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기피' 2030.."서울 예식장 절반 5년내 문 닫을 것"

배정철/한경제 2022. 9. 23.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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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드는 인구, 소멸하는 한국
(19) 폐업 잇따르는 웨딩업계
혼인 40년 만에 첫 20만건 아래로
적령기 2030 인구 줄어드는 데다
취업난·집값 급등에 결혼에 부정적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천에 사는 김모씨(32)는 예약을 마친 D웨딩홀로부터 지난달 “임대료 문제로 영업을 중단한다”는 메시지를 받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예식장이 폐업하면서 결혼식장을 다시 찾아야 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김씨는 “결혼을 한 달 앞두고 예식장을 어떻게 찾느냐”며 “이미 청첩장도 돌렸는데 장소를 다시 알리기도 막막하다”고 했다.

예식장 줄폐업은 인구 감소 시대의 숙명이다. 오랜 기간에 걸쳐 혼인인구가 꾸준히 감소한 데 따른 결과다. 여기에 2020년 터진 코로나19 사태는 전국 예식장을 그로기 상태로 밀어넣었다. 예식장이 예기치 않게 폐업을 통보하면서 김씨와 같은 신혼부부들이 피해를 받는 사례도 늘고 있다.

 웨딩홀 폐업 가속화

2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19만3000건을 기록해 1981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20만 건 밑으로 내려앉았다. 올 상반기 혼인 건수는 9만4445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8% 줄어들었다.

여기엔 결혼 적령기인 30대 안팎 인구가 급감한 게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2030세대는 2018년 1409만4000명에서 지난해 1343만1000명으로 4.7%(66만2000명) 감소했다. 이에 더해 요즘 2030 사이에 ‘결혼 기피’ 인식까지 확산한 게 예식장업계에 그늘을 드리웠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집값 급등 등으로 결혼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고 판단한 젊은이들이 결혼제도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라며 “앞으로도 혼인 건수가 지속해서 감소해 웨딩산업에 추가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국의 예식장 수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 전국의 예식장 수는 2018년 1013곳에서 올해 775곳으로 23.5% 줄었다. 서울에서는 매년 10곳이 넘는 매장이 문을 닫고 있다.

작년 한 해 강남구 파티오나인, 메종드비, 메르디앙호텔 웨딩홀, 서초구 양재 KW컨벤션, 이이윌웨딩홀, 더 바인 등 예식장 10곳이 폐업했다. 올해 폐업하거나, 문을 닫을 예정인 웨딩홀은 서초구 쉐라톤 서울팔래스 강남호텔을 비롯해 4곳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20년 코로나19 확산 이후 예식장 감소세가 두드러지는 추세다. 예식장 매출의 90%가 식대에서 나오는데, 2020~2021년 거리두기 규제가 대폭 강화돼 타격이 컸다.

업계 전반적으로 식사 매출이 코로나19 확산 전과 비교해 20~30% 줄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예식장업계 관계자는 “손님 150~200명으로는 서울 강남권 예식장의 고정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며 “인건비와 식자재 부담으로 앞으로 5년 내 서울 예식장의 40~50%가 문을 닫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호텔 vs 스몰웨딩 예식 양극화

대중 웨딩홀은 점차 사라지면서 웨딩 시장의 양극화가 가속화되는 추세다. 5성급 호텔에서 하는 ‘럭셔리 웨딩’과 비용을 확 줄인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웨딩’ 두 가지로 수렴하고 있다.

럭셔리 웨딩의 상징으로 꼽히는 신라호텔 예식장은 내년 말까지 토요일 오후 12~6시 예약이 꽉 차 있을 정도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들의 고급호텔 결혼식이 인스타그램과 방송을 통해 전파하면서 일반인도 고급호텔 결혼식을 선호하게 됐다”고 말했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신혼여행을 못 가니 아예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에 투자하자’는 심리가 생긴 것도 이런 흐름에 영향을 미쳤다. 유명 스드메 업체들은 예약이 몇 달씩 꽉 차 있지만 영세 업체는 손님이 끊겨 고사 직전이다.

영세 스드메 업체들은 주로 웨딩 컨설팅 업체와 연계해 고객을 받는데, 최근 결혼식 간소화 등의 영향으로 수입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한국예식업 중앙회 관계자는 “소비 양극화가 일어나면서 중소 웨딩홀은 생존이 어려워졌다”며 “향후 수년에 걸쳐 웨딩산업의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배정철/한경제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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