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 대통령 비속어 파문 수습에 안간힘..정국 경색 우려도
국민의힘은 23일 해외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사용 파문을 수습하는 데 주력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미 의회에 한 말이 아니었다는 전날 대통령실 해명에 힘을 실으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순방 성과를 깎아내리는 데 혈안이 돼 있다고 맞불을 놨다. 당 내부에서는 대통령실 해명이 사태를 더 키우고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 비속어) 동영상을 여러 차례 봤는데 딱히 그렇게(바이든 대통령을 언급한 것으로) 들리지는 않는다”며 “일단 대통령실 해명을 믿을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그냥 지나가면서 사적인 혼잣말을 한 것”이라며 “이걸 그렇게 정말 키워서 해명문 (내고) 내내 이 얘기를 하는 것이 우리 국익 전체에 도움이 될지, 조금 숨 고르기를 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날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 발언에서는 정국 주도권을 놓고 민주당에 더는 밀릴 수 없다는 각오가 묻어났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외교 활동은 대한민국 전체를 대표해서 하는 활동”이라며 “각 정당이나 개인이 볼 때 흡족하지 않은 부분이 있더라도 응원하고 격려해 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문 전 대통령 시절에도 (중국 방문 당시) 혼밥 문제부터 여러 가지가 있었다”며 “국내 정쟁 대상이 돼서 성과를 깎아 내리는 일이 없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일종 정책위 의장은 “야당이 당력을 집중해 외교활동을 폄훼하는 것은 정당사에 없는 일”이라며 “이젠 사적 대화까지 이용해 동맹관계를 이간시켜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석기 사무총장은 “윤 대통령의 해외순방 내내 민주당의 제 얼굴에 침 뱉기식 정치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는 지난 5년간 민주당 정부가 망가뜨린 외교 실책을 하나씩 바로잡아가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회의장 밖에서도 윤 대통령을 엄호하고 민주당에 화살을 돌리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권성동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북한에 저자세로 굴종하면서도 ‘삶은 소대가리’ ‘저능아’ 소리를 들었던 것이 진짜 외교참사”라며 “근본 없는 자해외교의 진정한 빌런(악당)이 바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홍문표 의원은 YTN 라디오에 출연해 “사석에서 답답한 심정을 표현한 걸 전체 그림인양 몰아가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당은 논평을 통해 “대통령실이 일부 언론과 민주당 주장이 잘못됐다고 명확히 밝혔다”며 “침소봉대” “자해행위”라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공격은 언론으로도 향했다. 박성중 의원은 일부 방송사를 거론하며 “사소한 트집으로 전체 외교 성과를 부정하며 흑색선전에 앞장 섰다”며 “좌파 진영 공격수·수비수로 활동하는 공영방송들에 대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상현 의원은 “언론과 야당이 윤 대통령 사적 대화 중 ‘날리면’을 ‘바이든’으로 날조 보도했다”며 “그 정도로 족한 줄 알고 이만 멈추는 게 국익을 위해 좋다”고 밝혔다. 정미경 전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대통령이 실수한 건데 국익을 생각했을 때 방송에서 이거를 트는 게 맞는가”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해외 순방을 직접 방어하는 동시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문재인 전 대통령과 관련한 의혹을 제기하며 여론 관심을 돌리려 애썼다. 국민의힘은 이날 이스타항공 전 소유주인 이상직 전 민주당 의원과 문 전 대통령 유착 의혹, 이 대표의 쌍방울 유착 의혹, 이 대표의 조카 살인사건 변호 사실, ‘꼼수탈당’한 민형배 의원의 복당 추진 등을 잇따라 거론했다.
당의 공개적인 반응과 달리 내부에서는 우려가 나온다. 대통령실이 윤 대통령이 미 의회가 아닌 한국 민주당에 욕설을 한 것이라는 해명을 내놓으면서 오히려 정국 경색 가능성이 커져서다. 윤석열 정부 첫 정기국회에서 입법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다수여당인 민주당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주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 후 “(윤 대통령 발언이) 만약 우리 야당을 의미하는 거라도 많이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영남권 한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야당 대표와 영수회담으로 풀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진의원은 “대통령이 국민들한테 유감 표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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