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최고의 철완, 양현종이 걷는 길[스경x인터뷰]

김은진 기자 입력 2022. 9. 23. 15:19 수정 2022. 9. 23.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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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양현종이 지난 22일 창원 NC전에서 투구를 마친 뒤 모자를 벗어 관중에 인사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양현종(34·KIA)은 입단 3년차였던 2009년 풀타임 선발로 뛰기 시작했다. 그해 12승, 이듬해 16승을 거두고 리그 새 얼굴로 올라서기 시작했지만 짧지 않은 성장통도 겪었다.

2011년부터 2년간 어깨 통증에 방황을 했다. 양현종의 유일한 ‘암흑기’였다. 당시 양현종은 사춘기 소년처럼 입을 꾹 다물고 운동만 했다. 하루도 쉬지 않고 보강운동을 하며 어깨를 단련했다. 2013년 마음을 잡고 다시 제대로 뛰기 시작한 양현종에게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에이스 인생’이 펼쳐졌다.

양현종은 지난 22일 창원 NC전에서 5이닝 5안타 1실점으로 시즌 12승째를 거뒀다. 이날 투구로 올시즌 170.1이닝을 던졌다. 미국에서 뛴 지난해를 제외하고 2014년부터 KBO리그에서 8시즌 연속 170이닝을 돌파했다. 리그 최초의 기록을 세웠다.

선발은 한 시즌 약 30경기를 던진다. 매경기 5이닝씩 꼬박꼬박 던져도 150이닝이다. 리그 전체에서도 한 시즌 170이닝 이상을 던지는 투수는 외국인 투수를 포함해도 대부분 1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양현종은 10년 넘게 선발로 뛰면서 그 중 8시즌 연속 170이닝 이상씩을 소화하고 있다. 역대 7시즌 연속 170이닝을 던진 투수도 양현종 외에는 정민태(1995~2003년·2001~2002년은 일본 진출)밖에 없다.

현역 중 양현종 다음은 드류 루친스키(NC)다. 2019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170이닝 이상을 던지고 있다. 국내 투수 중에서는 김광현(2014~2015년)과 차우찬(2017~2018년)의 ‘2년 연속’이 최다일 정도로 양현종의 기록은 당분간 누구도 범접하기 어려운 압도적 대기록이다.

양현종이 에이스의 길을 걷기 시작한 2014년부터 계산하면 지금까지 규정이닝을 모두 채운 투수는 리그 전체에 양현종 딱 1명뿐이다. 이 기간 1000이닝 이상을 던진 투수조차 4명밖에 없다. 그 중 유희관(1248이닝)과 윤성환(1000이닝)은 은퇴했고, 양현종 외에는 NC 이재학(1068.1이닝)이 유일하게 선발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다. 양현종은 이 9년 중 1년을 미국에서 뛰었음에도 리그 전체에서 가장 많은 1461이닝을 던졌다.

양현종은 한 시즌 200이닝을 던진 마지막 국내 투수이기도 하다. 2016년 31경기에 나가 200.1이닝을 던졌다. 올해 200탈삼진을 넘기며 압도적 페이스로 달리고 있는 키움 안우진도 200이닝의 벽은 단념한 상태다.

어린 선발이던 시절 어깨가 아팠는데도 양현종은 리그 최고의 ‘철완’이 되었다. 늘 이닝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가장 큰 목표로 삼아 달려온 결과다.

이닝 관련 기록을 세울 때마다 “잘 뭉쳤다가도 잘 풀리는 몸이다. 건강하게 낳아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해온 양현종은 8년 연속 170이닝을 기록한 뒤 “어깨가 아팠던 2011~2012년의 경험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 같다”고도 이야기 했다.

양현종은 “처음에 2년간 잘 던지니까 선발 대우도 받고 무서울 게 없었다. 하지만 그 뒤 어깨가 아파서 뚝 떨어지니까 바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 어렸던 때라 처음에는 ‘못 하니까 다들 변하는구나’ 하고 다른 사람 탓을 많이 했는데 결국은 대우받으려면 내가 대우받을 행동을 해야 되고 그러려면 무조건 안 아파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하루도 빼놓지 않고 어깨 보강운동을 했다. 진짜 지금까지도 누구보다도 많이 했다고 자부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수많은 기록, 그 중 이닝과 관련된 많은 기록 중에서도 8시즌 연속 170이닝 투구는 양현종이 가장 애착을 갖는 기록이다. 남은 야구인생의 목표이기도 하다. 양현종은 “내가 이닝 욕심을 내는 이유는 이닝이터야말로 동료들, 야구인들이 가장 인정해주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팀에 폐가 되지 않을 때까지는 170이닝 기록만은 계속 도전해서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도 170이닝을 던졌지만 ‘철완’ 양현종은 끄떡없다. 22일 NC전을 마친 뒤 “팔꿈치가 살짝 아팠다”고 했던 양현종은 23일 “중요한 경기다보니 1회부터 워낙 힘주어 던져서인지 잠깐 뭉쳤던 것 같다. 치료 받고 상태 봤는데 문제 없는 것 같다. 다음 등판이 다음 주말이라 쉴 시간도 충분하다”며 “이제 남은 경기에서는 개인 목표가 없다. 팀의 5강을 위해 던지겠다”고 말했다. 양현종은 많으면 2차례 등판을 남겨두고 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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