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다음은 단백질 정복"..알파고 후손 '알파폴드', 브레이크스루상 수상

최정석 기자 2022. 9. 23.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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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금 300만 달러..과학계 시상식 상금 중 최고
아미노산 서열로 단백질 구조 분석하는 AI 개발
지난 7월 2억개 단백질 3D 구조 무료로 공개
한국인 수학자도 수상..서울대 졸업한 고등교사

바둑과 체스 다음은 단백질이었다. 바둑 인공지능(AI) ‘알파고’, 체스 인공지능 ‘알파제로’를 만든 영국 기업 딥마인드가 후속작으로 내놓은 단백질 구조 예측 인공지능 ‘알파폴드(AlphaFold)’가 2023 브레이크스루 상을 수상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 약 100만종이 만들어내는 단백질 개수는 2억개가 넘는데, 알파폴드는 이 단백질들 생김새를 거의 대부분 예측할 수 있다고 한다.

22일(현지 시각) 브레이크스루 상 재단은 기초물리학·생명과학·수학 분야 브레이크스루 상과 신진과학상 등을 총 25명에게 수상했다고 밝혔다.

브레이크스루 상은 지난 2012년 구소련 출신 물리학자 유리 밀너가 페이스북(현 메타)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와 구글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 등 실리콘밸리 거물들과 함께 만든 상이다. 브레이크스루 상 수상자가 받는 상금은 300만 달러(한화 약 42억원)로 과학 분야 상금 중 최대 규모다. 그만큼 획기적인 과학적 성과를 거둬야지만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실리콘밸리 노벨상’, ‘과학 오스카상’ 등으로 불린다.

알파폴드 개발을 주도한 데미스 하사비스와 존 점퍼는 생명과학 분야에서 브레이크스루 상을 받았다. 알파폴드는 심층학습(딥러닝) AI를 통해 단백질 형태를 분석·예측하는 프로그램이다. 단백질을 이루는 가장 기초적인 물질은 아미노산인데, 이 아미노산들이 이어진 순서를 ‘아미노산 서열’이라 부른다. 알파폴드에 아미노산 서열 정보를 입력하면 알파폴드가 기존에 대량으로 학습한 단백질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당 아미노산 서열을 지닌 단백질의 생김새를 분석해낸다.

원래 이 작업은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소모하는 일이었다. 단백질 구조 하나를 분석하는 것만도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씩 걸렸다. 알파폴드는 그 시간을 크게 줄이는 데 성공하면서 성과를 인정받았다. 하사비스 CEO와 점퍼는 지난 2018년 알파폴드 초기 모델을 개발, 이후 2022년 현재 2만개에 달하는 인간 몸속 단백질들 중 98.5%를 분석해냈다.

지난 7월 말에는 유럽분자생물연구소(EMBL-EBI)와 함께 지금껏 분석해낸 2억개의 단백질 3D 구조 데이터를 무료로 공개하기도 했다. 하사비스 CEO는 알파폴드에 대해 “이제 구글 검색 수준으로 단백질 3D 구조를 쉽게 찾을 수 있다”며 “디지털 생물학 분야에서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사비스 CEO는 이번 수상으로 받은 300만 달러 중 일부를 네발 시골에 있는 학교를 지원하는 데 기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어 야나기사 마사시 일본 쓰쿠바대 교수와 엠마뉴엘 미뇨 미국 스탠포드대 교수가 생명과학 분야에서 상을 받았다. 이들은 기면증이 ‘오렉신’이라는 뇌 화학물질 결핍으로 생기는 병이라는 걸 발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기면증은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갑작스럽게 잠에 빠지는 병이다.

클리포드 브랑윈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안토니 하이만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연구원에게도 생명과학 상이 돌아갔다. 이들은 몸속 세포를 구성하는 물질들이 세포로부터 스스로 분리되는 식으로 움직이는 과정을 발견했다. 이는 원래 ‘세포 소기관’이라 불리는 세포 속 구조물이 기능할 때만 나타나는 현상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세포 소기관이 움직이지 않아도 세포 속 물질들이 경우에 따라 알아서 움직인다는 걸 확인한 것이다.

기초 물리학상은 ▲찰스 베넷 미국 IBM 왓슨연구센터 연구원 ▲데이비드 도이치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 ▲질 브라사르 캐나다 몬트리올대 교수 ▲피더 쇼어 미국 메사추세츠공대 교수 등 4명 팀이 받았다. 이들은 양자 역학을 기반으로 한 암호통신 기술을 만들기 위해 컴퓨터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등 성과를 냈다. 양자암호통신은 제3자가 시스템 해킹을 시도할 경우 이를 즉각 감지, 해커가 알아내려는 정보 형태를 바꿔버린다.

수학상은 다니엘 스필먼 미국 예일대 교수가 단독 수상했다. 그는 고화질 텔레비전 방송에서 잡음을 걸러내기 위한 오류 수정 코드를 개발한 것을 포함해 다방면에서 성과를 인정받았다.

‘칸-칼라이 추측’을 증명해 2023 브레이크스루 상을 수상한 박진영 스탠포드대 수학과 교수. /스탠포드대학교 제공

한국인도 이번 브레이크스루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박진영 미국 스탠포드대 수학과 교수는 신진 여성 수학자 상인 ‘마리암 미르자카니 뉴프론티어상’을 받았다. 그는 지난 4월 수학 분야 난제 중 하나인 ‘칸-칼라이 추측’을 증명해냈다.

한편 박 교수는 지난 2004년 서울대 사범대 수학교육과 졸업 후 국내에서 7년간 서울 용강중학교, 세종과학고등학교에서 수학 교사로 근무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2020년 럿거스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 미국 프린스턴 고등연구소(IAS)를 거쳐 현 소속인 스탠포드대로 자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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