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날리면?.. 尹 발언, 소리전문가는 어떻게 들었을까

장상진 기자 입력 2022. 9. 23. 14:35 수정 2022. 9. 23. 18:1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X팔려서 어떡하나’ vs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 X팔려서 어떡하나’.

윤석열 대통령 뉴욕 순방 중 방송 카메라에 포착된 ‘비속어 논란’ 영상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영상이 처음 알려진 22일 오전만해도 ‘윤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얼굴·체면을 비속어로 표현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영상의 자막이나, 영상에 첨부된 텍스트에도 그렇게 적혀있었다.

하지만 이날 저녁 대통령실은 브리핑을 열어 “‘바이든’이 아닌 ‘날리면’”이라고 반박하며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자 온라인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네티즌들은 각자 정치 성향에 따라 해당 장면이 담긴 음성 또는 영상 파일을 느린 속도로 재생하거나, 현장 배경음 등을 소거한 파일을 들이밀며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고 있다.

◇속기사들조차 “바이든” “날리면” 의견 갈려

전문가들은 어떻게 들었을까.

조선닷컴은 속기사와 음성 전문가들에 의견을 물어봤다. 속기사 관련 단체장을 포함한 5명에게 의견을 구했는데, 2명은 거절했다. 한 사람은 “부담스럽다”고 했고, 다른 한 사람은 메모를 남겼지만 답이 없었다.

일부는 답변했다. 의견은 갈렸다.

풍부한 수사기관 협조 경력을 가진 35년차 속기사는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으로 들린다”고 했다. 그는 “처음엔 텍스트부터 먼저 본 뒤 영상을 봤기 때문에 ‘바이든’이라고 들었지만, 문맥상 뜬금없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다각도로 앞뒤 정황을 분석해보면, 앞부분이 ‘승인 안 해주고’인 것은 비교적 분명히 들리기 때문에 이로 미뤄봤을 때 날리면이었을 것으로 결론냈다”고 했다. 또 다른 17년 경력 속기사도 “저속으로 들어보면 더 잘 들린다”며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며는’이 맞는 거 같다” 했다.

반면 1993년에 자격증을 취득한 서울의 30년 경력 속기사는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아 유튜브를 통해 여러차례 들어봤는데, 아무리 들어도 바이든이란 단어는 들렸다”고 했다. 그는 “통상 다른 의뢰업무를 처리하는 수준에서 들었을 때 그렇게 들렸고, 녹취록 의뢰가 들어왔다면 그렇게 풀었을 것”이라고 했다.

◇학자들 “판독 불가… 현장소음에 마이크도 멀었다”

음성 분석 학자들은 ‘판독 불가’ 의견을 냈다.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에 따르면, 이 연구소에서는 논란이 터진 22일 자문위원 5명이 모여 윤 대통령 발언 영상을 분석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판독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움직이는 윤 대통령의 입 방향이 계속 바뀌고 있고, 박진 외교부 장관과 김성한 안보실장 등 여러 명이 카메라 앞을 가린 상태에서 녹음된 소리가 미디어를 통해 보도된 이상 왜곡돼 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당시 논의에 참가했던 한 자문위원은 “한국어는 특성상 초·중·종성 가운데 중성만 강하게 들리고 나머지는 약하게 들리기 때문에 인터뷰에서도 20cm 거리에 핀마이크를 배치한다”며 “이번처럼 1m 정도 거리에서 현장 소음까지 시끄러운 상태에서 녹음된 내용은, 발화자인 윤 대통령 본인이 밝히지 않는 한 정확한 워딩을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자막 등 글자로 먼저 정보주면, 실제 그렇게 들리는 ‘바베큐효과’

그럼에도 왜 미디어와 네티즌은 확신에 차 있었을까. 전문가들은 ‘각인효과’라고 설명했다. 처음 텍스트로 입력된 정보가 듣는 이의 귀를 좌우했다는 것이다. 즉 대중이 불분명한 소리를 미디어에 의해 전달받을 때, 함께 제공된 자막 등 시각적 정보에 의해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효과는 ‘바베큐성 사전각인 효과’로도 불리는데, ‘바베큐’라는 단어를 반복해 들려주는 유명 실험에 의해 붙여진 이름이다. ‘바베큐’를 여러 번 들려줄 때 자막에 ‘밥익혀요’ ‘밤에키워’ ‘아늑해요’ 등 발음이 비슷하게 들리는 다른 단어를 보여주면, 사람들은 ‘바베큐’가 아닌 자막 속 단어로 음성을 인식하게 됨을 보여주는 실험이다.

특정한 발음을 청자가 아는 다른 발음처럼 듣는 ‘몬더그린’ 현상도 같은 원리다. 과거 팝송 ‘All by my self’(올 바이 마이 셀프)를 ‘오빠 만세’로 바꿔 불렀던 개그 코너나, 영단어 발음을 비슷한 한국어로 외우는 암기 교육 교재도 이 현상을 이용한 것이다.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