에 조 의원은 "노조법 개정안과 관련한 여러 의견을 청취하며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9명이 '노조활동이라도 불법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대우조선해양, 하이트진로 등에서 발생한 사업장 점거, 고공 농성 등 불법행위에 대해 응답자 67.5%가 '노동조합 요구는 이해하지만 불법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22.3%는 '집단적 이기주의이며, 불법행위는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보다 강한 의견을 냈다. 응답자 대다수(89.8%)가 노조의 불법행위를 허용해선 안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조사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6일까지 일반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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