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간언 올리기와 간언 따르기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2022. 9. 23.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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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에는 간언(諫言)하는 방법과 관련해 여러 가지 말이 나온다.

이때 신하는 간언을 해야 하는데 그 방법을 제시한 것이 바로 "남쪽 창을 통해 올리라"는 대목이다.

이때 간언하는 신하는 임금이 잘못한 부분이나 어두운 부분을 직접 언급하지 말고 에둘러서 은근하게, 그러나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게 간접적으로 그 이치만을 이야기하고 그쳐야 한다.

과연 대통령은 그런 간언을 들었을 때 정말로 즐거워하는가? 적어도 부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간언은 즐거워하지 않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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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논어》에는 간언(諫言)하는 방법과 관련해 여러 가지 말이 나온다. 예를 들면 부모를 섬길 때는 조심스럽게 에둘러 간언하라고 했다. 그것을 기간(幾諫)이라고 한다. 또 임금에게 꼭 해야 할 말이 있을 때는 임금의 안색을 범하더라도 할 말은 하라고 했다. 이를 범안(犯顔)이라고 했다. 공자는 풍간(諷諫)을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여겼다. 할 말은 하되 윗사람 마음이 상할 정도로 격하게 곧장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주역》 감괘(坎卦 )의 밑에서 네 번째 음효에 대한 풀이가 바로 그것이다. 이 효에 대해 주공(周公)은 "한 주전자 술과 밥 두 그릇을 질박한 밥상에 담아 남쪽 창을 통해 올리면 끝내는 허물이 없으리라"고 했다. 이를 공자는 "강(剛)과 유(柔)가 사귀는 방식"이라고 풀었다. 《주역》에서 강은 임금, 유는 신하이니 곧 임금과 신하가 서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지혜임을 말한 것이다.

임금과 신하가 술을 마시는데 연회에서 쓰는 화려한 밥상이 아니라 질박한 밥상을 함께 두고 있으니 이는 두 사람이 서로 믿음을 공유하고 있다는 얘기다.

상황은 감괘이니, 감(坎)이란 구렁텅이에 빠져 있음이다. 즉, 임금이 어떤 일로 인해 큰 어려움에 빠져 있거나 큰 잘못을 한 상황이다. 이때 신하는 간언을 해야 하는데 그 방법을 제시한 것이 바로 "남쪽 창을 통해 올리라"는 대목이다. 남쪽 창이란 사방 창 중에서 가장 밝은 창[明]이다.

ⓒ연합뉴스

임금이 어떤 잘못을 했을 때 그 마음은 어두움으로 가득하다. 이때 간언하는 신하는 임금이 잘못한 부분이나 어두운 부분을 직접 언급하지 말고 에둘러서 은근하게, 그러나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게 간접적으로 그 이치만을 이야기하고 그쳐야 한다. 그것이 공자가 말한 풍간이다.

한편 임금이 간언을 대하는 태도는 어떠해야 하는지를 제시한 것이 그 유명하게 오독되고 있는 "벗이 있어 멀리서 찾아오니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이다. 여기서 벗은 붕(朋)을 옮긴 것인데 붕(朋)과 우(友)는 다르다. 우는 사사로운 친구나 벗이고 붕은 동지지우(同志之友), 즉 공적인 영역에서 뜻을 함께하는 벗과 같은 신하를 말한다.

임금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리더는 사사롭게 가까운 사람들에게 포위당한다. 그것이 측근, 근신, 가족 등 근(近)이다. 그런데 임금과 뜻을 같이하는 신하가 근을 넘어 원(遠), 즉 공명정대한 영역으로 갔다가 돌아와서 곧장 거기서 듣게 된 이런저런 쓴소리나 비판적인 의견, 잘못된 정치에 대한 비판 등을 있는 그대로[方] 전했을 때 임금이 정말로[亦] 즐거워할 때라야 앞으로도 그 신하는 다시 쓴소리를 있는 그대로 전할 수 있다. 이는 임금 쪽에서 따라주어야 할 '강과 유가 사귀는 방식'이다.

그러니 有朋自遠方來(유붕자원방래) 不亦樂乎(불역낙호)는 "뜻을 같이하는 벗과 같은 신하가 공적인 영역으로 갔다가 바로 돌아와 보고 들은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전했을 때 정말로 즐거워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번역해야 한다.

과연 대통령은 그런 간언을 들었을 때 정말로 즐거워하는가? 적어도 부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간언은 즐거워하지 않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미 후보 시절 김 여사 표절 및 경력 부풀리기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얼마든지 시인하고 사과하며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을 열흘이 넘도록 버티다가 김 여사가 사과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지금 다시 표절 문제가 제기되고 있지만 일언반구도 없다.

이런 불투명은 대통령 자신의 책임이 크지만 그 못지않게 대통령실 책임 또한 크다. 대통령실은 해야 할 말은 반드시 해야 한다. 그러나 뜬금없는 영빈관 신축 논란을 보며 기대를 접게 된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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