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 공사' 핑계대며 대관 취소.. 황당한 성소수자 차별

오동석 입력 2022. 9. 23. 15:2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광장에 나온 판결] 성소수자 대관 취소 처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지난 2017년 10월, 동대문구와 동대문구시설관리공단은 성소수자 단체의 체육행사에 대관을 허가했다가 민원이 제기되자 계획에 없던 공사를 이유로 대관을 취소했습니다. 행사 주최자들은 공사 이후에 대관을 요청하였으나 동대문구는 이마저도 불허했습니다. 대관 취소시 차별에 해당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상담 결과에도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계획에 없던 공사를 빌미로 성소수자 행사 대관을 취소한 것은 명백한 차별이고, 반드시 시정되어야 합니다. 아주대 법전원 오동석 교수는 법원의 손해배상 판결은 다행이나, 민사법적 책임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해석은 인권적, 헌법적 관점에서 매우 위험하고, 법원이 인권 보장의 최후의 보루인만큼 기본적 인권을 최우선의 심판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비평했습니다. <기자말>

[오동석]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레인보그 플래그.
ⓒ pixabay
 
성소수자 체육행사 대관 취소한 구청과 공단에 대한 손해배상 판결
1심 :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5단독 판사 공성봉, 2020가단203834
2심 : 서울서부지방법원 제2-1민사부 재판장 박성규 · 신한미 · 이승원, 2021나47810
3심 : 대법원 제3부 재판장 노정희 · 김재형(주심) · 안철상 ·이흥구 대법관, 2022다241875

2022. 8. 19. 대법원 3부(재판장 노정희 대법관, 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서울 동대문구와 동대문구시설관리공단이 성소수자 인권단체의 체육관 대관을 취소한 것이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한 차별행위'에 해당하므로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을 확정했다(대법원 제3부 2022. 8. 19. 2022다241875).

이 소송은 인권단체 퀴어여성네트워크 소속 언니네트워크와 활동가 4인이 제기한 것이다. 퀴어여성네트워크는 퀴어여성 생활체육대회(2017. 10. 21.)를 열기 위해 동대문구 체육관 대관을 신청했다. 그러나 성소수자 행사라는 이유로 민원이 제기되자, 동대문구시설관리공단은 행사를 한 달이 채 안 된 시점인 9. 26. '체육관 천장 공사'를 이유로 대관 취소를 통보했다.

해당 단체는 체육대회를 개최하지 못했다. 해당 단체는 2017. 9. 28. 국가인권위원회에 성적 지향을 이유로 시설 이용에서 차별한 행위라는 취지의 진정을 했다. 2019. 4. 10. 국가인권위원회는 구청장과 공단 이사장에게 시설 대관과 관련하여 성적 지향을 이유로 차별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특별 인권교육을 할 것을 권고했다(국가인권위 2019. 4. 10. 17진정0935400).

언니네트워크와 활동가들은 2020. 1. "대관 취소는 체육대회의 목적 및 예상 참가자들의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한 것으로,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해당해 위법하다. 대관 허가 취소로 인해 활동가들의 평등권 및 집회의 자유가 침해됐다"라고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2021. 8. 12. 1심인 서울서부지방법원(판사 공성봉)은 체육관 대관 취소가 위법하다면서도 이로 인한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서울지법 2021. 8. 12. 2020가단203834). ① 먼저 재판부는 원고인 단체와 활동가 중 행사 주최자가 단체이므로 단체에 초점을 맞춰 판단했다. 활동가들은 단체 구성원의 일부일 뿐이고 대관 허가나 취소의 상대방이 아니라는 이유다. ② 민법의 불법행위로 인한 배상책임을 원용하여 재산의 손해는 물론 재산 외의 손해 그리고 불법행위는 물론 불법행위 이외의 행위로 인한 손해 배상책임을 인정한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해당 단체에 손해가 발생한 사실을 단정하기 어렵고, 그것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단체의 명예를 훼손한 것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2022. 5. 13. 2심인 서울서부지방법원 제2-1민사부(재판장 박성규 판사)는 원고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였다(서울지법 2022. 5. 13. 2021나47810). 재판부는 판단기준 규범으로서 「대한민국헌법」 제11조제1항에 따른 평등권과 차별금지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제3호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금지를 원용했다. 기본권의 수범자인 국가, 지방자치단체, 기타 공법인이 공공시설의 이용에 관하여 합리적 이유 없이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특정인을 배제하는 행위는 평등원칙에 반하여 위법한다는 것이다.

