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밖 사회도 장애인 차별 사라졌으면"

송경은 2022. 9. 2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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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친화 스타벅스 매장
최예나 서울대치과병원점장
12명 직원 중 6명은 장애인
최 점장도 청각장애 바리스타
수어·수기 주문 가능하고
휠체어 감안한 널찍한 통로
점자 메뉴판 곳곳에 배치
"매장을 방문한 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사라졌다고 하시는 고객분들이 많았어요. 매장 밖 사회에서도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전 세계 스타벅스 매장 가운데 최초로 장애인 친화 매장으로 개점한 서울 종로구 스타벅스 서울대치과병원점의 청각장애인 바리스타 최예나 점장(31)은 지난 22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에 기여하고 싶다며 이처럼 말했다. 그의 명찰 옆에는 '청각장애 바리스타'라고 적힌 노란색 배지가 달려 있었다.

스타벅스 서울대치과병원점은 스타벅스코리아의 네 번째 커뮤니티(사회공헌) 매장으로, 전국 15개 장애인구강진료센터의 본부 격인 중앙장애인구강진료센터가 자리한 서울대치과병원 신관 1층에 2020년 12월 문을 열었다. 2019년 센터를 건립할 당시 병원 측이 스타벅스에 장애인 환자들을 위한 매장 출점을 제안하면서 이듬해 '세계 장애인의 날'(12월 3일)에 개점하게 됐다.

실제로 이날 찾은 매장은 수어(手語)와 수기 주문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휠체어로 다녀도 불편하지 않을 만한 널찍한 통로와 넉넉한 테이블 공간, 상품 수령(픽업) 안내용 대형 스크린, 점자 메뉴판 등이 곳곳에 마련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최 점장은 "파트너(직원)도 12명 중 6명이 장애인으로, 장애인 고객님들이 심리적으로 더 편안하게 느끼시는 것 같다"며 "다른 매장에도 장애인 파트너들이 있긴 하지만 아직까진 한두 명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파트너 비율이 50대50으로 같고, 서로 배려하며 소통하고 있어 운영하는 데 특별한 어려움은 없다"고 덧붙였다.

최 점장은 2015년 스타벅스에 입사해 서울 건대스타시티점, 소공동점, 더종로R점 등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다가 서울대치과병원점 개점 멤버로 합류해 지난 2월 점장으로 승진했다. 2011년 장애인 공개 채용을 시작한 스타벅스코리아에서 장애인이 점장이 된 사례는 2018년 권순미 점장(청각장애인)에 이어 최 점장이 두 번째다. 그는 "파트너, 고객 할 것 없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의미 있는 매장에서 일하게 돼 뜻깊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 점장은 경증 청각장애인으로 아주 잘 들리지는 않지만 화자의 입 모양과 일부 들리는 소리로 말을 알아듣고 발화를 통해 의사소통을 한다. 서울대치과병원점의 장애인 파트너 6명 중 3명은 청각장애를, 나머지 3명은 지적장애를 갖고 있다. 최 점장은 "지난해 '스타벅스 장애인 바리스타 챔피언십' 우승자이기도 한 김동민 파트너는 아예 소리를 듣지 못하지만 수어를 잘 모르는 저와 달리 수어에 능통해 청각장애인 고객들과 특히 소통을 잘한다"고 말했다.

매장을 찾는 사람들이 남기는 고객 의견을 꼼꼼히 챙겨본다는 그는 "'장애인 파트너가 있음에도 다른 매장과 다를 것 없이 편안하게 이용했다' '친절하고 잘 웃어 주셔서 좋았다' 같은 말들에서 힘을 얻는다. 필담 노트의 주문 내용 밑에 칭찬을 적어 주시는 고객님도 많다"며 "많은 사람이 저희 매장에 와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가시는 것 같아 좋았다. 앞으로 스타벅스뿐만 아니라 장애인들이 활동할 수 있는 반경이 더 넓어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스타벅스 서울대치과병원점은 고객의 구매 품목당 300원씩을 하트-하트재단 기금으로 적립해 장애인 인식 개선 활동을 지원한다. 지난해부터는 저소득층 장애인의 치과수술비 지원을 위해 서울대치과병원에 매년 1억원을 기부하고 있다. 중앙장애인구강진료센터는 일반 치과병원에서는 진료가 어려운 장애인 환자들이 찾는 곳이다. 뇌병변 등 중증 장애인을 포함해 연간 장애인 환자 1만5000여 명이 병원을 찾는데 이 가운데 약 10%는 전신마취를 해야만 치과 치료가 가능하다.

한편 스타벅스코리아의 장애인 고용률은 4.2%로 커피 업계 최고 수준이다. 특히 중증 장애인이 407명으로, 경증 장애인(75명)에 비해 비중이 높은 편이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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