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함께 익숙해진 '하얀 천막'을 다시 찾다

곽명곤 입력 2022. 9. 23.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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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 기자의 "촌놈 뛴다"] 방역의 최전선 '임시 선별진료소'의 지금

[곽명곤 기자]

▲ 성동구청과 성동구 임시선별검사소 9월 21일, 성동구청과 성동구 임시선별검사소 사진
ⓒ 곽명곤
 
'집회 마스크·입국 1일차 검사' 등 추가 방역 완화 검토 - KBS, 9월 20일 보도
26일부터 실외마스크 착용의무 사라진다… "실내는 당분간 유지" - 연합뉴스, 9월 23일 보도

한국 사회가 본격적으로 '코로나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오는 26일부터 실외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될 예정이다. 또한 입국자 대상 PCR검사 의무 해제도 논의 중이라고 한다. 임숙영 중앙방역본부 상황총괄단장은 지난 20일 브리핑에서 "현재 재유행이 안정적 단계로 가고 있어 방역정책에 대해 해외 동향, 전문가 의견 등을 고려하면서 추가 조정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코로나19 진정세 속 잊히는 공간이 있다. 'K-방역' 최전선이었던 임시 선별진료소다. 2020년 12월부터 운영을 시작한 임시 선별진료소는 한국이 코로나19 위기에 봉착했을 때마다 분투했던 장소다. 2021년 여름 폭염특보 속 의료진들은 선풍기·얼음팩 등으로 방역 선두에 섰고, 2021년 겨울 한파특보 때도 의료진들이 온풍기·손난로 등으로 자리를 지켰다. 2022년 상반기,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신규 확진자 수가 30만 명을 넘나들 때 이곳이 방역 최전선이었음은 자명하다. 서울시는 지난 5월 확진자 수가 줄어들며 임시 선별진료소를 폐쇄하기도 했으나, 7월 중순 확진자 수 '더블링' 현상이 지속되자 다시 열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난 21일 서울 도심 내 임시 선별진료소들을 직접 돌아봤다. 현장의 여론을 듣기 위해서다. 

[서울역] "해외입국자 PCR 검사 의무가 사라지면..."
 
▲ 9월 21일,서울역 임시선별검사소 전경 9월 21일 서울역 광장 임시선별검사소
ⓒ 곽명곤
 
지난 21일 오후 1시 23분 서울역 광장. 옛 서울역 건물 맞은편 약 10m 거리에 흰 천막이 세워져 있다. 그 아래 선풍기를 등진 채 페이스 실드와 파란 방역복을 입고 있는 근무자가 있다. 그는 '해외입국 검사 안내' '유전자검사(PCR) 우선순위 대상'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 옆에 서 있었다. 검사 대기줄은 텅 비어 있었다. 한산한 하얀 부스 모습은 맞은편 사람들로 붐비는 검은 흡연부스와 대비돼 보였다.

"곧 해외 입국자 PCR 의무 검사가 폐지될 거라는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여기(서울역 임시선별검사소)는 검사하러 오는 사람 대부분이 해외 입국자예요. 따라서 해외 입국자 PCR 검사가 사라진다면 이곳도 곧 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서울역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약 1년간 근무한 손아무개씨(47)의 이야기다. 그는 코로나 출구전략이 모색되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 입국자 PCR 검사 의무 폐지가 서울역 임시선별검사소 존폐 문제와 직결될 수 있다고 여겼다. 근무 중 가장 곤란했던 경험을 묻자 "PCR 검사 대상자가 아닌 분들이 방문 후 검사를 받지 못하자 의료진들에게 불만을 고함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라고 답했다.

[신촌기차역] "수고하십니다, 말 한 마디는 큰 힘"
 
▲ 9월 21일 신촌기차역 임시선별검사소 9월 21일 신촌기차역 임시선별검사소
ⓒ 곽명곤
 
곧이어 21일 오후 2시 14분께, 신촌기차역 공영주차장 임시선별검사소에 도착했다. 흰 천막 맞은편 길 건너엔 식당 야외 테라스에서 식사 중인 시민들이 보였다. 한편 선별 검사소 천막 너머로 신촌동 주민센터와 이화여자대학교 국제교육관이 나란히 보였다.

