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원료 공급선 북미 등지로 다변화..IRA 대응 속도낸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이 핵심 원재료의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북미 등지로 공급선을 늘려 나가고 있다. 미국과 가까운 캐나다에서 배터리 제조용 핵심 광물인 코발트·리튬을 공급받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달부터 발효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상 배터리 광물의 원산지 요건을 맞춰 전기차 보조금을 받도록 하기 위해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캐나다 광물업체 일렉트라, 아발론, 스노우레이크 3곳과 각각 업무협약을 맺고, 배터리 핵심 원재료인 황산코발트·수산화리튬 등을 공급받기로 했다고 23일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내년부터 3년간 일렉트라에게서 황산코발트 7000톤을 공급받을 예정이다. 황산코발트는 2차전지 양극재 원료로, 일렉트라는 북미 지역에서 황산코발트를 정제할 수 있는 유일한 공급 업체이다.
또 2025년부터 5년간 아발론이 생산하는 수산화리튬 5만5000톤을, 10년간 스노우레이크가 생산하는 수산화리튬 20만톤을 공급받기로 했다. 수산화리튬은 고성능·고용량 리튬이온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다. LG에너지솔루션은 향후 이들 기업과 핵심 원재료 공급에 관한 세부 내용을 협의한 뒤 본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미국이 지난달 발효한 IRA에 따르면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북미 지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채굴·가공한 배터리 재료를 사용해야 한다. 내년에는 이 비율을 40% 이상, 오는 2027년까지는 80% 이상을 충족해야 혜택 대상에 들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배터리 광물은 중국이 꽉 잡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수출입 무역통계를 보면 국내로 수입되는 전기차 배터리의 양극재 핵심 소재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전구체의 중국산 비중은 99.99%로 거의 전부다. 또 다른 양극재 핵심소재인 ‘니켈·코발트·망간’(NCM) 전구체의 중국산 비중도 91.94%나 돼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국내 배터리업체들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북미·유럽·호주 등 다른 국가들로 눈을 돌리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6월에는 미국 리튬 생산업체인 컴파스 미네랄과 탄산수산화리튬 공급에 대한 협약을 맺었으며, 독일·호주·칠레 등지의 광물업체들과도 계약을 맺은 바 있다. SK온은 스위스 광산기업 글렌코어로부터 2025년까지 매년 코발트 6000톤을 공급받는 장기구매계약을 맺어 놓은 상태다. 삼성SDI는 올해 5월부터 폐배터리 재활용 연구개발(R&D) 조직을 신설해 운용하는 등 다 쓴 배터리로부터 핵심광물을 추출해내는 재활용 기술을 끌어올려 중국 의존도를 낮출 계획이다.
나아가 아프리카 같은 자원부국에서 배터리 제조용 핵심광물을 확보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출장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20일 미국 뉴욕에서 하카인데 히칠레마 잠비아 대통령과 만나 배터리 원재료 협력을 논의했다고 SK 측이 전했다.
전기차 배터리에는 구리를 얇게 가공해 음극재를 둘러싸는 막인 ‘동박’ 또한 핵심 소재로 들어간다. 잠비아의 구리 생산량은 세계 7위 수준이다. SK그룹은 세계 1위 동박 제조업체인 SK넥실리스를 관계사로 두고 있다.
최 회장은 “전기차 배터리 제조의 핵심 소재인 동박의 원재료를 공급하는 잠비아의 구리 광산은 SK에게는 흥미로운 기회”라며 “SK는 전기차 배터리 분야 협력 외에도 잠비아가 태양광 및 수력 등 그린 에너지를 활용한 에너지 전환을 하는 데 돕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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