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XX들'은 야당"..대통령실 해명에 오히려 논란 확산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뉴욕 |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조문희 기자 입력 2022. 9. 23. 16:59 수정 2022. 9. 2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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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총질 파동'과 비슷한 대응
발언 내용 사실관계 명확하다면
왜 15시간 뒤 해명했는지 의문
야당 향한 비속어도 문제 심각
평소 '초당적 협력' 진정성 의심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쉐라톤 뉴욕 타임스퀘어호텔 내 프레스센터에서 현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 중 비속어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대통령실이 반박·해명을 내놨지만 불길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비속어의 대상이 야당이라는 대통령실 해명이 야당의 반발을 더 키웠다. 야당에 대한 대통령의 평소 인식이 드러나면서 사실상 협치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15시간 만에 나온 해명, “‘이 XX’는 야당한테 한 말”

김은혜 홍보수석은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 윤 대통령 비속어 발언은 미국 의회가 아니라 야당 특히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날리면’이라고 했는데, 언론 자막 등을 통해 ‘바이든은’이라고 잘못 알려지면서 논란이 빚어졌다는 것이다. 연설에서 1억 달러 공여를 약속했는데, 민주당 반대로 무산되면 어떻게 하겠느냐를 표시했다는 것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전날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에서 연설하며 ‘1억 달러 공여’를 약속하고, 행사 후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 48초간 환담했다. 비속어 발언은 환담 후 행사장을 빠져나오는 길에 나왔다. 윤 대통령이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하는 듯한 장면이 영상 카메라에 포착됐다.

김 수석의 이 같은 해명에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대통령실은 ‘날리면’이었다고 설명하지만, 아무리 들어도 ‘바이든은’으로 들린다는 것이다. 사실관계가 명확하다면 왜 발언 이후 15시간이 지난 이후에야 해명이 나온 것이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비속어 논란이 불거진 직후만 해도 대통령실 입장은 “사적 발언을 외교적 성과로 연결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김 수석의 해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국정운영의 또다른 한 축인 야당을 ‘이 XX들’로 지칭한 것이 사실이라고 대통령실 스스로 인정한 셈이기 때문이다. 그간 윤 대통령은 ‘초당적 협력’을 강조해왔지만, 이번 발언으로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야당을 협치의 대상이 아니라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XX들’로 인식하고, 의회주의를 경시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최악의 국면으로 향하고 있는 야당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당장 여당 안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3일 기자들과 만나 “(이 XX) 용어가 우리 국회, 우리 야당을 의미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사과 없는 대통령, ‘내부총질’ 파동 데자뷔?

야당을 겨눠 비속어를 사용했다고 대통령실 스스로 인정하고도 사과나 유감 표시는 없었다. 윤 대통령은 김 수석 브리핑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1억 달러 공여’ 약속을 언급하며 “대한민국 국회의 적극적인 협력을 기대한다”고 적었다. 비속어 사용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비속어 사용이 야당을 향한 것이라면 그것대로 문제가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에 “(대통령의) 거친 표현에 대해 국민 우려를 잘 듣고, 알고 있다”고만 답했다.

윤 대통령의 이번 비속어 논란이 지난 7월 ‘내부총질’ 문자 파동과도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의 거친 표현이 사태의 발단이 됐고, 사과에 인색한 윤 대통령의 태도가 화를 키운다는 점에서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를 향한 윤 대통령의 ‘내부총질’ 문자는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여당 내홍의 단초가 됐다. 논란이 커지자 윤 대통령이 결자해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윤 대통령은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았다.

비속어 논란이 장기화한다면 윤 대통령 국정운영에 고스란히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순방 전 반등세를 보이던 지지율은 다시 추락했다. 한국갤럽이 이날 발표한 대통령 직무평가 조사에서 긍정응답 비율은 28%에 그쳤다. 한 주만에 5%포인트 하락하면서 30%선이 다시 무너졌다. 영빈관 신축 논란에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조문 불발, 한·미 정상 48초 환담, 한·일 정상회담 진통 등 순방 기간 악재가 줄을 잇고 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 발언과 김 수석 해명을 맹비난하며 공세 수위를 올리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은 망신살이고, 아마 엄청난 굴욕감과 자존감의 훼손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국민의 대표기관인 민주당 169명의 국회의원들이 정녕 XX들이냐”며 윤 대통령의 사과와 김 수석 경질을 요구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에 대해서도 “무능이 돌이키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경질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한 중진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우선 재발방지를 신경써야 한다. 유감 표시 등 국민들한테 사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요구하는 영수회담을 받아들여 야당과 관계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뉴욕 |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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