선별검사소 입구에는 시민 3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곧 누군가가 검사를 마치고 나와 근무자에게 "저 끝났어요?"라고 다소 어색한 한국말로 물었다. 근무자는 "저쪽 출구로 가시면 돼요. 검사 결과는 내일 문자 갈 거예요. 투모로우!"라고 또박또박 대답했다. 그러고는 기다리고 있던 시민 한 명에게 "3번으로 가서 요거(신분증) 보여주시고 검사 받으세요"라고 천천히 말했다.

"D급 비자가 있는 외국인 학생들에게만 PCR 검사를 해드리는 게 원칙이거든요. 그래서 종종 B급, C급 등의 비자를 가진 외국인들이 왔을 때 아무것도 못 해드리는 게 아쉽죠."

신촌역 임시선별검사소에서 가장 오래 근무했다는 김아무개씨(48)의 말이다. 그는 서울역 임시선별검사소 방문자 대부분이 해외 입국자라는 이야기를 듣고 "이곳(신촌 임시선별검사소)에 들르는 검사자들 중 해외 입국자는 많지 않아요. 세브란스 병원이 가깝다는 특성상 보호자·간병인분들이 많이들 오시고요. 또 인근 대학교 학생들이나 근처 주민들이 자주 들르시는 편이에요"라고 설명했다.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냐는 질문에는 "가끔 검사하신 분들이 '수고하십니다'라고 말 한마디씩 건네주시는 게 큰 힘이 되더라고요"라고 답변했다.

[동대문구] "검사 다음날, 어르신들께서 다시 오시곤 해요, 왜냐면"
 
▲ 9월 21일 동대문구 임시선별검사소 9월 21일 동대문구 임시선별검사소(청량리역 광장)
ⓒ 곽명곤
 
같은 날 오후 5시 55분, 후텁지근했던 낮 공기와 달리 서늘한 공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 시간대 청량리역 광장은 퇴근 인파가 몰려 부산했다. 동대문구 임시선별진료소는 광장 귀퉁이에 있었다. 그곳 입구에는 '주 예수를 믿으세요'라는 띠를 두른 한 시민이 아코디언을 연주하고 있었다.

"저희는 오시는 분 대부분이 어르신들이세요. 그리고 외국인 분들도 조금 오시는 편이고요."

지난 7월부터 근무를 했다는 김아무개씨(32). 그는 동대문구 임시선별검사소 방문자가 대부분 어르신과 외국인이라고 설명했다. 근무하며 곤경을 느꼈던 부분에 대해 묻자 "검사자분들 이야기인데요. 검사받은 어르신들 중 핸드폰을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많으시거든요. 그래서 검사 다음 날 결과 문자를 확인하시는 게 어려워서, 직접 여기까지 오시는 분들이 계세요. 저희가 여러 번 설명을 해드리는 데도 도통 어려워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라고 말했다.
 
▲ 9월 21일 종로구 임시선별검사소 9월 21일 종로구 임시선별검사소 전경
ⓒ 곽명곤
 
2020년 12월 임시 선별검사소 운영 개시 당시,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수백 명대에서 수천 명대로 늘어났었다. 확진자 1명이 발생하면 주변인 수십 명이 자가 격리를 해야 했다. 그때만 해도 "확진자 동선을 낱낱이 공개하는 건 인권침해 아니냐"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규모 선제 검사를 통해 팬데믹 확산세를 억제하고자 '도심 속 하얀 천막' 운영이 시작된 셈이다.

이후 확진자 수가 수천, 수만, 수십만 명에 이를 때까지 임시 선별진료소는 계속 시민들과 함께했다. 그러는 동안 코로나와 사투를 벌인 의료진들의 땀과 눈물이 배었고, 한국 시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을 나타내는 대표 장소로 거듭났다. 세계가 주목했던 'K-방역'에서 임시 선별진료소의 공은 지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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