2심 재판부의 위법 근거는 다음과 같다. ① 피고 공단은 원고 단체에 체육관을 대관을 허가한 직후 항의 민원을 받고 대관 취소를 검토했다. ② '대관을 안 해 주려고 하고 있다'라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상담하여 대관을 취소한다면 차별에 해당한다는 답변을 들었음에도(2017. 9. 25.) 취소를 추진했다. ③ 원고 단체와 전화 통화에서 구청의 부정적 의견을 들었다고 다른 장소 섭외를 권유하며 '안전 관리상 현저한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면 (취소를)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2017. 9. 25.). ④ 바로 이튿날 전날의 전화 통화 때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던 공사를 이유로 대관 허가를 취소하겠다고 통보했다(2017. 9. 26.). ⑤ 2017. 7. 시행을 계획했으면서도 대관 허가 취소 때까지 공사를 하지 않았으므로 급박한 사정이 없었다. ⑥ 원고 단체가 공사 일정 조정 또는 다른 날 대관을 요청했음에도(2017. 9. 28.) 거부했다. 반면 다른 같은 날 대관을 신청했던 단체에 대해서는 다른 일정으로 조정했다.

2심 재판부는 평등권이라는 기본권의 침해는 사법상 보호하는 인격적 법익 침해의 형태로 구체화 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한 차별행위는 체육대회의 개최자 · 준비자 및 예상 참가자들에 대한 차별이기도 하므로 원고 단체와 활동가들 모두 평등권이 침해되는 손해를 입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대관 허가 취소로 인하여 체육대회를 개최하지 못하여 단체 활동 기회를 침해당했고, 참가 신청자들에게 후원자들에게 신청비 및 후원금을 돌려주는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행사 취소로 사회적 신뢰가 저하되었으며, 활동가들은 행사에 참여하지 못하여 집회의 자유가 침해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른 손해배상액은 단체에 500만 원, 활동가 1인당 100만 원 등 총 900만 원이다.

먼저 2심 재판부의 논리와 비교할 때 1심 재판부의 논리는 인권적 및 헌법적 관점에서 매우 위험하다.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적 인권 침해의 문제임에도 이번 사안을 금전적 손해 발생 여부로만 판단했다. 기본권 인권에 대한 침해는 손해 배상책임, 침해자 징계책임, 인권교육 이수 책임, 조직문화 개선 책임 등 다양한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 민사법적 책임의 경우라도 기본적 인권 침해 자체가 손해임을 포함하여 모든 손해를 대상으로 하여 금전적인 배상을 산정해야 한다. 법원이 판결에서 인권감수성을 말하면서 정작 판사들은 인권과 헌법에 대해 어느 정도 직무교육을 받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헌법 제10조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국가에 부과하고 있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 또는 기타 공법인도 당연히 이러한 의무를 져야 한다.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해당 공단은 기본적 인권 침해임을 충분히 인식하면서도 대관 허가 취소의 '알리바이'를 만드는 '공작'까지 했다. 해당 자치단체는 '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 '장애인 차별금지 및 인권보장 조례', '노동인권 보호 및 증진을 위한 조례', '아동친화도시 조성에 관한 조례' 등을 제정한 상황이다. 이번 사건은 한국 사회에서 기본적 인권이 명목화 또는 장식화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특히 법원은 인권 보장의 최후의 보루라는 자격을 유지하려면, 그 어떤 국가기관보다도 법원은 이러한 의무의 엄중함을 판결로써 드러내야 한다. 법관은 헌법 제103조에 따라 헌법과 법률 그리고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해야 한다. 1심 재판부는 두말할 것도 없지만 2심 재판부도 그 논리에서 헌법의 기본적 인권 규범보다 민법을 중심으로 판단한 면이 강하다. 법관이 헌법, 특히 기본적 인권을 최우선의 심판기준으로 삼지 않는다면, 또 그것을 확보할 수 있는 법제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법관의 신분 보장은 반(反)헌법적인 신분상 특권으로 전락한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판사들에 대한 인권 및 헌법 교육을 정기적으로 해야 한다.

국가가 헌법 제10조의 의무를 외면한다면, 헌법이 보장하는 모든 인권은 헌법 조문에 화석으로 남게 된다. 헌법의 기본적 인권을 법적으로 확인하고 보장할 일차적 책임은 국회에 있다. 국회는 「차별금지법」을 조속히 제정해서 공공기관이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방비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법원 · 헌법재판소 · 국가인권위원회 등 이중삼중으로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는 법제를 마련한 것은 인권 보장의 사각지대를 줄여가기 위함이다.

필요하다면 또 다른 인권 보장의 법제를 추가해서 보완해야 한다. 헌법재판소를 신뢰해서라기보다는 법원의 재판에 대한 인권적 판단이 한 번 더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국회는 「헌법재판소법」을 개정하여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그리고 '인권기본법'을 제정하여 국가 및 지방정부 차원에서 인권을 보장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인권 침해에 대한 구제제도와 다양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블로그와 인터넷언론 슬로우뉴스에 중복게재됩니다. 이 글의 필자는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입니다.

Copyrights ⓒ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